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향 최후진술에 눈물바다 된 법정 "국회의원 된 대가 너무 컸다"

김종훈 2023. 8. 2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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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결심공판] "사익 취하려고 정대협서 일하지 않아"... 검찰은 징역 5년 구형

[김종훈 기자]

 
 정의기억연대 후원금 사적유용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지난 2월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벌금 1500만원을 선고 받고 법원을 나오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이희훈
   
"원심을 파기하고 원심 구형과 같은 선고를 내려주기를 바랍니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 활동 당시 기부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미향 무소속 의원에게 검찰이 항소심에서도 1심과 똑같은 징역 5년을 구형하며 한 말이다.

23일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마용주·한창훈·김우진) 심리로 열린 윤 의원의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횡령 규모가 상당하고 (범행이) 장기간 이뤄진 점, 정대협 측에 변제하지 않아 피해 회복이 되지 않은 점, 범행으로 인해 사회적인 신뢰가 훼손된 점, 정상 참작 사유가 있더라도 징역형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점을 고려하면 원심은 과하게 가벼워 양형부당"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2월 10일 열린 선고 공판에서 1심 재판부는 검찰이 윤 의원에게 제기한 14개 혐의 중 13개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횡령 혐의에 한해 일부 유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윤 의원이 2011년~2020년 동안 1억 37여만 원을 217회에 걸쳐 횡령했다고 주장했으나 1심 법원은 이 중 68회 1718여만 원만 횡령으로 인정했다. 윤 의원에겐 1500만 원의 벌금형이 선고됐다.

윤미향 "가짜 위안부 공격, 너무 죄스럽다"

윤 의원 변호인단은 검찰 주장에 대해 각 혐의별로 하나하나 따져가며 두 시간이 넘는 시간을 할애해 반박했다. 무엇보다 이날 결심공판의 백미는 오후 6시 3분에 시작된 윤 의원의 최후진술이었다. 

특히 윤 의원이 "30년 동안의 활동은 제 가족의 삶도 함께 있다고 생각했다"며 "시민운동가에서 국회의원이 되는 과정에서 저와 제 동료, 가족이 치른 대가는 너무나 크고 깊다"라고 눈물을 보이며 울먹였다.

윤 의원의 발언에 감정이 격해진 청중들도 흐느끼기 시작했다. 마용주 부장판사도 윤 의원을 향해 "괜찮냐, 힘들면 잠시 쉬었다 하라"고 말한 뒤에야 윤 의원은 눈물을 멈췄다. 최후진술 첫머리 윤 의원은 항소심 첫 공판이 열리던 날을 회상했다.

"첫 번째 항소심이 열리던 날, 법정 입구에서 맞닥뜨린 보수 유튜버들은 제가 법정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저를 막고 서서 욕을 쏟아냈습니다. '윤미향을 사형시켜라', '윤미향을 구속하라', '국회의원 사퇴하라'고 소리치고, 그 장면을 그대로 유튜브로 송출하며 저를 희롱하고 있었습니다. 그보다 더한 일도 겪었던 지난 3년 6개월이었기 때문에 무서울 것은 없었지만, 30년 동안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과 함께 했던 제 삶의 결과가 이런 현실이라는 것이 너무나 참담하고 슬펐습니다."

이어 윤 의원은 "위안부 피해자들은 30년 전 정신대 활동가들을 만나서 반세기 동안의 침묵을 깨고 일본군 위안부로서 겪었던 고통스런 경험을 세상에 공개했다"며 "당시 27세였던 나는 1992년에, 정대협 간사로 참여하기 시작하여 30년 동안 김학순 할머니를 만나고, 김복동 할머니를 만나고, 240명의 우리나라 피해자들을 만났다"라고 회상했다. 

"피해자들은 한국사회의 '부끄러운', '더러운', '수치스러운' 여자들이라는 손가락질과 낙인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목소리를 냈으며, 당당하게 인권회복 운동의 주체가 되셨습니다. 한국사회도 차별의 언어 대신에 피해자들과 연대하며 피해자들을 편견으로 대했던 지난 시절에 대한 변화를 만들어 냈습니다."

그러나 윤 의원은 "3년 전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 이후 벌어진 일련의 사태와 언론 보도로 피해자의 주체적인 인권회복 운동은 저에게 끌려다닌 비주체적이고 수동인 것으로 폄훼됐고, 어렵게 회복해 가고 있던 피해자들의 존엄은 다시 '매춘부', '가짜 위안부' 등의 공격 속에 큰 상처를 입게 되었다"면서 "30년을 함께 하면서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얼마나 절절했음을 알고 있기에 지금 피해자들이 처해 있는 이 상황이 너무나 가슴아프고, 죄스럽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사익 취하려고 정대협서 일하지 않았다"
 
 지난 3월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부근에서 ‘제1586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시위’가 정의기억연대 주최로 열렸다.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을 지낸 윤미향 의원(오른쪽)이 3년만에 수요시위에 참석하며 이나영 이사장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 권우성
 
윤 의원은 "정대협 활동가들은 열악한 경제적인 상황에서도 피해자들의 인권과 명예회복을 위해 열정적으로 헌신해 왔다"라고 밝히며 "활동가들이 사적인 욕심이나 이득을 취할 생각이었다면 그렇게 오래도록 정대협에 있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30년 동안 결코 제 사적인 이득을 취하려고 정대협에서 일하지 않았습니다. 국회의원이 된 것도 피해자들이 다 돌아가시고 극히 일부만 살아계신 상황에서 김복동 할머니 등 먼저 떠나신 피해자들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정책과 제도로 피해자들의 바라시던 인권과 평화를 이루고 싶은 마음으로 뛰어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윤 의원은 "지난 2월 10일 1심 판결이 있은 후,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에 저는 3년 만에 처음으로 수요시위에 참석했다. 감회도 컸지만, 회한이 더 깊었다"며 "목숨이 붙어있는 한 할머니들이 원하셨던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노력을 중단하지 않겠다고 약속드렸는데, 국회의원이 된 후 지난 3년 동안 앞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오히려 큰 상처를 남겼다. 할머니들께 너무나 죄송하다"라고 재차 소회를 밝혔다. 

최후진술 말미 윤 의원은 "이제 불과 8개월여 시간 후면 국회의원에서 되돌아 간다"며 "항소심 판결이 그 길을 한결 수월하게 열어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는다"고 밝혔다. 그리고 "앞으로 남은 생애 동안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과 함께 했던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따뜻한 위로의 판결을 요청한다"라고 호소했다.

2심 재판부는 오는 9월 20일 윤 의원에 대한 선고를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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