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카뱅·성장성 토뱅…제휴는 케뱅
인터넷전문은행 3인방은 어떤 부문에서 강점이 있을까. 수익성, 건전성, 저변 확대 등 각 기준별 비교 우위 여부를 따져봤다.
수익성
카뱅 압도적 1위, 토뱅 빠른 성장 눈길
일단 3사 모두 흑자 달성에 성공했다. 이 중 은행 수익성 주요 지표인 당기순이익에서 카카오뱅크는 여타 인뱅을 압도한다. 카카오뱅크는 올 상반기 183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전년 동기(1238억원) 대비 48.5% 증가한 수치다.
김석 카뱅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상반기 대출 성장 실적이 당초 예상을 넘어섰다”며 “올해 대출 성장이 최소 30% 중반까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카뱅 주담대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13조2960억원에서 올해 6월 말 기준 17조3220억원으로 껑충(30.3%) 뛰었다. 특히 카뱅 2분기 주담대 잔액은 5조5000억원으로 1분기보다 129% 급증했다. 주담대가 카뱅 전체 여신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51.1%에 달해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토스뱅크는 올해 7월 첫 월단위 흑자를 기록하면서 눈길을 끈다. 흑자폭은 소폭(약 10억원)에 그친다. 하지만 2021년 10월 출범 이후 22개월 만에 흑자, 대출 영업 재개 19개월 만의 성과로 정리할 수 있다. 토스뱅크는 2021년 10월 출범했으나 대출 규제 제한 등의 이유로 출범 9일 만에 대출 영업을 중단했다가 지난해 1월에서야 정상(대출) 영업을 할 수 있었다. 토뱅 측은 올해 3분기에 흑자를 이뤄낼 가능성이 높다고 믿는다. 카뱅은 2017년 7월 영업을 시작해 2019년 1분기 흑자를 내기까지 약 20개월이 걸렸다. 케뱅은 2017년 4월 출범 후 유상증자 지연 등의 이슈로 약 4년 뒤인 2021년 2분기에 흑자전환했다. 이를 고려하면 토뱅의 성과는 나쁘지 않다.
한국 인뱅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수익성 확보 속도가 상당히 빠른 편에 속한다. 해외 인뱅 평균 흑전 소요 기간은 54개월, 일본 1위 인뱅 SBI스미신넷뱅크도 흑자전환까지 출범 후 36개월이 걸렸다.
얼마나 저변 확대했나
토뱅 ‘슈퍼앱’ 전략 통했다
흔히 인터넷전문은행에서 저변 확대 지표로 삼는 것은 회원 수와 MAU(월간 이용자 수) 등이다. 대면 지점이 없다 보니 은행 앱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또 자주 접속할까를 따져볼 수밖에 없다. 일단 회원 수만 놓고 보면 카뱅 > 케뱅 > 토뱅 순이다.
카카오뱅크는 2017년 7월 출범 후 연말에 이미 493만명의 회원 수를 확보했다. 이후 2018년 794만명, 2019년 1245만명, 2020년 1544만명, 2021년 1799만명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결국 지난해 11월 8일 출범 1931일 만에 대망의 2000만 고객을 달성했다.
‘맏형’ 케뱅의 뒷심도 무시할 수 없다. 2017년 출범 후 올해 8월 기준 고객 수 900만명을 돌파하며 저력을 보였다. 특히 2021년 이후 50대 이상 비중이 계속 올라가 연령대가 다채로워졌다는 점도 눈길 끈다. 케뱅 관계자는 “2021년 말 16%대였던 50대 이상 비중이 올해 7월 말 21%까지 올라오며 처음으로 20%를 넘어섰다”며 “전체 고객 수와 다양한 연령대 비중 증가는 수신 평균 잔액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빅데이터 기업 모바일인덱스 측은 “토뱅은 송금하기 기능이 강점인 ‘토스’ 앱에서 은행 기능을 추가하는 성격의 슈퍼앱 전략을 쓰고 있다”며 “그래서 종전 토스 고객이 손쉽게 토뱅 고객이 되는 ‘네트워크 이펙트(잠깐용어 참조)’가 제대로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MAU 면에서는 오히려 인뱅 순위가 역전 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모바일인덱스의 인뱅 MAU 자료에 따르면, 토스(토뱅, 1557만) > 카뱅(1367만) > 케뱅(263만)으로 순위(올해 7월 기준)가 정해졌다. 물론 이 지표는 토스가 슈퍼앱이라 토뱅 사용자만 따로 발라내기는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다만 그만큼 슈퍼앱 전략이 강력하다는 방증이므로 금융업계에서 무시할 수 없는 통계다. 결론적으로 저변 부문에서는 ‘2강(토뱅·카뱅) 1중(케뱅)’이라 할 수 있다.
오히려 시중은행이 베끼기까지
인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혁신성이다. 종전 금융권 대비 어떤 차별점을 보였느냐가 인뱅의 존재 이유기도 하다. 이 부문에서는 각 은행별로 국내 최초 사례가 적잖다. 이후 시중은행도 따라 할 정도로 혁신적인 성과를 냈다.
카뱅은 종전에 없던 금융 경험을 제공하는 데 발군이었다. 모임통장, 26주 적금, 기록통장 등 베스트셀러 혁신 서비스 3가지만 봐도 이해가 쉽다. 친구끼리, 연인끼리, 가족, 동호회끼리 모임별 계좌를 관리할 수 있는 카뱅 ‘모임통장(2018년 12월 출시)’은 국내 최초 출시 후 여타 은행도 따라 할 정도로 히트를 쳤다. 카카오톡으로 간편하게 친구들을 초대할 수 있고 카카오뱅크 계좌가 없는 멤버도 모임통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2023년 상반기 기준 약 900만명(중복 제외)이 넘는 고객들이 이용하는 카카오뱅크의 대표적인 수신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2018년 6월 출시한 ‘26주 적금’도 종전 금융 상품 공식을 깼다. 26주 동안 납입 금액을 늘려나가는 적금 상품으로 최초 가입 금액은 1000원대부터 1만원대까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이후 매주 최초 가입 금액만큼 자동으로 증액, 납입한다. 6개월 기준 연 3.5%(2023년 8월 10일 기준)의 금리를 제공하는데, 26주 적금 납입 성공 시 연 3.5%포인트의 가산 이자율이 적용돼 최고 연 7%의 이자율을 받을 수 있다. 26주 적금은 올해 7월 기준 출시 5년 만에 2000만좌 개설을 돌파했다.
입출금할 때마다 기록을 남기고, 기록을 ‘섹션’ 단위로 나눠 관리할 수 있는 ‘기록통장’ 역시 인기다. 기록통장의 첫 번째 서비스 ‘최애적금형 기록’ 서비스는 좋아하는 스타가 특정 행동을 할 때마다 자신만의 규칙을 정해 기록과 함께 저축할 수 있는 상품이다. 예를 들어 좋아하는 가수가 SNS에 개인 사진을 업로드하면 1000원, 예능에 출연하면 1만원 등 자신만의 규칙을 정해 기록하는데 젊은 층 반응이 뜨겁다.
케뱅의 차별점은 ‘제휴’를 통한 편의성 증대다.
케뱅 앱으로 손쉽게 가상자산, 주식 등 여러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식이다.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제휴가 대표적이다. 케뱅은 2020년 6월 업비트 실명계좌 발급을 시작했다. 이후 업비트 고객들은 케이뱅크의 편의성을 기반으로 손쉽게 가상자산 거래를 할 수 있게 됐다. 실명계좌 발급을 시작한 후 올해 4월까지 케이뱅크를 통해 업비트에 가입한 고객 수는 500만명, 케이뱅크를 통해 이뤄진 업비트 입출금 건수는 2년 9개월간 1억5000만건이 넘었다. 주식 투자의 경우, NH투자·미래에셋·삼성·KB·한국투자증권과의 계좌 개설 제휴로 케이뱅크 앱을 통해 국내 주식은 물론 미국 주식 투자도 가능하다. 또 제휴를 통해 연금저축과 여행자보험, 자동차보험 등도 제공한다.
올해 7월부터 인터넷은행으로는 처음으로 펌뱅킹 서비스를 인터넷(오픈 API) 기반으로 시작했다. 인터넷 기반 펌뱅킹은 제휴사가 별도의 전용 회선 구축이나 회선 이용에 따른 비용 부담 없이 펌뱅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시간과 비용 절약이 가능하다. 케뱅 측은 “중고거래 플랫폼(당근페이), 복권수탁사업자(동행복권) 등 다른 업권과의 제휴를 통해 모든 자산에 대한 투자가 가능한 투자 플랫폼으로 도약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후발 주자 토뱅도 틈새시장 공략을 통해 히트 상품을 여럿 내놨다. 그동안 은행권에서 저금리 상품으로 자리 잡은 수시입출금 통장에 높은 금리를 부여한 ‘토스뱅크 통장’이 대표적인 예다. 그 덕에 다른 인뱅뿐 아니라 시중은행, 제2금융권까지 금리가 높은 수시입출금 상품이 생겨났을 정도다. 은행권 최초로 수시입출금 통장의 이자를 매일 본인이 받고 싶을 때 한 번 받을 수 있도록 한 ‘지금이자받기’ 역시 현재까지 약 373만명의 고객이 총 2억4000만회를 이용할 만큼 국민 금융 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 고객들이 자신들의 권리인 금리인하요구권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상시금리인하요구권’ 서비스를 운영한 것도 토뱅이 최초다.
토뱅 연체율 가장 높아
‘비대면이라 돈 쉽게 빌려주는 건 알겠는데 저래도 괜찮나?’
인뱅을 바라보는 불안한 시선도 있다. 각 인뱅의 순이익이 늘어나는 만큼 대출 실적도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이를 감내할 수 있는 실력을 갖췄는지가 관전 포인트다. 미국 SVB 사태에서 보듯이 고객은 조금만 불안해도 언제든 ‘뱅크런’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자산건전성 지표가 중요한 이유다. 이때 눈여겨볼 수밖에 없는 지표가 연체율이다. 빌려주고 떼인 돈이 얼마나 많은지를 알 수 있는 지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 평균 연체율은 0.4%다. 4월 대비 0.03%포인트 상승했다.
인뱅 역시 연체율이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카뱅의 경우 2020년만 해도 0.22%였지만 올해 1분기 0.52%로 훌쩍 뛰었다. 케뱅도 마찬가지다. 2020년 케뱅 연체율은 0.75%였던 것이 올해 1분기 0.86%까지 뛰어올랐다. 케뱅은 2019년 1.41%까지 치솟았다가 그나마 개선됐다.
후발 주자 토뱅은 올해 1분기 연체율이 1.32%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토뱅 측은 “높은 중저신용자 비중과 신생 은행으로서 신용대출만 운용하는 등 절대적인 연체율이 타행 대비 불가피하게 높을 수밖에 없다”며 “중요한 것은 토스뱅크의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은행권 중에서도 가장 높은 편으로 이에 대한 대비가 충분히 돼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인뱅 대출 상품이 태생적으로 제한적이고 연체율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기는 하다. 토뱅 관계자 말처럼 대손충당금 적립률을 높이는 등 노력을 등한시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다만 향후 자산건전성 관리를 누가 더 잘하느냐가 인뱅 삼국지의 진정한 승자가 될 수 있다는 것만큼은 자명하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3호 (2023.08.23~2023.08.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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