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면 모릅니까” 썰렁한 자갈치시장, 뚝 끊긴 손님에 ‘울상’
“보면 모릅니까, 장사도 안되는구먼 왜 자꾸 묻습니까.”
한산한 부산 자갈치시장에 한 상인은 장사가 좀 되냐는 기자의 질문에 언성을 높였다.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해양 방류를 하루 앞둔 23일 부산 중구 자갈치시장에는 손님보다 상인이 더 많았다. 여행객들로 붐비던 부산역에서 벗어나 10여 분을 달려 도착한 부산 대표 수산물 시장인 자갈치시장은 점심시간임에도 ‘썰렁함’이 전체를 뒤덮고 있었다.
이날 자갈치시장 1층에서 손님과 상인이 가격 흥정하는 모습을 보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시장 내 한 상인은 “10여년 전 일본에서 원전 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여기서 장사하고 있었는데 그 당시 손님이 계속 줄더니 결국 뚝 끊겼었다”면서 “그때 같은 상황이 재현될까 봐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지나가는 손님을 붙잡는 상인들의 표정도 밝지 않았다. 손님 잡기에 실패한 한 상인은 “원래 낮 장사보다 술 한잔 걸치는 저녁 장사가 중심이긴 하지만 최근 일본 오염수 방류 소식이 뉴스에 나오면서 요 며칠 사이 손님이 더 떨어졌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 상인은 평소보다 부쩍 보기 힘든 손님들을 향해 “재고가 많아서 그러니 도매가에 주겠다”고 외치기도 했다. 한 횟집 주인은 “최근 방사선 검사를 진행하면서 횟감 가격도 오르고 있어 이중고를 겪고 있는 셈”이라며 울상 지었다.
회센터를 찾은 시민들도 불안감을 느끼긴 마찬가지였다. 광어회를 사러 왔다는 박모(59)씨는 “국제원자력기구가 괜찮다고 하니 그런가보다 싶었는데 막상 방류를 시작한다고 하니 불안해지는 것도 사실”이라며 “먹는 음식과 관련된 것이니만큼 국민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도록 나라에서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원에서 여행 왔다는 서모(62)씨는 “원전 사고는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지만, 일본 정부는 우리를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해양 방류를 막을 수 없으니 전 세계가 합심해 잘 감시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비슷한 시각 경남의 최대 수산물 시장인 마산 어시장에는 식사 중인 테이블도 있었지만, 손님을 기다리며 하염없이 앉아 있는 상인들을 더 많이 볼 수 있었다.
가게 입구에서 손님을 기다리던 한 횟집 주인은 “코로나를 겨우 넘기고 이제 장사를 좀 하려나 싶었는데, 오염수 방류 결정으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대답을 마친 그는 씁쓸한 웃음을 보이며 손님 없는 어시장 입구만 바라봤다.
수산물 소비 촉진을 위해 오는 25~27일 개최 예정인 ‘마산 어시장 축제’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심명섭 마산어시장 상인회장은 “전어 축제를 하루 앞두고 오염수를 방류하기로 했다는 일본의 결정을 듣고 화가 난다”며 “안전하다는 정부의 말을 믿고 싶지만, 손님들은 심리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 같아 속이 탄다”고 말했다.
수산업계와 지자체는 시민들의 불안감을 줄이기 위한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국내 연근해 수산물의 30%가 유통되는 부산공동어시장은 지난 21일부터 경매 시작 전 방사능 검사를 진행하는 신속 검사 제도를 도입했다. 지금껏 검사 결과는 구두 통보했지만, 조만간 결과지를 ‘인증서’처럼 공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부산시는 올 하반기 해수 무인 감시망을 2곳에 추가 설치하고, 이동형 방사능 신속 분석 장비 2대를 추가 도입기로 했다. 또 식품·수산물 방사능 분석 장비도 2대를 추가해 수산물 안전성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경남도는 수산물 방사능 검사를 주당 20건에서 40건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일본산 등 수입 수산물 원산지 단속도 강화할 계획이다. 더불어 수산물 안심 소비 캠페인과 지역 축제·행사와 연계한 다양한 수산물 소비 촉진 사업도 발굴해 나가기로 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창원=강민한 기자 news828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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