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있는데 어쩌죠?" 애~앵 소리에 20분간 전국이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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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꺼진 사무실서 나와 줄지어 지하로
훈련이 시작되자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는 분주했다. 각 층 복도마다 안전모와 경광봉을 들고, 확성기를 옆에 맨 안전요원들은 “지하로 이동해 달라”고 안내했다. 행안부를 비롯해 금융위원회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여성가족부·통일부 등 청사 내 공무원들은 불이 꺼진 사무실에서 나와 줄지어 계단을 내려갔다.
대피 장소는 정부서울청사 지하 3개 층이었고, 지하 2층 탁구장에선 안전교육을 하고 있었다. 이곳에선 인체 모형을 본뜬 마네킹을 활용한 심폐소생술과 줄 매듭법, 방독면(K-5) 착용 실습 교육을 했다. 실습에 참여한 공무원들은 “하나, 둘, 셋” 구령에 맞춰 마네킹 가슴을 힘주어 눌렀다. 한 훈련 참가자는 “이 정도로 (흉부를) 눌러야 하나”며 소방 관계자에 묻기도 했다.
이날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된 민방위 훈련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과 같은 공습 상황을 가정하고 실시됐다. 훈련은 오후 2시부터 20분 동안 공습경보→경계경보→경보 해제 순으로 진행됐고, 주민 대피와 전국 216곳 구간 자동차 통제는 15분간 실시됐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세종과 충북·경북 등 57곳 지역은 제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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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상황처럼…일부에선 아랑곳 안 해
지난해 11월 북한이 ‘앞바다에 순항미사일을 쐈다’고 주장한 울산은 현대차와 에쓰오일 등 기업들이 밀집한 곳이다. 이날 민방위 훈련이 시작되자 울산 동구 소재 HD현대중공업은 건조 중인 선박에 적의 포탄이 떨어지는 상황을 가정해 실제 상황이 발생한 듯 훈련을 진행했다. 울산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선 조업 중인 직원 이동을 일시적으로 제한했고, 민방위 요원을 공장 곳곳에 배치했다.
차량 이동통제 훈련 구간인 대구 달서구 죽전네거리에선 사이렌 소리가 울리자 신호등이 노란색으로 변하면서 깜박거렸다. 이에 왕복 8차선 도로에 있던 자동차 수십여대가 멈춰섰다. 한 운전자가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자동차 창문을 내리자 경찰관이 “민방위 훈련 중입니다”라고 안내했다. 일부 차는 시동을 끄고, 훈련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운전자가 “요로결석 환자가 있어 급히 병원에 가야 한다”고 한 차는 경찰 안내를 받아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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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장관은 접경지역 동두천에서 훈련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접경지역인 경기 동두천시에서 민방위 훈련에 참석했다. 이 장관은 “민방위 훈련을 통해 적의 공습으로부터 나 자신은 물론 가족과 이웃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시스템이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운채‧김윤호‧김민주‧백경서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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