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기어코 오염수 방류, '죽음의 밸브'를 잠그라

정병진 2023. 8. 23.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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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수가 낳을 파장, 아직 우리는 그 후과를 '모른다'

[정병진 기자]

▲ 후쿠시마 방사능 핵폐수 방류 반대 도보 순례 후쿠시마 방사능 핵 폐수 방류 반대 도보 순례 중인 전남동부교회협(NCC) 회원들
ⓒ 정병진
 
'반쪽짜리' 식생활 시대

일본이 '2023년 8월 24일' 기어코 후쿠시마 핵폐수(핵오염수)를 방류하겠단다. 가장 가까운 이웃나라 한국 정부가 '과학적으로 별 문제 없다'고 하고, G1국가 미국도 '괜찮다'고 편드니 더 이상 눈치 보거나 미적거릴 이유가 없다는 생각인 것 같다. 당장 일본과 한국 어민들은 앞으로 어찌 살아야 할지 막막한 처지에 놓였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가뜩이나 줄어든 해산물 소비가 이번 핵 폐수 방류가 시작되면 거의 끊길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사실 일본 후쿠시마 핵 폐수 방류에 따른 피해는 어민들에 국한되지 않는다. 평소 각종 해산물을 즐겨 먹던 시민들도 음식 선택권이 크게 줄어들어 앞으로 반쪽자리 식생활을 해야 할 판이다.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는 일본 정부와 한국 정부 말을 곧이듣고 늘 하던 대로 해산물을 먹는 사람들조차도 뭔가 '꺼림칙함'을 완전히 지우긴 어려울 거다. 

더 있을지 모를 핵종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방사능 핵 폐수 안에 있는 '방사성 핵종' 64종을 공개했다. 그 중에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고농도에서 저농도로 저감 처리가 가능한 방사성 핵종은 62종이다. 나머지 두 가지 핵종인 '삼중수소'와 '탄소-14'는 현재 기술로 저감 처리가 불가능하다. 삼중수소는 반감기가 약 12.32년이고 탄소-14는 5730년이다. 일본이 이대로 후쿠시마 방사능 핵 폐수를 날마다 방류하면 삼중수소와 탄소-14가 해양 생물들에게 앞으로 어떠한 해악을 끼칠지는 사실 제대로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핵분열로 발생하는 핵종은 무려 1000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그 중에서 후쿠시마 핵 폐수에서 검출했다는 단 64종만을 밝혔을 뿐이다. 후쿠시마 핵 폐수 속에 64종의 핵종 말고도 또 다른 핵종은 더 없는 것인지는 불분명한 상태다. 따라서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걸러내지 못하는 방사성 핵종은 삼중수소와 탄소-14 이외에도 더 있는지도 모른다.
  
'살'과 '피'의 오염

사람은 언제부터 물고기를 먹기 시작했을까? 네안데르탈인(Neanderthal)은 약 40만 년 전부터 약 4만 년 전 사이에 유럽과 서아시아 지역에서 존재한 인류 종으로 알려졌다. 고고학자들은 네안데르탈인의 약 9만 년 전 유적에서 물고기 뼈와 조개껍질, 물고기 잡는 도구를 발견했다. 이는 현존하는 유적 이야기다. 어쩌면 인류는 네안데르탈인 출현 이전부터 이미 바다의 생물들을 먹고 살았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인류의 해산물 식습관은 오래됐다.

최근 나흘 사이 내가 먹은 해산물을 헤아려 봤다. 갈치, 꽃게, 바닷장어를 먹었다. 바닷가에 살다 보니 아무래도 이런 음식을 먹을 기회가 많은 편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내륙 깊숙한 곳에 사는 주민들도 해산물을 전혀 먹지 않고 살기는 힘들다. 사람은 드넓은 바다의 어류, 패류, 갑각류 등 온갖 생물을 먹음으로써 육신의 살과 피, 에너지를 얻어 살았다.

하지만 일본이 후쿠시마 방사능 핵 폐수 방류하기 시작한 뒤부터 시민들은 더 이상 해산물을 먹기 어려울 전망이다. 아득한 옛날부터 사람이 먹던 해산물을 본의 아니게 '음식'에서 제외 또는 삼가야 할 처지에 놓였다. 방사능 오염으로 인체에 어떤 유전자 변형, 암과 백혈병 같은 몹쓸 질병에 시달려야 할지 모를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지금 일본 정부는 한국과 중국, 대만 등 주변 모든 나라 시민들의 식습관을 바꾸라 강요하는 셈이다. 누가 일본 정부에게 그런 권한을 부여했는가.

해산물은 긴 세월 자신을 희생해 사람의 살과 피 노릇을 했다. 그들은 더 이상 그 귀한 역할을 할 수 없게 될지 모른다. 방사능 물질 체내 축적으로 기형과 각종 질병에 시달릴 위험도 도사린다. 방사성 오염 물질은 상위 포식자로 갈수록 농축돼 개체수 감소, 암과 백혈병 유발 등의 부작용을 낳는다.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해산물의 방사능 오염은 어떤 형태로든 사람에게 전이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모든 생물은 연결돼 있기 때문에 그 고리를 완전히 끊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 후쿠시마 방사능 핵 폐수 방류 반대 도보 순례 여수 웅천 바닷가에서 후쿠시마 방사능 핵 폐수 방류 반대 도보 순례 중인 전남동부교회협(NCC) 회원들
ⓒ 정병진
 
'죽음의 밸브'를 잠그라

일본 정부는 24일부터 후쿠시마 방사능 핵 폐수 방류를 시작해 앞으로 30년 동안 계속할 예정이다. 기존 탱크에 보관 중이던 핵 폐수를 순차적으로 다 바다에 방류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하지만 그 사이 또 계속 발생할 방사성 핵 폐수를 같은 형태로 방류한다면 30년이 아니라 100년 가까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로 발생한 방사성 핵 폐수를 보다 안전히 처리할 방법은 '방류' 말고도 있다. 일본 정부가 2018년에 발표한 방사성 핵 폐수 처리 방법만 해도 다섯 가지였다. 그 중에는 "지하 매설" "지층 주입" 같은 대안도 있다.

또한 미국이 사바나강 핵시설에서 했듯이 모르타르로 고체화해 탱크에 영구히 저장할 수도 있다. 방사성 핵 폐수 해양 방류는 가장 값싸고 위험하며, 일본 자국과 주변 나라들에 큰 피해를 안기는 처리 방식일 뿐이다.

일본이 핵 폐수 방류를 시작하면 과연 돌이킬 순 없을까? 그렇지 않다. 한국 정부는 "방사성 물질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하는 이상 상황 발생시 방류 중단 요청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핵 폐수 방류를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중단할 수 있음을 알려준다.

후쿠시마 방사능 핵 폐수 방류가 시작됐다고 해서 시민들이 무력감에 빠지거나 자포자기해선 안 된다. 핵 폐수 방류를 반대하는 일본 시민들과 주변 나라들 등 국제 연대를 통해 방류를 중단하도록 더욱 목소리를 높여 끈질기게 저항해야 한다. 그리하여 자라나는 세대를 위해 생명의 바다를 죽음의 바다로 만드는 방사성 핵 폐수 방류 밸브를 꼭 잠그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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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탈핵신문미디어협동조합/반핵의사회의 <후쿠시마 오염수의 진실>을 참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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