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지금 누가 과연 '반국가세력'인가
[윤성환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2023.8.15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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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대한민국에 난데없이 "반국가세력"이라는 '유령'이 떠돌고 있다. 지난 6월 28일 자유총연맹 행사부터 시작해 8.15 경축사, 8월 21일 을지 국무회의에 이르기까지 윤석열 대통령은 시종일관 지금 우리 사회에 '북한에 이용당하는 반국가세력'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들은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여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공산전체주의'라는, 사회과학 용어에도 없고 일반 국민들이 생전 들어본 적도 없는 생뚱맞은 '조어(造語)'까지 구사했다.
적어도 윤 대통령의 발언대로라면, 이 사회에서 민주주의와 인권, 진보주의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은 거의 전부 '반국가세력'이나 다름없게 된다. 그리고 그들이 '북'에 이용당하고 있다는 것이 윤 대통령 주장의 핵심 요지이다. 그렇지만, 윤 대통령은 이토록 광범위한 사람들을 '반국가세력'이라는 '흉포한 언어'로 낙인찍으면서도 그 근거조차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윤 대통령의 이러한 인식과 사고방식이 미국과 일본의 주권 침해마저도 용인하는 친미, 친일 일변도의 외교정책, 한국 경제의 추락을 야기하는 반중 정책 등 실제 정책으로 발현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과연 누가 반국가세력인가
현재와 같은 대의 민주주의에선 윤석열 정권처럼 북한과의 대화, 교류를 통한 한반도 평화 정책을 포기하고, 북한 정권과 적대하며, 북한 정권을 타도의 대상으로 보는 세력도 집권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방법'이다. 윤석열 정권은 북한의 위협에 대한 대처를 내세우며 한국을 '반중'을 내세우는 미일 안보협력체제의 하위 체제에 편입시켜 버렸다. 이는 불과 얼마 전까지 한국의 최대 교역 대상국이었던 중국의 반발을 야기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반국가세력'이라 지목하고 있다.
윤석열 정권이 실제로 진정한 '반북(反北)'을 시도하고, 북한 정권의 존립을 어렵게 만들고 싶다면, 미국, 일본만이 아니라 중국도 '활용'할 수 있어야 하고 러시아도 '활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왜냐면 이들 나라는 전통적으로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으면서 북한 정권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나라들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반중(反中) 전선'에 가담하게 되면, 그 역풍으로 북·중·러의 밀착을 가속화할 수밖에 없고, 이는 도리어 북한 정권의 존립에 커다란 기여를 하는 꼴이 된다.
실제 이전까지 북한의 핵 보유에 반대 입장을 표명해왔던 중국과 러시아가 이제는 유엔 무대에서 북핵을 지지하는 입장으로 선회하고 있다. 지난 7월 27일 북한의 '전승절 열병식'에서 잘 드러났듯 실제 그러한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북한 정권이 국제 사회에서 '고립'되기는커녕, 도리어 그 국제적 입지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는 형국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 윤석열 정권의 외교정책은 그 목적조차 제대로 달성할 수 없는, 일차원적 논리에 기초해있다고 할 것이다. 미국과 일본에 대한 정책도 우리의 입장에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과 일본의 '인도-태평양 전략'이라는 '반중 구상'에 전적으로 편입되는 형태다.
8월 18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 결과가 이를 잘 보여준다.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 공동성명에는 "우리는 모든 영역과 인도-태평양 지역과 그 너머에 걸쳐 3국 협력을 확대하고 공동의 목표를 새로운 지평으로 높이기로 약속한다. … 우리는 한미동맹과 미일동맹 간 전략적 공조를 강화하고, 3국 안보 협력을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또 '공약'에는 "(한미일 중) 한 나라가 안보 위협에 처하면 세 나라가 공동 대응을 협의한다"라는 구절이 있다.
적어도 이대로라면, 향후 대만과 같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과 대만(또는 미국) 사이에 무력 분쟁이 발생할 경우 우리의 젊은이들이 미국과 일본의 첨병으로 동원되어야 할 판이다. 또 한반도 내에서 무력 분쟁이 발생할 경우 일본이 군사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대체 우리가 중국과 군사적으로 대적해야 할 이유가 무엇이 있는가? 또 과거 한국과 아시아 이웃 국가들을 침략해 가혹한 식민 지배와 침략 행위를 자행한 뒤에도 여전히 그 정당성을 강변하고 있는 일본의 군사적 개입을 받아들여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한마디로 '전략 없는 외교'요, '일방적인 굴종'인 것이다. 이번 정상회의가 끝난 뒤 "미국의 외교적 꿈이 실현된 것"이라는 <뉴욕타임스>의 반응이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더구나 미 국방부가 동해를 두고 "일본해가 맞다"고 주장한 사실에서 드러나듯 우리의 영토, 영해에 대한 주권을 침해당하면서까지 미국과 일본에 굴종하는 것은 '외교'가 아닌, '용납할 수 없는 반국가행위'이다. 지금 윤석열 정권과 여당은 해당 보도에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우리 젊은이들을 미국과 일본의 첨병으로 내보낼 구실을 주고, 영토(영해)에 대한 주권 침해마저 용인하는 행태야말로 '반국가행위'가 아니고 무엇인가?
게다가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 문제는 또 어떠한가. 지난 16일 일본 <아사히신문>은 "윤석열 정권과 여당 내에서 오염수 방류가 불가피하다면 총선에 악영향이 적도록 방류를 빨리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이 같은 목소리가 일본에도 비공식적으로 전달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에 대한 국민적 우려와 관련해 오히려 현 정권과 집권 여당이 내년 총선을 의식해 일본에 빨리 방류해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식이 알려진 후 정부에서 해당 매체에 정정보도 등을 요청했다는 뉴스는 아직 보지 못했다.
이것이 어떻게 '국가의 구성원'인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야 하는 정부가 할 일인가? 게다가 대통령실 예산으로 직접 일본의 핵 오염수가 안전하다는 유튜브 영상을 제작, 배포했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윤석열 정권이야말로 반국가세력이 아닌가? 실제로도 지금 일본 현지에서는 "정치가와 언론들이 윤석열 대통령을 일본 가치관과 가장 일치하는 대통령으로 극찬하고 있다"라는 전언(이영채 교수)까지 들려오고 있다.
결론적으로, 지금 국내에는, '윤 대통령이 말하는 반국가세력'이 따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정작 윤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실의 외교안보 책임자들이 반국가행위를 자행하고 있다. 이 땅에 진정 보수가 존재한다면, 이와 같은 윤석열 정권의 행태에 더욱 발끈해야 할 것이다.
기실 윤 대통령의 8.15경축사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듯 지금 윤 대통령의 칼끝이 국내의 정치적 비판 세력을 향해있는 것도, 현재 윤석열 정권의 외교, 안보정책으로는 근본적, 실질적으로 북한의 위협을 제어, 극복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국가의 안보와 외교를 미국과 일본에 의탁해버린 그가 할 수 있는 건 국내의 비판세력, 시민사회를 향해 칼끝을 겨누고, "반국가세력", "야비", "패륜"과 같은 '언어 흉기'를 휘두르는 것뿐이다. 자신이 강대하다고 생각하는 나라에는 국가 이익과 장래에 대한 일말의 고려 없이 굴종만 일삼으면서 자국민을 향해선 '언어 흉기'를 휘두르는, 이 얼마나 졸렬하고 못난 행태인가.
뿐만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입만 열면 "자유", "자유민주주의"를 외치고 있지만, 지금 국내의 민주주의를 붕괴시키고 있는 세력 또한 윤석열 대통령과 집권 여당 그 자신이다.
우리나라 헌법에 잘 드러나듯 현재 민주주의 헌정질서의 기본적 토대는 '3권 분립'이다. 이 기본적 토대조차 무력화시키려 하고 있다. 대법관에 대통령의 친구이자 후배인 인사를 임명하는가 하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기업의 배상 책임을 명시한 법원의 판결과 피해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제3자 변제'를 강행했다. 작금의 언론 장악 공작은 또 어떠한가.
현재 윤석열 정부의 행태가 이상과 같음에도 대다수 언론 지면과 포털은, 일부를 제외하면, 조용하기만 하다. 지난 정부 시기 이른바 '조국사태', '윤미향 사태' 때에는 수만 건이 넘는 기사를 양산해내며 자신들이 정의의 사도인양 법석을 떨던 기자들과 포털이 미국의 '일본해 표기 공식화'와 같은, 이토록 나라의 명운이 걸린 일대 문제에는 침묵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그들이 외쳤던 정의가 이 땅의 '보수 기득권 세력'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선택적 정의'였음을 반증한다.
윤석열 정부의 '반국가행위'가 맞이할 종착점은 어디일까? 우리 근현대사에는 역사를 두려워하지 않는 정권의 일방적 폭주를 시민들이 나서 끝장낸, 유구한 전통과 경험이 있다. 역사는, 희망의 자양분이다. 아무리 윤석열 정권이 언론을 장악하려 한다고 한들, 물밑에서 터져 나오는 민심의 충동과 목소리까지 다 막아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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