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워크 파산 위기에도…韓 “최악 아니야”
미국 공유오피스 업체 ‘위워크(WeWork)’가 파산 위기에 놓였다. 공유오피스 글로벌 1위 기업이면서 공유 경제 아이콘으로 각광받던 위워크가 몰락 수순을 밟으면서 공유오피스 시장 전반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팬데믹에 따른 재택근무 수요 증가, 그리고 ‘임차 후 재임대’라는 단순한 구조 탓에 사업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진단이다. 국내 공유오피스 시장에도 우려 섞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만 국내 공유오피스업계는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과 국내는 상황이 다르다며 자신감을 표출한다.
위워크, 스스로 “파산 위기”
기업가치 60조 → 4000억 ‘풀썩’
위워크 파산 위기가 불거진 것은 올해 8월 위워크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실적보고서를 제출하면서다. 위워크 스스로가 ‘상황이 어렵다’고 인정했다. 보고서에 지속적인 영업손실과 현금 부족 등을 언급하며 회사가 존립 위기에 처했다고 밝혔다. 최악의 경우 ‘파산’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주가도 폭락했다. 2019년 한때 470억달러(약 60조원)가 넘는 기업가치를 자랑했던 위워크는 8월 17일 기준 시가총액이 3억달러(약 4300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현재 주가는 0.15달러로 ‘동전주’로 전락했다.
위워크가 어려움에 처한 이유는 명확하다. 비용은 늘었는데 수익은 줄고 있어서다. 위워크는 장기 임차 후 재단장한 건물이나 사무실을 스타트업이나 기업, 프리랜서 등에 단기로 재임대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왔다. 하지만 팬데믹을 거치며 결정타를 맞았다. 인건비와 금리 인상으로 비용이 급증한 반면 재택근무가 일반화되며 수요는 급감했다. 위워크를 사무실로 쓰던 기업과 스타트업이 빠지며 공실률이 급격히 올랐다. 주요 고객이던 스타트업 시장 위축으로 임대료 납부를 거부하거나 임대 계약 파기를 요구하는 이들도 크게 늘었다. 데이비드 톨리 위워크 임시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내 상업용 부동산 초과 공급과 시장 경쟁 격화 그리고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등 거시 경제 변동성이 겹치면서 예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공유오피스 수요가 둔화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공유오피스 현주소는
스파크플러스, 지난해 ‘흑자전환’
국내도 상황이 어려운 것은 별단 다를 바 없다. ‘전대차’라는 단순한 사업 구조, 팬데믹 리스크, 스타트업 시장 위축 등 위워크가 갖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는 국내 업체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국내 공유오피스 시장은 현재 ‘3강 체제’다. 위워크 한국 법인 ‘위워크코리아(19개 지점)’와 ‘패스트파이브(43개 지점)’ 그리고 ‘스파크플러스(36개 지점)’다.
매출 기준 1위 위워크코리아는 글로벌 본사와 달리 실적 지표만 보면 오히려 더 나아지는 추세다. 매출은 2019년 765억원에서 2022년 1229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07억원에서 394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다만 이면을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국내 위워크도 위기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먼저, 2020년 4월 이후 신규 지점 개설이 없다. 2021년 11월 종로타워점 영업을 종료하면서 오히려 점포가 줄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늘었지만 순손실 또한 크게 늘었다.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1399억원으로, 매출보다 더 크다. 원흉은 933억원 손실로 반영된 ‘사업권자산 손상차손’이다. 기업이 특정 자산을 장기 임대할 경우, 손익계산서상에는 비용을 한꺼번에 처리하지 않고 매년 쪼개서 반영한다. 사업권자산 손상차손은 현시점 자산 임대로 기대되는 수익이 최초 임대 시점보다 낮을 때 추가로 처리하는 비용이다. 쉽게 말해 ‘기대에 못 미친 현금 수익’이 지난해 933억원에 달했다는 얘기다.
패스트파이브도 수익성 면에서 부진한 모습이다. 지난해 매출(1186억원)은 전년(830억원) 대비 크게 늘어난 반면 영업손실은 39억원에서 93억원으로 확대됐다. 다만 순손실이 598억원에서 255억원까지 줄어든 점, 지점과 멤버 수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고 공실률을 3%대에서 관리하고 있다는 점 등은 긍정적이다. 김대일 패스트파이브 대표는 “지난해 영업적자 확대는 신사업 추진으로 비용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대신 그간 공유오피스 사업에만 집중돼 있던 매출 비중이 80%까지 줄어들었다”며 “최근에는 수익성과 현금흐름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후발 주자인 스파크플러스는 상황이 낫다. 토종 공유오피스 기업 중 지난해 유일하게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매출도 전년 대비 40% 이상 올랐다. 순손실은 2021년 49억원에서 지난해 9억원까지 줄었다. 목진건 스파크플러스 대표는 “팬데믹 기간 유연 근무 수요에 발맞춰 멤버들이 지역마다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거점오피스’를 선제적으로 도입한 게 주효했다”며 “지난해 흑자전환은 공유오피스도 외부 투자 유치 없이 자생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한 첫 사례로 의미가 있다”고 자평했다.
美와 달리 2%대 공실률…수요 꾸준
국내 공유오피스 시장은 글로벌 위워크와는 달리 팬데믹 기간 동안 괴멸에 가까운 타격은 입지 않았다. 실적과 현금흐름만 놓고 보면 오히려 ‘개선’된 부분이 더 많다.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시선 역시 긍정적이다.
가장 큰 차이는 부동산 시장 환경에 있다. 위워크 지점이 몰려 있는 미국 오피스 공실 문제는 현재 최악이다. 미국 부동산 서비스 업체 CBRE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뉴욕 맨해튼 공실률은 16%로 전분기(12.9%)보다 3.1%포인트 올랐다. IT 스타트업이 대거 몰려 있는 실리콘밸리 인근 샌프란시스코 사무실 공실률은 31.6%에 달한다. 오피스 수요 자체가 없다 보니 공유오피스라고 잘될 리 없다.
한국은 다르다. 상업용 부동산 전문 기업 알스퀘어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내 오피스 공실률은 2.2%다. 2021년 같은 기간(7%)에 비하면 공실이 3배 이상 줄었다. 특히 주요 업무지구인 강남권과 여의도권은 모두 1.5%를 기록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재택근무 대중화로 오피스를 떠난 미국과 달리 한국은 수요가 회복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공유오피스 견적 비교 서비스 ‘패스트매치’를 운영하는 스매치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재택근무가 뉴노멀로 자리 잡은 미국과 국내는 단순 비교가 어렵다”며 “최근 혹한기 속에서 초기 비용을 절감하고자 하는 스타트업을 비롯해 단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대기업 태스크포스(TF) 등 수요가 꾸준하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프롭테크 스타트업 관계자 역시 “업체가 운영이나 비용 책정 면에서 무리를 하지 않는다면 공유오피스 공실률은 상권 공실률에 수렴한다”며 “엔데믹 안착으로 과거보다 리스크가 오히려 줄었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3호 (2023.08.23~2023.08.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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