건설현장 속속 뛰어드는 MZ “노가다? 무조건 칼퇴근”
지난 19일 대전의 한 건설업 기초교육기관. 주말 이른 아침부터 22명의 교육생이 교육을 듣고 있었다. 건설현장에서 일하기 위한 최소한의 자격인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 이수증’을 받기 위해서다. 교육생 대부분 중장년층이었지만, 젊은 청년들도 눈에 띄었다. 특히 20대 교육생이 전체의 18%인 4명이었다. 이들은 4시간에 걸친 안전 교육을 모두 마친 뒤 이수증을 손에 쥐었다.
20대 청년들이 건설현장에 뛰어드는 것은 기본적으로 생계를 위해서다. 하지만 많은 업종 중에서도 ‘건설업’을 택한 이유는 각양각색이었다. 영상 관련 업계에서 일하다가 최근 그만둔 안모(29)씨는 ‘규칙적인 출퇴근이 가능하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안씨는 “영상 일을 할 땐 밤낮 없이 일하다 보니 과로로 몸이 망가지는 것 같았다”며 “체력적으론 더 힘들겠지만, 그래도 일하는 시간이 규칙적이고 야근도 없는 공사 일로 당분간 생계를 이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른 일보다 시간당 임금 수준이 높은 만큼 ‘투잡’의 일환으로 도전하기도 한다. 현재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문모(28)씨는 평일에는 본업을, 주말엔 공사 일을 할 계획이다. 문씨는 “개인적인 사유로 돈을 더 벌어야 하는데, 건설현장 페이가 세다 보니 투잡으로 일하려 한다”며 “평소에도 탑차 알바를 많이 해봐서 체력적으로 자신 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건설 일용직 일을 하면서 전문기술을 배우려는 등 다양한 이유로 건설현장 문을 두드렸다.
실제 20대 건설근로자 숫자는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23일 건설근로자공제회의 퇴직공제 피공제자 동향분석에 따르면 20대 이하 건설근로자는 올 3월 기준 5만7846명으로, 지난해 3월(4만8347명)보다 19.6% 증가했다. 같은 기간 20대 이하 경제활동인구가 전년 대비 2.3%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상승 폭이다. 30대 건설근로자도 전년 대비 10% 증가했다. 피공제자 통계는 50억원 이상 민간공사(공공공사는 1억원 이상) 건설현장에서 하루라도 일용직으로 일한 근로자들을 취합한 수치다.
하지만 건설현장의 고령화 흐름을 되돌리기엔 여전히 부족하다. 지난달 전 산업 취업자 중 40대 이상 비중은 66.6%지만, 건설기능인력 중에선 82.1%였다. 60대 이상 비중은 4명 중 1명꼴인 25.4%였다. 반면 20대 이하는 6.3%에 불과하고, 30대까지 합쳐도 20%를 넘지 못했다.
특히 청년 건설근로자 중에 단순노무직을 넘어 전문 기술인력으로 성장하는 경우는 더욱 적다는 것이 현장 목소리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아직 건설현장 환경이 열악한 탓인지 한번 나오고 그만두는 청년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도 중장기적으로 청년 건설기능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고용부는 고층아파트 건설현장에 간이 화장실을 설치하는 등 작업환경을 개선하고, 숙련도에 따라 등급(초·중·고·특)을 부여하는 건설기능인등급제와 연계한 직업교육을 확대하는 등의 빈 일자리 해소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청년들을 건설현장에 붙잡아 두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은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청년들이 건설현장에 전문인력으로 남으려면 직업적 비전이 있어야 하는데, 여전히 ‘노가다만 하다 끝날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며 “등급제를 실효성 있게 고치고, 사고 없이 안전하게 건설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전=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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