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 아이들·보육원에 정성 담긴 사랑의 빵 제공

조경이 2023. 8. 23.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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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미안제빵소 이주희 대표


경기도 성남시 금광동에서 빵집을, 작지만 알차게 운영하고 있는 래미안제빵소 이주희(45·사진) 대표와 25년 차 제빵사 임성택(45) 대표의 꿈은 다음세대 아이들 중에서도 ‘학교 밖 아이들’과 보육원 아이들을 향해 있었다. 두 사람은 전국의 보육원을 직접 다니며 빵을 기부하고 있다.

지난 10일 래미안제빵소에서 만난 이주희 대표는 “학창 시절 방황했던 저를 기억하고 있는 친구들은 지금 달라진 모습에 정말 놀랄 것 같다”며 “아무리 해도 술이 끊어지지 않았고 방황을 하는 친구들이 주변에 많았는데 어느 순간 술도 끊어지고 남편과 결혼해서 풍요롭지는 않지만, 감사를 고백하는 가정을 꾸리게 됐다”고 고백했다.

이 대표의 방황은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였다. 아버지가 지독하게 엄마를 괴롭혔고, 외도까지 집안에서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일들을 겪었다. 이후 엄마는 집을 나갔고, 방황도 시작됐다. 이 대표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였던 것 같다”며 “학교가 아니라 세상 속에서 친구들과 놀았다. 6학년 때부터 본격적인 방황이 시작됐다. 학교 밖 친구들은 보통 가정에 불화가 있는 아이들이 대부분인데 그 친구들이랑 몰려다녔다”고 말했다. 엄마가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 하면서 돈을 벌었고 자신을 데리고 간다고 했지만, 어느 순간 엄마는 실종됐고 10여 년이 지나서 법적으로 사망처리가 됐다. 그렇게 엄마의 부재에 대한 평생의 한을 안고 살았다.

성년이 되고 피부관리사로 일을 하면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방황은 끝나지 않았고 술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게 됐다. 하물며 그는 “갈빗집에서 밥이랑 갈비, 사이다만 먹는 사람들을 보면 너무 부러웠다”며 “어떻게 술을 안 먹고 밥을 먹을 수 있지 하던 때였다”고 회상했다.

그랬던 그가 단박에 바뀌게 된 계기는 바로 교회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였다. 그는 “피부관리사로 일할 때 앞에서 화장품 파는 언니가 항상 일요일이면 어디를 갔다”며 “언니 어디 가요, 물으니 교회에 간다고 해서 그럼 나도 한번 갈래 해서 따라갔다”고 설명했다. 그때의 첫 예배는 어떤 내용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당시 장경동 목사 부흥회가 있다는 교회 공지를 듣게 됐고 그 부흥회에 갔다가 하나님을 만났다.

그는 “아담과 하와, 천지창조 이야기를 재미있게 듣고 있었는데 부흥회 마지막에 불을 끄고 기도하는 시간이 있었다”며 “그때 잠깐 눈을 감았는데 제가 방황하며 죄지었던 때가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당시 원죄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그 설교가 완벽히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어린시절 지었던 죄에 대한 기억이 모두 스쳐 지나갔고 너무 부끄럽고 창피했다. 부흥회 3일을 참석하고 나서 나 이렇게 살면 안 되는구나 결심했다”고 밝혔다.

결심은 했지만 술을 가까이 하는 습성을 단박에 끊어내지 못했다. 그렇게 5년의 세월이 지난 어느 날 수진동교회에서 40일 새벽기도회 플래카드를 보고 이끌리듯이 새벽기도 첫날부터 참석했다. 그는 “새벽기도 첫날 교회 계단에 오르면서부터 눈물이 터졌다”며 “맨 뒷자리에 앉아서 너무 울었다. 그때부터 40일 동안 술을 비롯해 제가 마음속으로 껄끄러웠던 모든 것을 끊을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방황했던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학교 밖 아이들에 대한 관심을 부탁했다. “교회 안에서도 내 아이가 조금이라도 피해를 받는다고 하면 포용과 용서가 없는 비난의 시선으로 상대 아이를 바라본다”며 “우선 내 아이를 케어하고 다른 아이에게도 ‘왜 그랬어’ 하며 따뜻하게 물어봐 주는 한마디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교회 안에서도 학교 밖 아이들이 보살핌을 받지 못하면 그 아이들은 정말 갈 곳이 없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는 보육원에서 자란 남편과 함께 보육원 사역도 지금처럼 꾸준히 하면서 ‘학교 밖 아이들’을 실질적으로 돕기 위한 기도도 함께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경이 객원기자 jong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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