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제주 서진수 "드리블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장점, 하지만 슈팅력은 부끄러워요"

김정용 기자 2023. 8. 2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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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수(제주유나이티드).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K리그를 대표하는 드리블러 유망주 중 한 명이지만, 서진수의 올해 여름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제주유나이티드는 매년 여름마다 찾아오는 부진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몸부림치는 중이다. 이번 시즌 유독 부침이 심했던 제주는 4월 초부터 10경기 동안 8승 1무 1패를 질주하다가, 더워지기 시작한 6월부터 거짓말처럼 10경기 4무 6패로 무승에 그쳤다. 26라운드에서 수원FC에 3-0 완승을 거두며 부진을 털어낸 듯싶었지만 이어진 수원삼성 원정에서 0-1로 패배했다.


팀 성적과 더불어 서진수의 개인 기록도 주춤했다. 서진수는 2019년 19세 나이로 데뷔했으며 이미 김천상무에서 군 복무도 마친 '군필 유망주'다. U-22 룰 대상자에서 벗어나는 23세에 출장기회를 잃어버리는 선수도 흔하지만 서진수의 팀 내 입지는 좋은 편이다. 이번 시즌 선발 9경기, 교체 출장 16경기를 소화했다.


서진수는 전역 후 합류한 지난해 후반기에 8경기 4골을 뽑아내며 좋은 득점력으로 기대를 모았다. 이번 시즌 초반에도 팀이 상승세였던 15라운드까지 5골을 넣었다. 하지만 이후 2개월 넘게 득점이 없다.


그럼에도 서진수를 주목하게 하는 건 다양한 드리블 기술이다. 상대 두 명 사이로 몸을 360도 돌리며 빠져나가는 턴, 동료에게 절묘한 패스를 준 뒤 움직이며 공을 받고 치고 나가는 탈압박 등 다양한 기술을 구사한다.


드리블은 자신감에서 나온다. "볼 키핑에 대한 자신감은 있어요. 장점이 뭐냐 물어보면 볼키핑, 턴이나 이런 게 자신 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거든요. 스피드가 빠른 편은 아닌데 훈련에서도 많이 시도하는 것 같아요. 사이드에서 공 받았을 때 의미 없는 백패스나 횡패스를 하지 않고, 앞에 수비수가 있으면 제치고 들어가려고 해요. 그런 시도가 경기장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 같아요."


서진수가 최근 보여준 턴에 대해 구단에서 붙인 별명이 '한라산 룰렛'이다. 서진수에게 이 별명에 대해 묻자 "훈련장에서 형들이 많이 놀리죠. 버스만 타면 그 이야기를 했어요. '휴대폰 켜면 너만 나온다 진수야'라고 하더라고요. 제주 특성상 지역에 빗댄 별명이 많은 것 같아요. 한라산, 귤, 한라봉…. 저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귀엽잖아요. (구)자철이 형은 아직도 가끔 구자봉이라고 불려요"라고 답했다.


서진수를 가장 많이 놀리는 선배는 김봉수다. 하지만 서진수는 여유가 있다. 김봉수는 김천상무 선발에 합격하며 다음 시즌부터 군 복무를 해야 한다. "봉수 형이 놀릴 때 '군대나 가라'라고 해 주면 조용해집니다. 가끔 날짜도 세 줘요. 입대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군필자의 여유죠."


구단에서는 서진수의 이름을 걸그룹 뉴진스와 엮으려는 시도도 꾸준히 해 왔다. 시즌 초 골을 몰아칠 때는 '뉴진스보다 서진수'를 캐치프레이즈처럼 만들려 했고, 최근에는 공격수 3명을 묶어 '유진스(유리+서진수+헤이스)'라는 별명을 붙였다. 서진수는 유진스 이야기를 듣자 "셋 중에서 저만 잘하면 되는데"라더니 "사실 헤이스와 유리는 그게 뭔지도 모를 거예요. 시즌 초반에는 형들이 진짜 많이 놀리셨는데 지금은 너무 많이 해서 그런지 별로 거론되지 않아 다행"이라고 했다.


서진수는 자신의 개인적인 슬럼프와 팀의 슬럼프가 밀접하다고 느낀다. "6, 7월 경기는 대부분 골 욕심을 냈어요. 한번 들어가기 시작하니까 주변에서 공격수답게 포인트가 필요하다고 하셨는데 거기 포커스를 맞추고 들어간 게 스스로에게 압박으로 작용했던 것 같아요. 요즘 욕심을 버리고 팀에 도움이 되는 플레이를 더 생각해요."


서진수는 군필이지만 병역 혜택과 별개로 항저우 아시안게임 선발을 꿈꾸곤 했다. 황선홍 감독의 테스트를 받은 적은 있지만 최종 명단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억울하진 않다. 서진수 외에도 K리그의 수준급 2선 자원들이 대거 탈락할 정도로 좋은 선수가 몰린 포지션이기 때문이다. 대신 서진수는 더 높은 곳을 꿈꾸고 있다.


"솔직히 전 정말 대표팀 마크를 달고 싶거든요. A대표팀이 그렇게 멀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결국 저 하기 나름이니까. 뭔가 보여드리고 나서 욕심을 내 보고 싶습니다. 지금은 많이 부족하죠."


많은 드리블러의 영상을 보고 비결을 연구하면서 자신의 장점은 살렸지만, 목표인 A대표가 되려면 한참 멀었다고 느끼는 점도 있다. 슛이 그렇다. 득점이 잘 터지지 않는 건 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수련 중이다.


"성장시키려고 하는 게 슈팅력이거든요. 공격수로서 확실한 한 방이 없다보니까 드리블 돌파가 잠깐 위협적일 수 있어도 큰 위협은 되지 않아요. 그래서 슈팅훈련 많이 합니다. 솔직히 제 킥은 하나도 마음에 안 들고, 가끔 부끄러워요."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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