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판 이스라엘 성지순례…“영화 세트장인 줄 알았다”

이현성 2023. 8. 23.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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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제천 세계기독교박물관 23일 개관식
주한 이스라엘 대사도 참석
성경 속 물건 1500점 전시…1만1500점은 전시 대기중
아키바 토르(맨 앞 두 번째) 주한 이스라엘 대사가 충북 제천 세계기독교박물관 성경식물원에서 이스라엘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제천=신석현 포토그래퍼.

성경에 등장하는 다양한 물품 1500점을 보고 만질 수 있는 기독교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성경 속 악기와 의상, 도구 등을 비롯해 옥합과 향유, 이혼 증서 등 신·구약 성경 곳곳에 언급된 물품과 식물 등이 전시돼 있는데, 전시 품목 수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세계기독교박물관(관장 김종식 목사)이 23일 충북 제천에서 정식 개관했다. 2020년 임시 개관한 지 3년 만이다. 박물관은 11만㎡(약 3만3000평) 규모로 지상 1층 4개 전시관과 성경식물원으로 구성돼 있다.

충북 제천 세계기독교박물관 전시실. 이스라엘 전통 생활양식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제천=신석현 포토그래퍼

초등학교 교실 2개를 합친 크기의 전시관은 ‘마가의 다락방’ ‘나사렛 회당’과 같은 크기로 복원돼 있다. 또 성경 속 악기와 의상 유대 생활 도구 등이 진열돼 있다. 서기관이 양피지에 필사한 600년 된 토라(유대교의 율법서)와 히브리어가 기록된 황금·유향·몰약 등을 볼 수 있다. 동방박사들이 아기 아기 예수께 경배하고 보배합을 열어 건넨 예물로도 유명하다. 이혼 증서와 각종 향유도 전시돼 있다. 전시품 밑 설명표엔 해당 전시품과 연관된 성경 구절이 적혀 있다.

박물관은 성지 순례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공간 같았다. 관유(거룩한 의식에 사용됐던 기름)를 만들었던 5가지 식물을 비롯해 가출했던 탕자가 돼지우리에서 주워 먹었던 쥐엄열매, 이세벨을 피해 도망가던 엘리야에게 그늘을 제공했던 로뎀나무 등 70종이 넘는 성경속 식물도 직접 보고 만질 수 있다. ‘달란트 비유’로 유명한 금·은 달란트 화폐 모양도 볼 수 있고 시대별 무게도 체감할 수 있다. 구약 시대엔 1달란트가 34.27㎏이었고, 신약시대엔 20.4㎏이었다.

충북 제천 세계기독교박물관에 있는 달란트 무게 체험 도구. 제천=신석현 포토그래퍼

이스라엘 영토 5000분의 1 크기(약 5000㎡·1500평)로 조성된 ‘성경 식물원’도 눈길을 끈다. 브엘세바 지명이 쓰인 자리에선 에셀나무를, 샤론평야를 본뜬 곳엔 수선화가 심겨져 있다. 개관식 참석자 현장을 방문한 아키바 토르 대사는 이곳에서 재배된 무화과 열매를 직접 맛봤다. 그는 “이스라엘 밖에서 합환채를 처음 봤다. 영화 세트장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식물원은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박물관장인 김종식 목사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근무하면서 이스라엘 이집트 인도 등 70여개국에서 전시품을 수집했다. 주중에는 일하고 주말엔 벼룩시장이나 골동품 상점에서 물건을 구했다. 돈으로만 살 수 없는 물건은 직접 발품을 팔았다고 한다. 마리아가 예수 머리에 부었다던 나드 향유는 인도 북부 지방에 직접 가서 구했다. 성전 난간과 수금 제작에 쓰이는 백단목은 인도 뭄바이에서 우연히 만난 교포를 통해 얻었다. 전시품 가운데 실제 물품은 본딴 모형은 1%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세계기독교박물관 관장인 김종식(맨 오른쪽) 목사가 23일 박물관에서 아키바 토르(오른쪽 세 번째) 주한 이스라엘 대사에게 전시품을 설명하고 있다. 제천=신석현 포토그래퍼

한 개인이 이같은 규모의 박물관을 건립한 건 이례적이다. 토르 대사는 “미국 등지에도 기독 박물관은 있는 데 가본 곳 전부 국립이었다. 어떻게 일가족이 이렇게 이스라엘 사람들의 생활 양식을 잘 구현했는지 놀랍다”며 반색했다. 김 목사는 31년간 모은 월급을 전부 털어 15년간 전시품을 수집했다고 했다.

이날 박물관엔 전시품이 하나 더 늘었다. 토르 대사는 키두시(안식일의 성스러움을 선언하는 축복) 컵을 박물관에 기증했다. 그는 “한국 기독 학생들도 이곳을 관람할 수 있도록 이스라엘 대사관이 홍보하겠다”고 말했다.

세계기독교박물관에 방문한 아키바 토르(왼쪽) 주한 이스라엘 대사가 23일 박물관 관장인 김종식 목사에게 키두시 컵을 선물하고 있다. 제천=신석현 포토그래퍼

박물관 측은 정식 개관 이후 연간 5만여명이 방문하길 기대하고 있다. “주님께 옥합을 깨뜨린 여인은 유리병을 깨뜨리지 않았습니다. 향유를 직접 보시면 그가 ‘뚜껑’을 깨뜨렸다는 걸 저절로 알 수 있습니다.” 김 목사는 해설을 들으면 더 깊은 이해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수·일요일을 제외한 오전 10시30분, 오후 1시30분에 박물관 해설자로 나선다. 박물관 측은 소장하고 있지만 공간 제약으로 선보이지 못한 전시품 1만1500점도 추후 전시할 계획이다.

제천=이현성 기자 sa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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