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모르는 타인의 마지막을 들여다보며 깨닫는 것

김은미 2023. 8. 23.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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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는 참 많은 직업들이 존재한다.

실제로 이런 일을 하는 사람도 있을까 싶을 정도로 낯선 직업들도 있다.

조금은 특수한 직업인 '죽은 자의 집을 청소하는 일', 그러니까 세상에 누군가가 남겨 놓은 흔적들을 지우는 일은, 그러나 이를 다룬 영화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그렇게 고요하지만은 않다고 한다.

가난하기 때문에 혼자 죽는 사람들, 외롭기 때문에 혼자 죽는 사람들, 그들 흔적들을 지우면서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 직업적 고뇌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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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특수 청소 전문가가 쓴 '죽은 자의 집청소'를 읽고... 귀하지 않은 인생은 없다

[김은미 기자]

 <죽은 자의 집 청소> 책표지
ⓒ 김영사
 
세상에는 참 많은 직업들이 존재한다. 실제로 이런 일을 하는 사람도 있을까 싶을 정도로 낯선 직업들도 있다. '특수 청소 전문가'라는 직업 또한 그렇다. 이들이 주로 하는 일은 죽은 자의 집을 청소하는 일이다.

홀로 고독사 하신 분들,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뒤늦게 발견되신 분들, 사후 장례를 치러줄 사람이 없는 무연고자분들의 집을 청소하며 삶의 마지막을 깨끗하게 정리해 준다. 어쩌면 누군가의 아픔을 전제로 돈을 버는 직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어떤 직업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로 함부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누군가의 삶에 대해 가벼운 무게로 질문해서도 안 된다. 그리고 이 일은, 쉽게 한마디로 대답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조금은 특수한 직업인 '죽은 자의 집을 청소하는 일', 그러니까 세상에 누군가가 남겨 놓은 흔적들을 지우는 일은, 그러나 이를 다룬 영화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그렇게 고요하지만은 않다고 한다. 실제로는 눈과 코를 자극하는 극한의 상황들이 모두를 뒷걸음치게 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안으로 뛰어 들어가 남은 물건들을 치워야 하는 사람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필 이런 일을 하는 이유가 뭐냐고, 혹시 이 일에서 보람을 느끼느냐'고... 호기심 반 궁금증 반으로 사람들이 쉽게 던지곤 하는 이 질문들에 저자는 이렇게 답한다. '식탁을 치우는 자가 특별한 자가 아닌 것처럼, 특수 청소업 종사자 역시 서비스를 제공해서 수익을 내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135쪽)'이라고 말이다. 그렇게밖에 대답할 수 없는 상황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을 맞이하는 장소

저자에 따르면, 죽은 자의 집을 정리하다 보면 고인의 죽음 이전의 삶과 마주하게 되고 그들의 삶의 스토리 안에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남겨진 자들의 아픔을 고스란히 느끼게 된다고. 가난하기 때문에 혼자 죽는 사람들, 외롭기 때문에 혼자 죽는 사람들, 그들 흔적들을 지우면서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 직업적 고뇌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발 디딜 틈 없이 쓰레기로 채워진 공간에서 죽음을 맞이한 사람, 분리수거까지 완벽하게 하고 자신의 주변을 깨끗이 정리한 뒤 죽음을 선택한 사람, 각기 다른 이유로 세상을 떠났지만 모든 죽음은 안타깝기만 하다. 특히, 외로운 이의 죽음이 발견된 곳은 대부분 좁은 집이거나 낡은 집이라는 사실이 가슴 아프다.
 
 우리의 마지막은 어떤 모습일까(자료사진).
ⓒ 픽사베이
 
저자의 지적처럼, 가난과 고립사는 늘 붙어 다닐 수밖에 없다는 사실 앞에서 숙연해진다. 모든 사람에게 죽음은 필연이므로, 어떻게 삶을 마무리할 것인지에 대해 한 번쯤 고찰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게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귀하지 않은 인생은 없다. 이 세상에 존재했다는 단 하나 이유만으로도 그 삶은 가치 있었다고 믿는다. 죽은 자의 집을 청소하면서 죽음을 비난하거나 호도하려는 의도 없이, 그저 이해해 주고 어루만져 주려고 했던 작가의 마음이 행간에서 읽혀 숭고한 마음이 든다.
 
"도시의 외로움과 시골의 고독은 거리만 떨어져 있을 뿐 속내는 하등 다를 바 없다. 지금 여기에서 내가 외롭다면 또 다른 누군가도 어딘가에서 홀로 외로울 것이다. 그곳이 어디든 우리가 누구든 그저 자주 만나면 좋겠다. 만나서 난치병 앓는 외로운 시절을 함께 견뎌내면 좋겠다. 햇빛이 닿으면 쌓인 눈이 녹아내리듯 서로 손이 닿으면 외로움은 반드시 사라진다고 믿고 싶다.(책 165쪽)"
 
우리가 맞이할 마지막 모습

책에서 작가는 수많은 죽음을 목도하면서도 누군가가 쉽게 죽음을 선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죽음의 의미를 다시 묻는다. 그러면서 독자들 또한 삶과 존재에 대한 가치 부여를 다시 한 번 견고히 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보여준다.

삶의 방향성만을 쫓느라 뒤를 살피지 못했던 어리석음을 반성하게 하는 마음으로, 사회적 책무를 이행하는 심정으로, 언급하기 어려운 주제의 글을 담담히 써 내려간 작가의 용기가 책을 읽고 있는 우리 모두의 삶을 다독여준다는 느낌이 들었다. 앞으로 더욱 잘 살고 싶다는 생각을, 누군가의 외로움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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