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아티스트 안드레스 레이싱헤르의 바르셀로나 아파트

이경진 2023. 8. 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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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사실주의, 초현실적인 동시에 미니멀한 미학으로 가상세계를 유영해온 아티스트의 집은 어떤 모습일까?

안드레스 레이싱헤르(Andre′s Reisinger)가 디자인한 모오이(Moooi)의 ‘호르텐시아’ 체어는 등장과 함께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극사실적 3D 렌더링으로 만든 2만 개의 분홍 꽃잎이 솜사탕 형태로 만개한 암체어는 ‘더 쉬핑’ ‘테이크 오버’ 등 안드레스의 다른 작업처럼, 가상세계와 현실세계의 경계를 완전히 지우고 재창조했다. 초현실적이면서 미니멀한 미학을 가진 디자이너로 이름을 알린 안드레스는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지금은 비주얼 아티스트이자 주얼리 브랜드 ‘밀라 사이(Mila Sai)’ 창립자인 아내 미카 루카스와 함께 바르셀로나에 산다.

안드레스 레이싱헤르와 그의 아내이자 아티스트인 미카 루카스. 안드레스와 훌리아 에스케(Julia Esque′)가 디자인한 모오이의 핑크색 암체어 ‘호르텐시아(Hortensia)’에 앉아 있다.

“어떻게 이 도시에 자리 잡게 됐는지는 설명할 길 없지만, 인생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처럼 그냥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안드레스와 미카는 제2의 고향이 된 바르셀로나를 ‘끝없는 에너지의 원천’으로 여기며 무척 좋아한다. 부부의 아파트는 산트 헤르바시(Sant Gervasi)의 투로 공원(Turo′ Park) 인근에 있다. 산과 해변 사이에 있어 활기 넘치고 가족 중심적인 지역이다. “현대적 느낌이 가득한 곳이에요.” 안드레스는 이 지역이 품고 있는 도시의 삶과 자연의 완벽한 균형을 좋아한다. “아내와 나는 호기심이 많아요. 인생의 숨은 보석을 발견하는 일에 매력을 느끼죠. 이 보석 같은 아파트 역시 매우 적절한 순간에 우리에게 나타났어요.” 집은 한쪽 끝에 거실, 중앙에 주방, 반대쪽 끝에 침실과 욕실이 있는 단순한 구조로, 커다란 테라스가 사방을 둘러싸고 있다. 안드레스는 테라스가 집의 중심이라고 설명한다.

화이트 오크 선반에는 항상 새로운 책과 오브제를 둔다. 대형 L자 소파는 이세른 세라(Isern Serra)에게 디자인을 의뢰해 제작한 것. 그 앞에는 디 오브젝트라는, 예술품처럼 보이는 독특한 스피커를 배치했다. 역시 그를 상징하는 핑크 컬러다.

“집 안에서 가장 친근하면서도 개방적인 장소예요. 대도시에 살면 가끔 나만의 시간과 공간을 갖는 일이 어려워요. 이 테라스에선 자연과 연결된 느낌을 받으면서 동시에 내밀한 환경을 경험할 수 있죠.” 곳곳에 배치한 연분홍색은 안드레스 레이싱헤르의 시그너처 스타일을 드러내는 컬러다. “저는 이 색에 빠져 있어요. 그래서 제 작품에 자주 등장시키죠.” 무엇이든 가능한 가상세계에 빠져 일하는 안드레스지만 아내와 함께 만든 안식처는 무엇보다 현실적이고 물리적이다. 매끄럽고 직선적인 안식처의 모든 면은 그들의 삶을 개선하도록 고안됐다. 서로 다른 두 아티스트는 집에 대한 미학을 어떻게 공유했을까?

노출된 콘크리트 기둥이 공간에 산업적인 느낌을 더한다. 미스 반 데어 로에가 디자인한 놀(Knoll)의 ‘MR’ 체어와 모오이의 호르텐시아 소파, 맞춤 제작한 나무 선반, 이사무 노구치가 디자인한 비트라의 ‘아칸(Akan)’ 램프가 어우러진 장면.

그들은 뉴트럴하고 자연스러운 색감 위에 분홍색 포인트가 눈에 띄는 간소한 공간을 완성했다. 벽과 바닥뿐 아니라 조리대와 의자 등은 옅은 색의 나무로 만들어 ‘환경이 둘러싸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도록 했다. “대부분의 요소를 높이보다 길이에 맞춰 디자인했어요. 형태는 직사각형이 주를 이루는데, 일부에 둥글고 유기적인 모서리가 적용돼 있어요. 새 아파트로 이사하면 너무 쉽게 그곳을 채우게 돼요. 하지만 이번에는 건축 자체가 살아 숨 쉬게 하고 싶었어요. 방 안에 필수적인 것만 채우고 최대한 단순하게 배치했죠.” 물건을 정리하기 위해 빌트인 수납공간을 맞춤 제작하고, 나무 벽으로 시각적인 조화까지 노렸다. 안드레스는 자신의 상상력만이 유일한 한계가 되는 디지털 디자인에서 자유를 발견하고 환상적인 아이디어를 현실로 전환하는 데 즐거움을 느낀다.

안드레스 레이싱헤르를 상징하는 분홍색 나무 식탁. 의자는 모두 미스 반 데어 로에가 1950년대에 디자인한 토넷의 캔틸레버 체어 ‘MR 10’이다. 가볍고 날씬한 형태가 매력적인 펜던트 조명은 비비아의 ‘스칸(Skan)’.

집에서 안드레스와 미카의 작품 몇몇을 발견할 수 있지만, 집이 전시장처럼 느껴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부부는 처음 이곳에 와서 커다란 창문에 매료됐다. 큰 창을 통해 들이친 눈부신 햇빛이 집 안의 벽을 어루만지며 잊을 수 없는 따스함을 드리운다.

아늑한 야외 테라스가 이 집의 중심이다. 부부가 밝은 머스터드 컬러의 패브릭을 씌워 복원한 빈티지 소파를 배치했다. 플로어 램프는 브루노 무나리가 디자인한 아르테미데의 ‘폴크랜드(Falk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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