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 끼치는 장애 학생'? 그건 '갈라치기'다 [이슬기의 뉴스 비틀기]
팩트를 전하는 뉴스는 많아도 행간을 읽는 칼럼은 드뭅니다. '좌우'라는 정형화된 정치 지형을 넘어, 여러 가지 이슈의 비틀어보기를 시전하겠습니다. <기자말>
[이슬기 기자]
▲ 지난 7월 25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 담임교사 A씨를 추모하는 국화와 메모가 붙어있다. |
ⓒ 연합뉴스 |
웹툰 작가 주호민씨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아들의 특수 교사를 아동학대로 고소한 일이 뒤늦게 알려졌다. 교육부 사무관이 자녀의 담임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하고, 바뀐 담임교사에게 '왕의 DNA' 운운하며 경계성 지능에 속하는 자신의 자녀를 특별대우할 것을 요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학부모 갑질 논란'이 심화됐다.
이를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번지는 여론을 보면 '폐 끼치는 장애 아동과 갑질하는 학부모를 감당하느라 고생하는 교사들'이라는 프레임이 지배적이다.
'고생하는 교사들'은 맞는 사실이다. 무분별한 아동학대 고소, 일부 학부모의 극심한 민원, 폭력적인 방식으로 교육활동을 침해하는 학생들, 과중한 행정 업무 등으로 교직을 이어가기 힘들 정도로 고충을 겪고 있다는 것이 최근 폭로들로 잘 알려졌다. 거기에 장애 아동을 맡는 특수교사의 경우 학생들의 도전 행동(발달장애인들이 자신이나 타인에게 해를 가하는 행동)이라는 다른 위협에도 노출돼 있다.
문제는 교육활동 침해 사실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부터 교사를 한 축으로 놓고 반대편에 학부모와 학생이 있는 대결 구도가 일반화됐다는 점이다. 학생과 학부모 일반을 하나로 묶어 악마화하는 경향도 짙어졌다. 그중에서도 장애 학생과 장애 학생의 부모는 더욱 악마화하기 쉬운 대상이다.
장애를 가진 특수교육 대상 학생의 경우 도전 행동으로 말미암아 통합 학급에 있는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한다는 것이 괘씸죄가 된다. 해당 초등학교에서는 장애 아동 수가 법정 기준을 초과해 특수학급 증설이 추진됐지만 비장애인 학부모들의 조직적인 반대에 부닥치기도 했다. 특수학급을 추가로 만들면 학교에 장애 아동이 늘어나고, 비장애 학생들이 사용할 교실이 부족해진다는 이유에서였다.
교육의 장으로서의 학교
그러나 '장애 아동'이 끼치는 '폐'라는 것은 여러 층위로 생각해 봐야 한다. 장애인의 특성을 헤아려 특정 행동을 하는 맥락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발달장애인의 특성으로 나타나는 도전 행동은 기본적으로 타인에게 해를 가할 의도는 없으되 비장애인과 의사소통 방식의 차이로 인해 자신 또는 타인에게 해를 가하는 방식으로 발현되는 행동이다. 주씨 아들이 통학 학급에서 수업을 듣던 중 여학생 앞에서 바지를 내린 행위 또한 이런 식의 도전 행동이라는 분석도 있다.
또한 한국 사회의 열악한 교육 인프라가 자초한 상황은 아닌지도 돌이켜봐야 한다. 지난해 특수교사 1인당 학생 수는 4.2명으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서 정한 기준인 4명을 넘어섰다(국회입법조사처 '2023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
특수교육 대상자는 2019년 9만 2958명, 2020년 9만 5420명, 2021년 9만 8154명, 2022년 10만 3695명, 2023년 10만 9703명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하지만 올해 특수교사 선발은 349명으로, 전년도 보다 545명 줄었다. 현장에서는 특수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2대 1은 돼야 전인적인 교육이 가능하다고 말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법정 기준이라도 지켜지기를 바라고 있다.
이렇게 열악한 환경 속 특수교육 대상자들은 쉽게 분리와 배제의 대상이 된다.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을 함께 교육해야 한다는 통합교육의 기조하에서 통합교육을 받는 장애 아동의 수와 비율은 꾸준히 상승세다. 올해 기준 전체 특수교육 대상 학생 10명 중 7명이 일반 학교에 다니고 있다.
그러나 통합교실에서 장애 학생들은 도전 행동 등을 했을 시 쉽게 특수학급으로 쫓겨나고, 소풍이나 수학여행 같은 학교 밖 체험 활동 시 골칫거리로 여겨지기도 한다.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 '우리는 더 나은 결론으로 나아갈 수 있다'에서 두 발달장애 아동의 엄마이자 통합학급의 담임 교사는 이렇게 증언한다.
"현재 특수교육대상자는 비장애 학생들의 수업에 방해가 되면 언제든지 특수학급으로 분리·배제시키기 용이한 구조로 되어 있다. ... 비장애 학생은 장애 학생에 대해 아무런 교육적 지원을 하지 않는 것을 당연히 여기게 되고, 다수에게 불편을 끼치면 분리·배제된다는 것을 학습한다."(이수현 김포 푸른솔중학교 교사)
'정당한 분리'를 가장했지만 알고 보면 장애인에 대한 혐오 정서이며, 이를 학습하는 공간으로 학교가 자리매김한다는 전언이다.
▲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교육부-특수교육교원 현장 간담회에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참석자들이 서이초 교사를 위한 묵념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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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학생이 자신 또는 타인의 신체와 생명에 위해가 되는 행동을 하는 경우 교원이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 학생에게 보호 장구를 착용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장애 학생들의 도전 행동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어온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에서는 '보호자 동의' 조항마저 빼야 한다고 얘기하지만, 학부모들은 "아동의 행위를 제지하는 것 자체가 아동학대"(전국장애영유아학부모회 등 8개 학부모 단체)라고 말한다.
결과적으로는 특수교사와 훈련된 지원 인력의 수를 늘려서 해결해야 할 문제를, 장애 아동들을 억압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것이다. 특히나 통합학급에서 보호 장구를 착용한 장애 학생의 모습은 위화감을 조성해 비장애 학생들과의 거리를 멀게 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어 보인다.
이같은 교육 당국의 인식은 특수교육 대상 학생의 고립을 심화시킨다. 이들을 교육하는 특수교사의 고립을 강화하는 한편으로, 학생·학부모와의 대립을 부추기기도 한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주호민씨의 고소로 재판받고 있는 특수교사를 위해 법정에 제출한 탄원서에 "특수교육 선생님은 반복적인 폭력 피해와 부적절한 신체접촉, 심지어 대소변을 치우는 일까지도 홀로 감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라고 썼다. 특수교사 홀로 감내해야 할 상황을 만들어 놓고, 장애 학생의 행동 특성에 대한 맥락을 삭제한 채 피해 사실만 열거해 '폐 끼치는 장애 학생'이라는 인식을 더욱 강화시키는 '갈라치기'다.
현장에서는 "한 학교에 한 명 있는 특수교사는 그동안 신에 가까운 역할을 요구받았다"(정원화 전국특수교사노조 정책실장)고 말한다. 특수교사는 장애 학생 담당 교사이면서 특수교육 관련 행정 업무 전반을 담당하는 코디네이터이자, 통합학급 학생과 교사에게 장애 이해 교육을 제공하는 '특수교육 지원자'로서의 역할도 맡고 있다. 홀로 학교 전반의 특수교육을 책임지며, 목소리를 낼라치면 모난 돌 취급받으며 고립되는 존재다.
교육 당국은 이러한 특수교육 전반의 고립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특수교사의 정원을 늘려야 한다. 훈련된 지원 인력도 확충하는 한편, 통합학급의 담임 교사 등 일반 교원들에 대한 장애 관련 직무 교육도 강화해 특수교육 대상 학생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한다.
장애를 대하는 혐오의 논리가 '노 키즈 존'이나 '노 시니어 존'처럼 연령 같은 다른 축으로 자연스럽게 옮겨간 것이 오늘날 우리가 맞닥뜨린 현실이다. 비장애인들이 장애인 때문에 느끼는 '불편'은, 사실은 비장애인 일변도로 맞춤화된 사회에서 비롯된 것이다. 또한 다름에 대한 포용력이 날로 사라지는 사회에서 온 것이기도 하다.
미래의 민주시민들을 키워내는 학교가 분리와 배제를 배우는 학습의 장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번 교육부 고시안이 그러한 경향을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심사숙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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