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침몰하는가... 갑론을박

곽우신 2023. 8. 23.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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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위기론 맞물려 뒤숭숭... 이철규 해명에도 가라앉지 않는 '승선 불가론'

[곽우신 기자]

"지금 국민의힘이라는 큰 배가 침몰하고 있다면 침몰한 책임이 누구한테 있습니까? 대통령과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들한테 있습니다. 지금 당 지도부한테 있는 거예요."

유승민 전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23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른바 '승선 불가론'에 대해 날을 세웠다. 유 전 의원은 "그 사람들(윤핵관과 당 지도부)이 지금 엉뚱한 데 화살을 돌려가지고 자기들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서 침몰의 책임을 엉뚱한 승객한테 찾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지금 당 지지도나 또 대통령 지지도나 여러 가지를 봐서 국민의힘이 어려운 것"에 대해 "대통령과 당 지도부, 윤핵관, 그 사람들이 모든 권한을 다 갖고 있으니까 책임도 그 사람들이 지는 거지 무슨 다른 데에서 책임을 찾느냐?"라고 따져 물었다. "배의 침몰이니 승객이니 승선을 하니 못하느니 이런 말을 하는 거 보니까 그것도 아까 제가 수도권 위기론에서 말씀드린 대로 '공천 협박을 드디어 시작하는구나' 이렇게 보는 것"이라며 '공천 협박'이라고 정의했다.

'승선 불가론'과 '수도권 위기론'이 맞물리며 국민의힘 내부의 뒤숭숭한 분위기가 정리되지 않는 모양새이다.

"구멍 내는 승객 승선할 수 없다" 발언에 발칵 뒤집힌 국민의힘
 

발단은 '윤핵관' 중 한 명인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의 의원 총회 발언이었다. 지난 16일 의원 총회에서 이철규 사무총장은 "함께 항해하는데 노를 거꾸로 젓고, 구멍이나 내는 승객은 승선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본인 생각만 가지고 당 전체를 비하하거나 폄훼하는 경솔한 언행은 본인이나 당 조직에 도움이 안 된다"라는 '입단속' 차원의 지적이었다. 비공개 의원총회였지만 해당 발언은 전언의 형태로 보도되기 시작했고 여러 논란을 초래했다.

이철규 사무총장은 17일 기자들에게 "최근 의원들 몇 분이 방송이나 이런 데 나가서 우리 당을 폄훼하고 조롱·모욕했다. 우리 당원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고, 이것을 하지 말자는 이야기"라고 당시 발언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승선 불가'가 곧 '공천 탈락'을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과 의혹이 확산됐고, 이 사무총장은 21일 "지난번 의원 총회에서 한 발언은 일부분 왜곡된 게 있다"라며 "'승선 못 한다'가 아니라 '같이 배를 타고 나가는 사람들이 그러면(침몰하게 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라고 진화에 나섰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
ⓒ 남소연
 

하지만 비주류를 중심으로 한 반발은 끊이지 않고 있다. '수도권 위기론'을 공론화하면서 이철규 사무총장의 '승선 불가' 발언의 원인 제공자로 꼽히는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 한 인터뷰에서 "(이철규 사무총장이) 저나 여러 사람을 겨냥할 수 있는데 저는 당에 대한 충정으로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게 배가 누가 좌초되기를 원하느냐? 배가 좌초되면 가장 먼저 죽을 사람이 저 같은 수도권 의원들"이라며 "그래서 배가 잘 나가고 배가 잘되기를 바라는 충정에서 그런 말씀을 드린 것이지 좌초시킬 우려는 전혀 없다"라고 반복했다. 자신의 발언은 당을 위한 '건전한 비판'이라는 취지이다. 전날에도 그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승선 못 한다는 말이 공천을 연상시킬 수 있는 말인 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당내 인사들이 이처럼 '승선 불가'를 '컷오프(공천 탈락)'로 여기는 건 결국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번지는 '수도권 위기론' 탓이다. 당 지도부는 공식적으로 위기론을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내년 총선을 준비하는 수도권 국회의원들이나 다수의 수도권 원외 당협위원장들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공천 받으면 뭐 하느냐, 어차피 선거에서 안 될 텐데"와 같은 자조마저 나온다.

"지역구 분위기는 안 좋은데, 지도부는 '나쁠 수가 없다'라더라"

수도권 험지에 출마해야 하는 이들은 당이 적극적으로 위기를 돌파해 주기 바라지만, 당 지도부는 이같은 위기론에 일절 대응하지 않고 있다. 당 지도부의 지역구가 영남권이나 강원에 집중되어 있는 탓에, 수도권 민심에 둔감한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도리어 지도부가 당내 '쓴소리'를 담당하는 일부 스피커들을 향해 '입단속'에 나서니, 불만이 있는 다른 인사들도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분위기다.

한 수도권 의원은 <오마이뉴스>에 "배를 승객이 침몰시킬 수가 있느냐? 배가 침몰하는 건 승객 때문이 아니라 선장과 승무원들 탓"이라며 "당이 용산만 바라보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니 답답하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결국 윤석열 대통령의 얼굴로 선거를 치러야 하는데, 지역 분위기가 지금 대통령에게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라며 "수도권 선거가 결코 쉬운 상황이 아닌데, 대통령실도, 당 지도부도 '민주당이 알아서 무너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 말고는 전략이 없다"라고 비판했다.

다른 초선 의원 역시 "의원총회에서 '승선' 발언이 나왔을 때 분위기가 아주 '조용'해졌다"라고 전하며 "지도부에서는 누구를 배에 태우고 말지를 본인들만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배를 타고 말지는 승객의 마음이기도 하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지도부에서 의원들에게 '좋다, 좋다, 나쁠 수가 없다'라고 이야기하는데, 도대체 무슨 근거로 좋다고 하는지 답답하다"라며 "지역구에서 분위기는 확실히 좋지 않다. 지도부는 입단속에 나설 때가 아니라, 여의도연구원에서 돌린 좋은 여론조사 결과라도 있으면 '안심하라'라며 우리에게 보여줬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김기현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가 8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뒤 당기를 흔들고 있다. 2023.3.8
ⓒ 남소연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지금 나오는 수도권 위기론은 세 달 전에도 나왔고, 두 달 전에도 나왔던 이야기이다. 새로울 게 없다"라며 "현재 국민의힘에 유리한 지표도 있고, 불리한 지표도 있다. 갑작스러운 현상 변경이 생겨서 위기론이 심화된 게 아니다"라고 짚었다.

다만 "선거가 가까워져 올수록 위기론에 공감하는 이들이 당내에 많아지는 것"이라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구속되면 어떡할 거냐'라는 말이 민주당이 아니라 국민의힘에서 나오고 있다. 김기현 대표 얼굴로 내년 총선을 치를 수 있겠느냐는 물음표도 계속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상황이 바뀌고 위기론이 확산되면, 국민의힘도 선거대책위원회 체제로 조기에 넘어가는 등 변화를 모색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현 김기현 대표 지도부와 차기 주자를 노리는 비주류 다선 중진들 사이에 '수도권 위기론'을 빌미로 전선이 생기는 것"이라며 "가능성은 낮지만, 비주류 중진들끼리 연대하게 되면 당 지도부 입장에서는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이철규 사무총장이 선제적으로 나선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지금의 수도권 위기론은 실제보다 과장된 측면이 있다"라면서도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구속될 경우, 민주당 지지층이 역결집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도 이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라며 '민주당 변수'에 의한 위기론 확산 가능성을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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