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검-이재명, 사전조율 생략한 채 '다섯번째 소환' 신경전
[이병한, 이경태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7일 오전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하고 있다. |
ⓒ 권우성 |
23일 검찰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다섯 번째 소환 조사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시작은 검찰이 먼저 날렸다. 이날 오후 3시30분경부터 일부 언론을 통해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을 수사중인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김영남)가 이 대표에게 피의자 조사를 위해 출석하라고 통보했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시점은 다음주 중이지만 정확한 날짜는 조율중이라는 내용이었다.
이는 다소 이례적인 면이 있다. 통상 이런 경우 검찰과 피의자 측이 조율해 날짜를 확정한 후 양쪽 모두에 의해 알려지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백현동 개발 의혹 관련해 서울지검에서 조사를 받을 때도 검찰과 이 대표 양쪽이 미리 일정을 조율해 일주일 전인 10일 동시에 네번째 출두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수원지검발 보도가 나온 지 한 시간이 지난 뒤까지도 이 대표 측의 비공식적인 반응은 "아직 연락 받은 게 없다"였다.
'다음주 소환 통보' 보도 나오는데... '연락 받은 게 없다'는 이 대표 측
이 대표 쪽 입장은 오후 6시15분에야 나왔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검찰이 쌍방울 그룹의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대표를 다음주 중에 수원지검에 출석해 조사 받을 것을 통보했다고 한다"면서 이 대표의 입장을 대신 전했다.
그에 따르면, 이 대표는 "쌍방울 사건 관련 조사에 당당히 응하겠다"면서 "검찰은 다음 주에 조사를 희망하고 있지만 당무 등으로 전혀 시간을 낼 수 없다. 내일(24일) 오전에 바로 조사를 받으러 가겠다"고 밝혔다. 조사를 받으러 나오라니 갈 텐데, 다음 주가 아니라 내일 당장 가겠다는 것이다.
이 역시 검찰과 조율된 내용이 아니었다. 박 대변인은 이러한 이 대표의 입장을 바로 검찰 측에 알렸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검찰이 조사를 거부하면 어떻게 되나'는 질문에 "검찰이 조사를 다 하셨다고 했는데 조사를 받으려면 받아야 하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검찰 소환 통보 여부가) 언론 보도보다 당대표실에 늦게 알려진 것 같다"라고도 덧붙였다.
이 대표 "당당히 응하겠다, 내일 오전"... 검찰 "일정상 안된다, 30일"
다음날 당장 가겠다는 반응에 이번엔 검찰이 반응했다. 오후 7시20분경 수원지검은 "수사와 재판 일정상 24일 조사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예정된 수사 및 재판 일정을 고려하여 이재명 대표 측에 유선과 서면으로 30일 출석을 요구하였고, 그 일정에 따라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30일은 일정상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44차 공판 다음날이다. 이틀 뒤인 9월 1일에는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러자 자칫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처럼 이재명 대표도 자신을 조사하라며 검찰에 나갔다가 그냥 돌아오는 상황이 벌어질 모양새가 됐다.
잠시 후 7시55분에 민주당 측 입장이 다시 나왔다. 박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특정 언론에 다음주 소환 조사한다는 방침을 흘려놓고, 이제 와서 조사 준비가 안 되어 내일 조사는 불가능하다고 한다"면서 "내일 출석을 거부하고 30일 조사를 고집하는 검찰의 의도는 뻔하다, 비회기 영장 청구를 끝내 거부하고 정기국회에서 민주당에 방탄 프레임을 씌우겠다는 시커먼 속내를 분명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이재명 대표는 이미 밝힌 바와 같이 어떠한 소환 조사에도 당당히 임할 것"이라며 "조사 일정은 최대한 빠른 시일에 이루어지도록 조율할 것이다, 검찰은 정치적 고려 없이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인천공항에 도착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8개월간 도피 끝에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지난 1월 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한편 수원지검이 수사중인 이 대표의 혐의는 제3자 뇌물죄다. 2019년 이화영 전 부지사의 요청으로 쌍방울그룹에서 경기도의 대북사업 비용과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 대표의 방북비용을 대납했다는 것이 검찰 시각이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전면 부인하면서 "황당한 얘기"라는 입장이다. 또한 이 전 부지사의 관련 진술이 검찰과 김성태 쌍방울 회장의 회유·압박에 의한 허위진술이라는 의혹도 제기된 상황이다.
이 대표는 앞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으로 1번, 위례·대장동 개발 의혹으로 2번, 백현동 개발 의혹으로 1번 검찰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수원지검에 출두할 경우 다섯 번째 조사가 된다. 이후 검찰은 중앙지검의 백현동 건과 묶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기사] 김성태 "이재명에 보고, 이화영에게 들었다" 법정 증언... 검, 피의자 전환 https://omn.kr/25b9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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