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법, 기후위기 막기 부족… 미래세대 인권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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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을 낮게 설정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하 탄소중립기본법)'은 미래 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정부의 법적 의무를 처음으로 확정한 네덜란드 '우르헨다 판결', 독일 정부 NDC 목표가 과소 설정돼 미래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판단한 독일연방헌법재판소 '노이바우어 사건' 등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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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을 낮게 설정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하 탄소중립기본법)’은 미래 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헌재가 오래도록 심리해온 ‘기후변화 헌법소원’ 사건을 놓고 위헌 의견을 피력한 것이다. 인권위의 결정에는 국가의 기본권 보호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의견이 들어 있다. 청소년 기후소송을 주도한 ‘플랜 1.5’는 국민일보에 “국가기관이 기후변화는 인권침해의 문제라는 점을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인권위는 23일 “(탄소중립기본법은) 기후변화로 침해되는 현재세대와 미래세대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탄소중립기본법이 국가의 기본권 보호 의무를 위반했을 뿐 아니라 포괄위임금지 원칙, 의회유보의 원칙, 평등의 원칙도 위배했다는 것이었다. 이 의견은 현재 헌재가 심리 중인 4건의 헌법소원 사건과 관련해 제출됐다. 헌법소원들은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과학적 근거를 반영하지 않았거나 과소설정돼 미래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취지로 제기됐었다.
헌법소원을 주도한 기후단체는 이번 인권위의 의견 표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윤세종 플랜1.5 변호사는 국민일보에 “이번 인권위 의견은 국가기관이 처음으로 기후변화가 인권침해의 문제라는 점을 확인했다는 점, 그리고 현재 기후대응 수준으로는 더 큰 침해를 막을 수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윤 변호사는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진행 중인 기후소송에서 원고들이 주장하는 기본권 침해를 인정하는 의견을 냈기 때문에 헌법재판소의 심리에도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인권위의 의견 제출에는 기후변화에 대한 국가 책임을 폭넓게 인정해온 세계 사법부의 경향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정부의 법적 의무를 처음으로 확정한 네덜란드 ‘우르헨다 판결’, 독일 정부 NDC 목표가 과소 설정돼 미래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판단한 독일연방헌법재판소 ‘노이바우어 사건’ 등을 언급했다. “기후위기는 평범한 조치로는 해결할 수 없는 비상사태”라는 해외 사법부들의 잇따른 판단에 주목한 것이다.
인권위는 특히 “미래세대에게 불균등하게 부담을 전가하는 것은 합리적 근거 없는 차별적 취급”이라는 결정을 남겼다. 현 세대의 부담을 줄이는 것에 급급해 온실가스 감축을 제대로 달성하지 않는다면, 이는 감축의 부담을 미래세대에 전가하는 격이라는 지적이었다. 인권위는 기후변화협약, 교토의정서, 파리협정의 내용은 물론 2007년부터 IPCC(정부 간 기후변화 협의체)가 여러 차례에 걸쳐 발표한 평가보고서의 경고들도 빠짐없이 의견에 담았다.
인권위는 미 하와이주 대법원이 지난 3월 바이오에너지 발전소 ‘후 호누아’의 가동 중단을 확정한 사례를 결정문에 인용했다. 당시 미 하와이주 대법원은 “우리는 유일무이한 기후 비상사태에 직면해 있다. 우리 아이들과 미래세대의 생명이 위태롭다”고 했었다. 보충의견을 집필한 마이클 윌슨 전 미 하와이주 대법관은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구 온도가 1.1도 상승한 지금도 이미 재앙적”이라며 “(파리협정에서의 지구 온도 상승 목표치인) 1.5도는 기본권을 보호할 수 있는 기준이 못 된다”고 했었다(국민일보 4월 25일자 1면 참조). 하와이에서는 최근 마우이섬 대형 산불 이후 기후위기 경각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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