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가압류는 노동자 죽이는 무기, 노조법 2·3조 개정해야"
[장재완 기자]
▲ 노조법2·3조개정대전운동본부와 민주노총대전지역본부는 23일 오후 대전 중구 선화동 대전시NGO지원센터에서 '노조법 2·3조 개정 대전지역 토론회'를 개최했다. |
ⓒ 오마이뉴스 장재 |
노동자에 대한 손배가압류는 사용자의 재산권 보호 수단이 아니라 노동자를 죽이는 무기라며 반드시 손배가압류를 금지하도록 노조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노조법2·3조개정대전운동본부와 민주노총대전지역본부는 23일 오후 대전 중구 선화동 대전시NGO지원센터에서 '노조법 2·3조 개정 대전지역 토론회-일하는 대전시민들의 권리, 어떻게 보장하고 확대할 것인가'를 개최했다.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에 관한 법률안(노조법 2·3조 개정안)'은 노동조합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3조)과 노사관계에서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2조)이 골자다.
개정안은 단체교섭이나 쟁의행위 등 근로자나 노조의 활동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 사용자가 노조나 근로자에게 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폭력이나 파괴로 인해 발생한 직접 손해에 대해서는 예외로 한다.
또한 협력업체 노동자나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원청과의 단체교섭을 하기 어려운 것을 고려해, 노사관계에서 사용자를 '근로계약의 형식과 상관없이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 지배력 또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로 확대하고 협력·하청 노동자들이 진짜사장과 직접 교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날 '노조법 2조 및 3조 개정과 대전시민의 기본권, 노동권 확대'라는 주제로 발제에 나선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 5명에 대해 470억 원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례 등을 소개하면서 "회사는 노조가 파업을 하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손해배상 소송과 가압류로 노동자들을 압박하고, 이로 인해 고통스러워하던 노동자들은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한다"며 "손배가압류는 사용자의 재산권 보호 수단이 아니라 노동자를 죽이는 무기"라고 주장했다.
이어 "1994년 동산의료원 손해배상 판결 이래, 오랜 기간 손배가압류가 노조와 조합원을 괴롭히기 위한 수단으로, 노동3권을 탄압하는 수단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면서 "손배가압류가 노동조합을 파괴하고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을 훼손하는 지금의 현실을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특히 사내하청, 파견, 계약직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고 밝혔다.
그는 "현행 노조법의 사용자와 노동자 규정은 1953년 4월 15일 제정된 이래 1997년 노동조합법 및 노동관계조정법으로 통합된 후로도, 현재까지 규정은 변화하지 않고 있다"며 "당시 노사관계는 직접적 노사관계, 즉 경제적 사용종속관계라는 개념에 따라 규율하는 것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70년이 지난 지금은 비정규직이 급증하고 노동 현실은 크게 바뀌었다. 사내하청과 같은 간접 노동 형태, 파견 내지 계약직 비정규직 근로자 형태 등 '직접' 임금을 주지 않고, 지시를 하지 않으나 실질적으로는 임금이나 근로조건에 영향을 주는 근로관계가 생겨났다"고 소개했다.
그는 "현재의 노조법은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지 못해 많은 노동자들에게 노조할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을 정점으로 다단계 하도급 구조로 돼 있는 현실에서 노동자들이 자기 진짜 사용자를 대상으로 교섭조차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불법파견 소송이 법원에 즐비한 상황에서 파견법을 바꿀 것이 아니라 실제 사용자와 노동조건을 논의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노란봉투법을 '손배폭탄방지법', '진짜사장 교섭법', '특수고용 노동권보장법'이라고 소개한 정 교수는 "노조법 2·3조가 현재 그대로 지속된다면 자본과 기업은 계속해서 비정규직을 늘리고 이 법 뒤에 숨으려 할 것이다. 자본은 위장된 개인사업자의 나라를 만들려는 꼼수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정 교수는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 어떤 유보도 없이 무조건적으로 보장해야 하는 자유권인 노동3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만드는 손배폭탄을 금지하고, 노사가 대화 테이블에 앉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노조법2·3조개정대전운동본부와 민주노총대전지역본부는 23일 오후 대전 중구 선화동 대전시NGO지원센터에서 '노조법 2·3조 개정 대전지역 토론회'를 개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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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에 나선 패널들도 노조법 2·3조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종갑 민주노총대전본부 교육선전국장은 "노란봉투법은 쟁의행위에 대한 무분별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남발하는 현실을 개선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그럼에도 '사용자의 정의를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 결정하는 자'로 확대하고 쟁의행위에 대한 정의를 개정해 기존 이익분쟁은 물론 '권리분쟁까지 쟁의행위의 대상으로 포함'한 점 등은 의미 있는 진전이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 문제와 노동조합 쟁의활동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손배청구가 여전히 살아 있는 한 노동자들은 헌법상 노동3권과 '결사의 자유'는 제한을 받게 될 것"이라며 노조법 2·3조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콜센터 노동자인 김현주 민주노총대전본부 부본부장은 76%가 비정규직 노동자인 콜센터 노동자들의 현실과 원청사용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 방광염, 성대결절, 정신질환 등 다양한 질병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 등을 소개하면서 "노조법 2조개 개정되지 않으면 콜센터 노동자의 환경은 바뀔 수 없다.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고 했다.
이 밖에도 김재섭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과 김예주 대전여민회 고용평등상담실 상담활동가 등이 토론자로 나서 노조법 2·3조 개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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