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위기에 수출 기댈 곳은 반도체…반등 기대에도 업황 '글쎄'
오는 4분기 '수출 플러스' 전환의 양축으로 꼽혔던 중국 시장이 거세게 흔들리고 있다. '1위 시장' 중국의 경기 침체 장기화 우려가 나오면서 한국 수출이 기댈 언덕은 사실상 '1위 품목' 반도체만 남은 모양새다. 업계에선 반도체 경기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실질적인 업황 회복은 내년에야 가능하다는 회의적 시각도 만만찮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진의 터널에 빠졌던 반도체 부문은 점차 기지개를 켜고 있다. 23일 산업연구원의 산업경기 전문가 서베이지수(PSI)에 따르면 다음 달 반도체 업황 전망 지수는 기준치(100)를 훌쩍 넘긴 148을 나타냈다. PSI는 100을 기준으로 200에 가까울수록 전월 대비 개선이라고 보는 의견이 많다는 의미다. 4월 38을 찍은 뒤 다섯달 연속 급등했는데, 지난해 이후 최고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D램 재고의 완연한 정상화가 예상된다"라거나 "인공지능(AI) 중심으로 수요 개선이 지속할 것" 등의 긍정적 전망을 했다.
기업들의 반도체 반등 기대도 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현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액 600대 기업에 조사한 9월 BSI(기업경기실사지수) 전망치에서 반도체가 포함된 전자·통신장비 부문 지수는 두 달째 기준선인 100을 찍었다. 5월(72.2) 저점 이후 회복세가 두드러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반도체 수출물량지수는 422.8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월 대비 21.6% 증가했는데, 그만큼 반도체 수출 물량이 늘었다는 뜻이다. 또한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3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의 공급초과율은 각각 -7.6%, -6.8%로 수요가 공급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됐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수출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 중 하나인 반도체는 업계에서 '3~4분기 가면서 수출이 회복될 것'이라는 긍정적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업황 반등까진 갈 길이 멀다는 신호도 여럿이다. 수출 실적과 직결되는 메모리 단가는 여전히 바닥 수준이다. 지난해 7월 2.88달러였던 D램 고정가는 지난달 1.34달러로 반 토막이 났다. 낸드플래시도 1년 새 꾸준한 내림세다. 그러다 보니 반도체 수출은 이달 들어 24.7%(1~20일 기준) 줄어드는 등 감소세가 여전하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반도체 수출 물량은 증가세인데 단가 하락이 문제다. 결국 단가 하락이 언제 멈출지가 관건"이라면서 "상반기보다 악재가 늘면서 반도체 수출 반등 시기는 올 3분기에서 4분기, 그리고 내년 1분기 이후로 계속 늦어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반도체 경기 회복 지연에 제조업 체감 경기도 먹구름이 꼈다. 23일 한은이 발표한 8월 제조업 업황 BSI는 67까지 떨어졌다. 특히 중소기업(7월 72→8월 64), 수출기업(7월 68→8월 64)에서 느끼는 경기가 안 좋았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반도체 설비, 기판 제조 등을 하는 중소기업의 업황 실적이 크게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큰손' 중국 시장 향방이 앞으로의 변수로 꼽힌다. 국내 반도체 수출의 절반 이상이 중국(홍콩 포함)에 집중된 만큼 경기 침체 여파를 벗어날 수 없어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반도체 업황은 여전히 바닥을 지나는 상황"이라면서 "중국 내수, 대(對) 세계 수출이 모두 위축되면 반도체 수출도 당분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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