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로운 고택 지나 진초록 가로수 아래 보랏빛 향연

남호철 2023. 8. 23. 20:3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남 나주 식산 주변 역사와 자연
전남 나주시 식산 너머로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일대가 한눈에 보인다. 산 바로 아래 메타세쿼이아 길이 뻗어 있다.


전남 나주의 식산(食山)은 다도면 풍산리와 산포면 산제리에 걸쳐 있다. 높이는 292m로 낮지만 주변에 볼거리는 넉넉하다. ‘밥 식’(食)자 모양으로, 사흘 동안 먹을 식량이 산에 있다고 한다.

식산은 역사와 문화유적지를 품고 있다. 구릉지형 능선은 남쪽에서 북쪽으로 길게 뻗어 있다. 숲이 울창하고 평야지대에 우뚝 솟아 있어서 높이에 비해 조망이 뛰어나다.

도래마을은 식산 감투봉에서 시작된 물줄기가 세 갈래로 ‘내 천’(川) 자를 이룬다고 ‘도천(道川)마을’이었다. 이후 우리말로 바뀌면서 ‘도내’에서 ‘도래’로 바뀌었다. 조선 중종 때 풍산 홍씨 홍한의가 들어왔다. 조광조와 인연을 맺었던 그는 기묘사화의 화를 염려해 낙향했다. 풍산 홍씨의 집성촌이 된 출발점이다.

1541년 남평 현감 백인걸이 영호정(永護亭)에서 강학했다고 ‘서당골’이라고도 부른다. 대동계를 포함한 여러 공동체 모임이 이뤄지고 있다. 약 500년 동안 의병장, 학자, 명사들을 길러낸 명문가다. 인근 나주, 영암까지 위세가 대단했다고 한다.

도래마을 입구 포토존을 통해 본 연못과 양벽정.


마을은 전체가 민속촌이라 할 정도로 반가(班家)의 위풍당당한 고택들을 품고 있다. 모두 여유와 풍요로움이 느껴진다. 발길 닿는 곳마다 어릴 적 고향마을 같다.

도래마을은 2006년 전남도 전통한옥마을로 지정됐다. 마을 입구 ‘도래마을’ 표지석 뒤로 커다란 연못이 있다. 바로 옆 영호정은 오래전 도천학당이 있던 자리다. 길 건너 양벽정은 양반들이 풍류를 즐겼던 정자다.

담장을 따라 옹기종기 모여 있는 홍기응 가옥, 홍기헌 가옥, 홍기창 가옥들은 19세기 후반 남도한옥의 특징을 잘 간직하고 있다. 홍기응 가옥은 풍산 홍씨의 종가로, 1892년에 지어졌다. 책을 보관하는 장서각이 따로 있다.

홍기헌 가옥은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집이다. 홍기창 가옥은 후손들이 거주하는 살림집이지만 일반에게 개방하고 있다. 안채와 사랑채, 행랑채가 있었다는데 지금은 안채만 남아 있다.

계은(溪隱)고택 담장을 지나 마을을 벗어나면 한옥 펜션 ‘도래미하우스’ 앞에 이정표가 있다. ‘식산 정상 2.2㎞’을 가리킨다. 오른쪽 길을 따라 인공연못을 지나면 아담한 정자 ‘계은정’이 언덕에 있다. 도래마을 전체와 평야지대, 멀리 빛가람혁신도시까지 보인다.

감태봉(140m)을 넘어 좁은 도로를 만나면 식산으로 오르는 길이 본격 시작된다. 가파른 계단길을 올라 안부에 서면 일직선에 가까운 능선길이다. 좌우로 일망무제의 풍경이 펼쳐진다. 오른쪽으로 해피니스골프장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만연산, 무등산까지도 보인다.

왼쪽 아래에는 전남도 산림자원연구소의 메타세쿼이아길이 길게 뻗어 있고, 그 뒤로 나주 빛가람혁신도시와 멀리 나주 금성산, 광주 어등산까지 조망된다. 그 사이로 드넓은 나주평야와 굽이굽이 흐르는 영산강이 시야에 잡힌다.

일직선으로 도열해 있는 전남도 산림자원연구소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아래 맥문동이 보랏빛 향연을 펼치고 있다.


식산 정상에서 왼쪽으로 산림자원연구소로 생태탐방로가 이어진다. 연구소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은 정문에서 사무동으로 가는 길에 일직선으로 500m 정도 뻗어 있다. 메타세쿼이아 나무 아래로 맥문동이 보랏빛 향연을 펼치고 있다. 셔터만 눌러도 작품사진이 된다. 입구에 커다란 무궁화 화분이 놓여 있다. 오는 31일까지 무궁화전시회도 열리고 있다.

잘 꾸며진 유럽의 정원을 연상시키는 향나무길도 매력적이다. 둥글둥글하게 다듬어진 향나무와 이보다 조금 키가 큰 연필향나무, 서양에서 기하학적 정원을 꾸밀 때 심는 에메랄드그린이 일직선 도로 양편으로 줄지어 서 있다. 영화와 드라마, 광고, 예능 프로그램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젊은 층의 인증샷 명소가 됐다.

식산 정상에서 북단산·봉학산·남산을 지나면 월현대산에 이른다. 월현대산은 성덕산(聖德山), 호산(虎山)이라고도 불렸다. 지석천 강변을 한눈에 바라보는 조망을 가진 근린공원이 조성돼 있다.

월현대(越峴坮)는 정상 반대쪽 하산로 부근에 있다. 단종 때 사간원 관리였던 정극융이 단종이 승하하자 3년을 하루 같이 복상했고, 평생 매년 추모했던 충절이 전해지는 곳이다. 월현대로 추정되는 곳에 월현정(越峴亭)이라는 정자가 있다.

월현대가 있었던 곳으로 추정되는 위치에 조성된 월현정.


빛가람혁신도시 중앙호수공원에 27m 높이의 빛가람전망대가 우뚝하다. 올라갈 때는 모노레일을, 내려올 때는 국내 최초 돌 미끄럼틀을 탈 수 있어 재미를 더하고 있다. 돌 미끄럼틀은 총길이 96m를 30초 만에 주파하며 스릴을 안겨준다.

여행메모
연구소 오전 9시~오후 6시 개방
금성관 앞 나주곰탕·영산포 홍어

빛가람혁신도시 배메산에 조성된 전망대.

전남 나주의 식산 종주코스는 도래마을~계은정~감태봉~임도~식산~북단산~봉학산~남산~월현대산~월현정~남평초등학교다. 약 7.8㎞로, 3시간 10분가량 소요된다. 월현대산근린공원은 차로 오를 수 있다.

전남도 산림자원연구소 개방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동절기 오후 5시)다. 종료 1시간 전에 입장 마감된다. 입장료와 주차료는 무료다. 음료 외에 모든 음식 반입을 제한하고 있다. 돗자리, 텐트, 킥보드, 자전거, 반려동물도 출입금지다.

빛가람전망대는 화~일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동절기 9시)까지 운영한다. 설날·추석 당일과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월요일이 공휴일이면 다음 날 쉰다. 전망대 입장은 무료지만 모노레일과 돌 미끄럼틀 이용료는 1회 1000원이다.

모노레일은 전망대와 같은 시간에 운영되지만 돌 미끄럼틀은 매주 수~일요일 오전 9시~낮 12시, 오후 2~5시 운영된다.

나주 금성관 앞에 곰탕집이 밀집해 있다. 영산포 홍어 거리에서 묵직하게 삭힌 홍어와 홍어삼합 등을 즐길 수 있다.

나주=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