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대상 줄어드는데 '의경 부활'? 정말 가능할까
[임병도 기자]
▲ 한덕수 총리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장관, 윤희근 경찰청장과 함께 23일 오전 ‘이상동기 범죄 재발 방지를 위한 국무총리 담화문’을 발표하기 위해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 들어오고 있다. |
ⓒ 권우성 |
윤석열 정부가 폐지된 의경 제도를 부활해 치안 유지 업무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상동기 범죄 재발 방지를 위한 국무총리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범죄예방 역량을 대폭 강화하기 위해 의무경찰제(의경) 재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라고 밝혔다.
한 총리가 폐지된 의경 제도를 검토하는 이유는 흉악범죄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치안활동을 담당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경찰의 요구 때문으로 풀이된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총리 담화문 발표 후 질의응답 자리에서 "4∼5년 전에는 의경이 2만5000명까지 있었다. 그때 기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최근의 범죄·테러·재난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24시간 상주 자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든다"고 말했다.
윤 청장은 "신속대응팀 경력 3500명, 주요 대도시 거점 방법순찰대에 가까운 인력 4000명 등 7500∼8000명 정도를 순차적으로 채용하겠다"면서 "국방부와 협의한다면 대략 7개월에서 9개월 정도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14만 경찰이라고 얘기하지만 길거리에서 활동할 수 있는 경찰력은 3만 명 내외에 불과하다"면서 의경 재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증가하는 흉악범죄를 막기 위해 의경을 재도입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취지는 어느 정도 이해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가능할지는 불투명하다.
▲ ▲2023년 4월 14일 경찰청에서 열린 의경 1142기 합동 전역식과 윤희근 경찰청장 |
ⓒ 연합뉴스 |
'의무경찰'(의경)의 시작은 전투경찰(전경)이었다. 1967년 무장 공비와 대간첩 작전 수행을 목적으로 현역 입영대상자 일부를 동원해 창설됐다. 그러나 이들은 대공업무보다는 독재정권을 규탄하는 집회나 시위에 동원돼 비판을 받았다. 결국 1983년 순수 치안업무 보조를 목적으로 지원제인 '의경'이 신설됐다.
치안 업무만 보조하겠다면서 모집했지만 여전히 광우병 집회 등 시위·집회 진압에 동원됐고, 과잉 진압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또한, 경찰 지휘관과 선임병들의 구타로 집단 탈영이나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폐지론까지 나왔다.
이와 별도로 출산율이 감소하면서 현역병 입대 지원이 줄어들고 있으니 의경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2016년 국방부는 인구 감소로 병역자원이 부족해짐에 따라 의무경찰과 의무해경, 의무소방 등을 2023년까지 폐지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이어 2017년 문재인 정부는 '의무경찰 단계적 감축 및 경찰인력 증원방안'을 발표했다. 의경은 폐지하고 경찰관은 증원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경찰은 2018년부터 매년 20%씩 의경 인원을 감축했고 2023년 5월 17일 의경 1142기가 전역하면서 '의무경찰' 제도는 41년 만에 폐지됐다.
▲ 2016년 11월 19일 박근혜 탄핵 집회를 막기 위해 동원된 의경들? |
ⓒ 임병도 |
2022년 합계출산율은 0.78명이다. 앞으로 입대할 사람은 더욱 없어질 전망이다. 지난 6월 <한국일보>가 한국국방연구원과 행안부 주민등록인구 등의 자료를 기반으로 예측한 결과, 2040년 20세 남성 인구는 14만2000명으로 파악됐다. 같은 데이터상 2023년 20세 남성 인구는 25만5000명으로 인구 감소에 따른 병역 자원 감소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역병 대신 간부 정원을 늘리려는 계획도 지금은 달성이 어렵다. 육군 창군 이래 올해 ROTC(학군)는 미달 사태가 벌어져 추가 모집을 했다. 최근 5년간 육군 부사관 지원자는 41%가 감소했다. 부대마다 장교, 부사관, 현역병이 부족한 상황.
윤석열 정부가 치안을 위해 의경 재도입을 추진하려 했다면, 가뜩이나 부족한 현역병 자원을 어떻게 대체할 것인지도 동시에 고려했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에 내놓은 '의경 부활' 계획에선 자원 구성 등 구체적인 대책을 찾아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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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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