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 등록금에 골프 회원권까지…기부금 '펑펑' 쓴 이사장 발각
다수의 공익 법인들이 공익 목적으로 조성된 기부금 등 법인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인 출연 재산으로 이사장 손녀의 등록금을 내거나, 골프 회원권을 구입한 사례 등이 적발됐다.
국세청은 출연 재산을 공익목적 외에 사용한 53개 공익법인과 공시 의무를 어긴 24개 공익법인 등 모두 77개 공익법인의 법 위반 사례를 적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최재봉 국세청 법인납세국장은 “일부 대기업 관련 공익법인이 포함돼 있다”라며 “의료재단이나 장학재단 등이 많이 들어 있었다”고 말했다. 위반 금액은 모두 473억원 규모다.
공익법인은 사회복지·종교·교육·장학·의료 등 사회 일반의 이익을 목적으로 민법 또는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에 의해 설립된 비영리 법인을 말한다. 공익법인 의무이행 점검 업무가 지난해 해당 주무관청에서 국세청으로 이관됐다. 이에 지정·신고 및 사후 관리 등 공익법인 관련 업무 전반을 맡게 된 국세청은 올해 상반기에 법인 자금 사적 유용 혐의가 있는 113개 불성실 공익 법인에 대한 검증 작업을 벌였다.
국세청에 따르면 몇몇 공익 법인은 법인 자금을 가족 교육비나 본인 여가비 등에 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A공익법인은 법인 자금으로 해외에 거주하는 이사장 손녀의 해외 학교 등록금을 냈을 뿐 아니라 공익법인 카드로 역시 해외에 있는 이사장 자녀의 국내 체류 생활비 및 항공료를 결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법인은 이사장 자녀 및 배우자가 공익법인에 근무한 것처럼 허위로 꾸며 급여를 주기도 했다.
B공익법인의 경우 기부금으로 고가 골프회원권을 매입한 뒤, 주무관청에는 ‘임직원 복리증진용’으로 신고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사장 등 특정인만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수 관계인과의 부당 내부 거래 사례도 있었다. 일례로 C공익법인은 이사장 일가가 출자한 법인에 건물 관리 업무를 모두 위탁한 뒤 고액의 관리 수수료를 지급했다.
국세청은 해당 공익법인에 대해 관련 세금을 추징하고 결산 서류를 수정해 재공시하도록 했다. 법인 재산의 사적 사용 및 회계 부정이 확인된 공익법인은 향후 3년간 국세청의 사후 관리를 받게 된다.
최재봉 국장은 “기부금 부정 사용은 공익 법인에 대한 신뢰도를 심각하게 훼손해 기부 의욕을 감소시키고 기부 문화 활성화에도 걸림돌로 작용하는 만큼 공익법인에 대한 치밀한 관리가 필요하다”라며 “적발된 공익법인 중 일부는 세무조사를 의뢰할 수 있고 범칙조사(명백한 탈세 혐의가 드러나 고발 등 처벌을 목적으로 실시하는 세무조사)로 전환되면 형사 처벌도 받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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