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 성폭행 살인' 최윤종 머그샷 공개…잇단 흉악범죄 초비상
서울 신림동 등산로에서 30대 여성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최윤종(30·사진)의 신상이 공개됐다. 서울경찰청은 23일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신상공개위)를 열고 “피의자가 흉기를 사고 범행 장소를 물색하는 등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했고, 공개된 장소에서 불특정 여성을 대상으로 성폭행을 시도하여 사망하게 한 사실에 비추어 범행의 잔인성과 피해의 중대성이 입증됐다”며 신상 공개를 결정했다. 이어 “증거가 충분하며, 연이은 범죄발생으로 인한 국민 불안과 유사범행에 대한 예방효과 등 공공의 이익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신상공개위는 최윤종의 머그샷(mug shot·범죄자의 인상착의 기록 사진)도 공개했다. 이는 최씨가 전날 머그샷 촬영 및 공개에 동의한 데 따른 결정이다. 앞서 신림역과 서현역에서 각각 흉기 난동을 벌인 조선(33)과 최원종(22)은 머그샷 촬영과 공개를 거부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외톨이 같은 생활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휴대전화와 PC 포렌식 결과, 최씨의 통화 및 문자 내역은 주로 가족과 주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또 최씨가 범행 전 너클, 성폭행, 살인 관련 기사를 열람한 이력을 확인하고 범행을 사전에 계획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의 강간 등 살인 혐의를 받는 최씨는 앞서 경찰 조사 과정에서 “성폭행을 하고 싶어서 범행을 저질렀다”며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지만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지난 19일 사망한 피해자 A씨의 일차적 사인은 경부 압박에 의한 질식사로 나타나면서 살인의 고의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신림역·서현역 사건 이후에도 강력범죄가 잇따르며 시민들의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지난 22일 오후 종로구 서울대병원 외래병동에서 흉기를 휘두른 혐의(특수협박)로 30대 여성 B씨를 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재수술을 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접이식 과도를 이용해 “죽어버리겠다. 너도 죽어봐라”며 소리치며 칼을 휘둘렀다.
지난 19일 오후엔 50대 남성 홍모(51)씨가 2호선 홍대입구역에서 합정역으로 향하는 지하철 안에서 ‘미니 멀티툴(일명 맥가이버칼)’을 휘둘러 승객 2명이 얼굴 등에 찰과상을 입었다. 특수상해 혐의를 받는 홍씨에 대해 서울서부지법은 지난 21일 “도망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지난 17일 종로구에선 60대 남성이 20㎝ 길이의 흉기를 들고 다니다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중랑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정모(29·여)씨는“시비에 휘말릴까 봐 낯선 사람과 눈도 잘 안 마주친다. 흉기 노이로제에 걸린 것 같다”고 했다.
신림역 흉기 난동에 이어 등산로 성폭행까지 잇따라 관내 강력 범죄가 발생하자 관악경찰서는 초비상이 걸렸다. 이에 관악경찰서는 21일부터 ‘관악 치안 조기 안정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지구대와 파출소에서 차출한 인원 10명을 산악 순찰대로 투입했다. 2인 1조 5개 조로 나눠 주간 시간대 15㎞ 길이 관악산 둘레길에 배치해서 한 달간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관악경찰서는 지난 2016년에도 산악 순찰대를 운영했다. 당시 수락산 등산객 피살 사건을 계기로 그해 6월 산악 순찰대를 발족했지만 3개월 만에 운영을 중단했다.
이날 둘레길 순찰을 지켜보던 관악구 주민 박모(78)씨는“한두 달 반짝 운영하면 무슨 소용이냐”면서 “잊을 만할 때쯤 또 사건 발생할 텐데 꾸준히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선 서의 한 경찰은 “5~6년 전 비하면 지구대와 파출소 인력이 크게 감소한 상황”이라며 “현안을 달래는 용도로 땜질식 차출을 해가면 다른 곳에서 치안 공백과 업무 과부하가 생길 수 있다”고 비판했다. 박인구 관악경찰서 112치안종합상황실장은 “현재 주민들 불안감 크다 보니 가시적 불안을 해소하는 게 급선무”라며 “추후 공원안전 지킴이를 두는 등 민·관과 협력해 치안 공백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신림역에서 흉기난동을 벌인 조선의 첫 재판이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2-2부 심리로 열렸다. 검찰은 조선이 취업 등에서 계속 실패하고 은둔 생활을 하던 중 또래 남성에 대한 열등감과 분노에 휩싸여 범행을 저질렀다고 공소 요지를 설명했다. 흰색 마스크로 얼굴을 최대한 가린 채 법정에 들어선 조선은 검찰이 공소 요지를 낭독하는 내내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조선의 변호인은 “피해자들을 살해하려는 고의는 없었다”며 “본인을 미행한다는 피해망상을 겪어 그들을 닮은 듯한 남성들을 공격한 것으로 보인다. 열등감과 분노를 품어온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영근·이병준 기자 lee.youngk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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