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동 사건’ 둘레길 순찰 시작했지만… “인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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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산 아니면 갈 곳도 없는데."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20년 가까이 살았다는 김정숙(80)씨는 요즘 등산을 주저하게 됐다고 한다.
김씨는 둘레길을 자주 찾았지만 최근 발생한 성폭행‧살인 사건으로 불안감이 커졌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주민 불안 해소를 위해 지난 21일부터 관악 둘레길에 '산악순찰대'를 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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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동 수상자 관찰·나홀로 등산객 안내
신림동 성폭행·살해범은 ‘30세 최윤종’
“관악산 아니면 갈 곳도 없는데….”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20년 가까이 살았다는 김정숙(80)씨는 요즘 등산을 주저하게 됐다고 한다. 김씨는 둘레길을 자주 찾았지만 최근 발생한 성폭행‧살인 사건으로 불안감이 커졌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주민 불안 해소를 위해 지난 21일부터 관악 둘레길에 ‘산악순찰대’를 투입했다. 산악순찰대가 편성된 건 2016년 이어 두 번째로, 전체 15㎞에 이르는 둘레길을 다섯 구간으로 나눠 2인 1조로 각 구간을 순찰하는 방식이다. 순찰은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뤄진다.
23일 오전 사건 현장 인근의 목골산 둘레길엔 경찰 로고가 박힌 정글모를 쓴 경찰관들이 수시로 오갔다. 비가 쏟아지는 날씨에도 이들은 삼단봉에 무전기, 수갑 등을 갖추고 둘레길과 연결된 샛길까지 구석구석 살폈다.
산속으로 조금만 들어가도 높이 자란 나무로 주변이 어두워졌다. 대원들은 가방을 메고 다니는 남성 등 수상해 보이는 사람을 예의주시했다. 혼자 다니는 등산객에겐 여럿이 함께 산에 오르거나 밝은 곳 위주로 산책할 것을 권했다.
산악순찰대에 자원한 김정우 미성파출소 경장은 “범죄 관련성이 있는 곳 위주로 살펴보고 있다. 혼자 산책하는 분들이 눈에 많이 띄는데, 안전에 유의해달라고 당부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이따금 마주치는 등산객들은 경찰관을 보자 “또 무슨 일이 생겼느냐”며 놀랐다가도 이내 순찰 중임을 알고 안심했다. 한 70대 등산객은 “40년 넘게 살았지만, 이곳에서 그런 살인 사건이 일어난 건 처음 봤다. 그래도 경찰관이 다니니 다소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관악서는 한 달간 산악순찰대를 시범 배치할 계획이다. 인력 부족 문제로 상시 운영은 힘든 상황이다. 7년 전 수락산 등산객 살해 사건을 계기로 3개월간 산악순찰대를 운영한 적이 있는데, 의무경찰이 있던 그때와 달리 지금은 각 지구대·파출소 자원자에 의존해야 한다.
박인구 관악서 112종합상황실장은 “계속되는 사건 때문에 현장 대응 인력에 한계가 있어 일선 경찰관들의 부담이 큰 상황”이라면서도 “사안이 엄중한 만큼 주민 불안 해소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관악구청과도 협의해 공원안전지킴이(공원보안관), 지역방범순찰대 등의 인력 투입도 논의 중이다. 다만 이들은 경찰관과 달리 범죄 관련성이 있는 사람을 발견했을 때 실효적인 대처가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이 지역 자율방범대장인 국종필씨는 “방범대원은 50대 이상이 많고, 낮에는 직장을 다니지 않는 여성이 대부분”이라며 “우리 몸을 지킬 장비도 없고 수상한 이를 발견해도 검문검색을 할 수 있는 권한도 없어 방범대원만으로는 둘레길 치안 유지가 어렵다”고 전했다.
한편 경찰은 신림동 성폭행·살인 사건의 가해자인 최윤종(30)의 이름과 나이, 머그샷을 공개했다. 최씨는 흉기 난동 사건을 벌인 조선, 최원종과 달리 머그샷 촬영에 동의했다.
김재환 기자 j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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