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와 청춘반환소송… 피해자 위한 교회도 설립
지난 2020년 8월 1일 신천지(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 이만희 총회장은 감염병예방법 위반과 횡령, 업무방해 등 혐의로 구속됐다. 그해 11월 비록 법원의 보석 신청 허가로 석방됐지만, 신천지 내에서 '이 세대의 보혜사'로 불리는 '교주'의 구속은 코로나19 사태로 궁지에 몰린 신천지에 치명상을 입혔다.
이만희 총회장을 구속까지 몰고 간 변호사, 신천지라는 골리앗 앞에 소송이라는 '돌'을 던진 변호사, 신천지 내부에서 경계 1순위인 홍종갑(법무법인 '사명' 대표·사진) 변호사를 지난 8일 천안 사무실에서 만났다.
홍 변호사는 2018년 12월 처음 신천지를 상대로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전기연)와 함께 ‘청춘 반환소송’을 진행했다. 신천지에 빼앗긴 세월을 돌려 달라는 취지로 신천지 탈퇴자 3명이 신천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심과 2심 모두 승소했다. 이 과정에서 신천지가 포교 대상인 ‘피전도자’에게 신분을 숨기고 접근하는 ‘모략전도’가 불법행위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이는 향후 신천지 전도 활동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명분으로, 신천지 내부는 혼란에 빠졌다. 하지만 지난해 8월 대법원은 1심과 2심의 결과를 뒤집고 “손해배상 책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다. 피해자들이 신천지에서 교리 공부를 했다는 점을 알게 된 후에도 교리 공부를 중단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홍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을 “믿을 수 없는 결과”로 평가했다. 또 “판결을 진행하는 동안 왜 한국교회는 아무런 관심을 두지 않았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당시 제기된 민 형사 소송을 위해 신천지는 약 170억의 소송비용을 신도로부터 걷어서 사용했고, 홍 변호사는 자비량으로 모든 시간과 열정을 쏟아부었다. 소송비용으로 환산하면 수십억 이상을 개인이 혼자 감당한 셈이다. 홍 변호사는 “청춘반환소송 판결 결과는 한국교회에 하나님께서 던지는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언제까지 신천지가 성도를 빼가는 것을 보고만 있을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홍 변호사와 신천지의 인연은 12년 전 시작됐다. 믿고 의지하며 지낸 가족 중 한 명이 신천지에 빠진 것이다. 사이 좋던 가족 사이에 균열이 생긴 것은 물론, 신천지에 빠진 가족 구성원 모두가 다니던 교회에서 쫓겨났다. 도대체 신천지에 빠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홍 변호사는 직접 그들의 교리를 알아보고, 피해자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교회 안에는 피해자 및 그 가족을 도울 방법이 전혀 없음을 알게 됐다. 그때나 지금이나 교회가 신천지를 상대로 하는 최고의 저항은 교회 입구에 ‘신천지 출입금지’라고 써 놓는 것뿐이었다.
홍 변호사에 따르면 신천지 성도 30만 명의 대다수는 교회에서 빼앗긴 기독교인이다. 신천지는 교회 안에 위장 성도로 들어간 후 기존 교회에 불만을 품고 있는 성도를 ‘타깃’으로 삼고 최소 두 명 이상 짝을 이뤄 접근한다. 그리고 자신이 잘 아는 선교사나 목회자를 만나 말씀을 한번 들어보자는 식으로 꾀어낸다. 이때 기존 교회에 대한 비판과 함께 신천지 교리를 세뇌하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신천지를 빠져나온 후에도 기존 교회로 돌아가기 쉽지 않다. 물론 기존 교회에서도 이들을 받아주지 않는다.
홍 변호사는 법정에서 싸우며 힘들게 빼 온 신천지 피해자들이 교회로 돌아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그들의 영적 회복을 돕고자 2017년 호서대학교대학원 신학과에 입학했다. 홍 변호사는 ‘내가 신학까지 공부해야 하나…’는 심정이었지만 “적(신천지)을 알고 나(신천지)를 알 때 백전백승”임을 믿으며 변호사 업무 외에 틈틈이 시간을 내어 공부했다.
홍 변호사에 따르면 이단이 기독교인을 미혹하는 포인트는 ‘예수님이 하나님인가’와 ‘구원에 대한 확신’이다. 홍 변호사는 “모든 이단은 예수님을 하나님으로 인정하지 않고 각 시대별로 하나님이 세우는 구원자로 소개한다”며 “예수님처럼 지금 시대에 하나님의 영이 임한 자신의 교주를 믿고 구원받으라고 미혹한다”고 밝혔다.
홍 변호사는 지난 8년 동안 신천지 및 이단들의 교리를 기독교 교리와 비교 연구해 1시간 30분 분량의 ‘이단특강’ 자료를 만들었다. 이단 특강 및 신천지에 관한 모든 자료는 유튜브 채널 ‘바른복음생명공동체’와 ‘그리스도의 편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홍 변호사는 “신천지에 빠진 성도가 회복되는 데는 몸담았던 시간만큼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처음부터 성도들이 이단에 빠지지 않을 수 있도록 개 교회가 나서서 1시간 30분 예방 교육을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 변호사는 2021년 전도사 신분으로 바른복음생명교회를 개척했다. 바른복음생명교회는 신천지 및 이단에 상처받은 이들을 위한 교회로 현재 40명의 성도가 함께 예배드리고 있다. 수평 이동을 금지하고, 교역자 사례금 전혀 없이 철저히 성도를 섬기는 교회로 운영한다. 홍 변호사는 “이단 피해자들의 교회 방문을 언제나 기다리고 있다”며 “이단 피해자들에게 ‘당신을 기다리는 예수님께 돌아가라. 지금도 당신을 기다리고 계신다’고 꼭 말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한 번은 천안의 한 교회에 신천지가 몰려와 예배를 방해한 적이 있다. 이때 홍 변호사가 나서서 형사고발 및 민사소송을 한 결과 예배를 방해한 신천지인들은 형사처벌을 받고 법정에서 잘못을 인정하며 반성했다. 홍 변호사는 “대응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긴다”며 “신천지에 더 이상 한 영혼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또 이미 빼앗긴 영혼을 되찾기 위해서 한국교회가 ‘거룩한 공교회’로서 적극 대응해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홍 변호사는 일상에서 미행의 낌새가 느껴질 때가 있지만 신천지인들이 무섭지 않다고 한다. 이단을 두려워하지 않고, 이단에 빠진 사람들을 잃어버린 양의 개념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홍 변호사는 “그들도 한때는 교회 형제자매였다”며 “교회를 통해 신천지 피해자들이 회복되고 가족이 다시 하나되는 모습을 보면 기쁨과 보람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천안=박성희 객원기자 jong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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