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尹 "사람 많다고 수사 잘하나, 치안이 중심"…의경 부활한다
정부가 잇따르는 흉기 난동과 성폭행 사건 등에 대응해 경찰 조직을 치안 업무 중심으로 개편하고 의무경찰제(의경) 재도입을 추진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3일 이같은 내용의 ‘이상(異常) 동기범죄 재발 방지를 위한 국무총리 담화문’을 발표하며 “치안업무를 경찰 업무의 최우선 순위로 두고 경찰조직을 재편하여 치안역량을 보강하겠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범죄예방 역량을 대폭 강화하기 위해 의무경찰제 재도입도 적극 검토하겠다”며 “의무경찰은 기존 병력자원의 범위 내에서 인력 배분을 효율화하는 방안을 검토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묻지마 범죄’라는 용어가 범죄의 원인 파악과 예방을 어렵게 한다고 보고 ‘이상 동기 범죄’란 용어를 사용 중이다.
한 총리가 경찰 조직 개편과 의경 재도입 필요성을 밝힌 건 현재 경찰 인력구조만으론 지역과 대상을 가리지 않는 이상동기범죄에 대한 대응이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5년간 공무원 채용이 확대되며 경찰 숫자가 2만명 가까이 늘었지만, 2만 5000여명에 달했던 의경이 폐지되며 현장 치안 인력이 부족해졌다는 것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수사 업무가 늘어나며 경찰 내부에서도 수사 관련 인력을 확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도 이와 관련해 21일 한 총리와의 주례 회동에서 “수사는 인력이 많다고 잘하는 것이 아니고 경찰의 기본 업무는 현장 치안”이라며 “치안 중심으로 경찰 인력 개편을 적극 추진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500여명의 인력이 투입된 이태원 참사 수사를 언급하며 “수사는 정예 인력이 오랜 기간의 노하우를 쌓아야 하는 것”이라며 인원을 늘린다고 수사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23일 “경찰 치안 인력 대부분이 집회 및 시위에 동원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지휘가 불가능해지며 경찰의 수사 효율도 떨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정부는 검찰의 사건 송치 요건을 넓히는 내용을 담아 지난 1일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수사준칙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경찰의 업무 부담이 줄어 수사 인력 조정이 가능해질 것이라 보고 있다.
정부는 과거의 3분의 1 수준인 7500~8000명 정도의 의경을 뽑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병역 의무 기간에 군 입대 대신 경찰 치안 업무를 보조하는 의경은 문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2017년부터 순차적으로 줄어 올해 4월 마지막 기수가 합동전역식을 하며 완전히 폐지됐다.
이날 대국민담화에 배석한 윤희근 경찰청장은 “최근 범죄·테러·재난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24시간 상주 자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든다”며 “신속대응팀 경력 3500명, 주요 대도시 거점에 배치될 4000명 등 7500명~8000명 정도를 순차로 채용해 운용하는 방안을 국방부 등과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의경 재도입 시 집회 및 시위 대응에는 가능한 투입하지 않고 방범 순찰에 집중하겠단 방침이다. 다만 인구 감소로 기존 국방 운용 인력도 부족한 상황이라 국방부와의 협의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윤 청장은 경찰 조직 재편 방안으로는 현재 4교대로 이뤄지는 지구대ㆍ파출소 근무시스템의 효율화 등을 제시했다. 수사 인력 개편 방안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한 총리는 이날 단기적 대책으론 “국민 불안감이 해소될 때까지 특별치안활동을 지속해 나가겠다”며 “사이버상의 흉악범죄 예고와 가짜뉴스는 반드시 찾아내고, 관용 없이 강력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또, 법적 조치와 관련해선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무기형’ 도입을 추진하고 공중협박ㆍ공공장소 흉기 소지 등에 대한 처벌 규정을 신속하게 신설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중증 정신질환자 사법입원제 도입 ▶범죄피해자 지원 확대 ▶민간자율방범대 활성화 등의 방안도 제시했다. 한 총리는 “최근 발생한 이상동기범죄의 원인에 대해 여러 진단과 분석이 나오고 있다”며 “이 어떠한 것도 흉악한 범죄를 합리화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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