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돌아온 SK바이오사이언스 독감백신…500만도즈 공급 나선다

이명환 2023. 8. 23. 16: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백신 생산기지 안동 L 하우스 가보니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 출하준비 한창
세계 최초 세포배양 4가 독감백신
3년 만에 생산 재개…23일 출하 개시

22일 오후 찾은 경북 안동시의 SK바이오사이언스 L 하우스.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 생산 기지인 이곳에서는 출고를 앞둔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스카이셀플루'의 검수와 포장 작업이 한창이었다. 생산 공정을 마치고 넘어온 백신 원액을 주사기 형태의 프리필드시린지(PFS)에 충전해 제제로 만드는 과정은 대부분 기계화돼 자동으로 이뤄졌다. 검수와 포장 작업을 맡은 직원들은 몰려든 취재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각자 맡은 일에 집중했다. 스카이셀플루의 출하를 하루 앞둔 22일, L 하우스를 찾아 생산과 품질관리(QC) 공정을 둘러봤다.

경북 안동시 SK바이오사이언스 L 하우스에서 독감 백신 '스카이셀플루'의 검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공=SK바이오사이언스]

SK바이오사이언스가 4가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의 출하를 23일부터 재개한다. 2021년 2월 스카이셀플루의 생산 일시 중단을 결정한 지 3년여 만이다. 당시 회사 측은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의 생산에 집중하기 위해 기존 스카이셀플루 생산라인을 전환하면서 국내 공급을 일시 중단해왔다. 이에 따라 내달부터 국내 병·의원에서 스카이셀플루의 접종이 가능해진다.

이날 출하를 시작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가 내년 초까지 국내에 공급하는 독감백신 물량은 약 500만 도즈에 달한다. 3년여 만에 인플루엔자 백신 시장에 재진입했지만, SK바이오사이언스의 기술력 덕분에 품질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2015년 국내 첫선을 보인 스카이셀플루는 출시 4년여 만에 국내 시장 점유율 1위 자리에 올랐다. 2023~2024년 국가필수예방접종(NIP)을 위한 질병관리청의 입찰에서도 가장 많은 물량인 242만 도즈를 배정받으면서 독감 백신 시장의 강자임을 재차 입증했다.

세계 최초 세포배양 4가 독감백신…변이 가능성 적어

SK바이오사이언스 스카이셀플루4가. [사진제공=SK바이오사이언스]

스카이셀플루는 세계 최초로 세계보건기구(WHO)의 사전적격성평가(PQ)를 받은 세포배양 방식의 4가 독감백신이다. 세포배양 방식은 동물 세포를 활용해 바이러스를 배양, 백신을 생산한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독감 백신이 대부분 유정란에서 바이러스를 배양하는 유정란 방식인 것과는 대비된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세포배양 방식의 4가 독감백신 상업화에 성공한 곳은 SK바이오사이언스와 다국적제약사 시퀴러스가 유이하다.

세포배양 방식이 유정란 방식보다 생산 기간이 짧아 신속한 생산이 가능해 대유행에도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는 게 SK바이오사이언스의 설명이다. 생산에 유정란이 활용되지 않아 계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도 접종할 수 있고, 무균 배양기를 활용해 항생제나 보존제 투여도 불필요하다.

백신의 변이 가능성이 작다는 점도 장점이다. 유정란 방식의 경우 바이러스가 배양 및 증식하면서 유정란에 적응해 변이가 발생할 수 있는데, 세포배양 방식인 스카이셀플루에서는 발생 가능성이 작다는 게 SK바이오사이언스의 설명이다. 인플루엔자 백신은 매년 타깃으로 삼는 균주가 달라진다. 인플루엔자가 매년 조금씩 변이를 거치기 때문이다. WHO에서 매년 북반구 지역에 유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독감 균주를 발표하고, 백신을 생산하는 기업들은 해당 균주를 기반으로 백신을 개발 및 생산한다. 이 과정에서 변이 가능성이 작을수록 백신의 효과는 안정적이다.

이 같은 장점들을 근거로 해외 보건당국은 세포배양 방식의 독감백신을 우선 접종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영국 백신접종과면역 공동위원회(JCVI)는 최근 '2023-24절기 독감 백신 연령별 가이드'를 통해 2세에서 64세까지의 접종 대상자에게 세포배양 방식의 4가 독감백신을 우선 권고한다고 발표했다.

엄격한 품질관리 검사…백신시장 확대 가능성도

경북 안동시 SK바이오사이언스 L 하우스에서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의 품질검증(QC)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공=SK바이오사이언스]

업계 일각에서는 유정란 방식이 전통적인 백신 제조법인 만큼 안정성이 더 나을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다만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백신의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해 꼼꼼한 절차를 거치고 있다. 이날 둘러본 QC 공정을 위한 연구실에서도 연구원들은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실험을 이어가고 있었다. 해당 공정에서는 백신에 충분한 함량의 항원이 투입됐는지, 접종 안전성은 확보됐는지를 다각도로 시험한다. 여러 차례의 시험에서 단 한 번이라도 통과하지 못한다면 백신은 출고될 수 없다. 이주섭 L 하우스 QC실 팀장은 "품질관리 시험 이후에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정한 국가검정기관에서 재평가에 들어간다"며 "백신 원액에서부터 완제품까지 여러 차례의 시험을 거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여러 번의 검증을 거치는 만큼 백신의 안전성이 담보된다는 설명이다.

본격적인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을 맞으면서 올해 독감백신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마스크 착용의무 전면 해제 등의 영향으로 이례적인 '여름 독감'이 유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질병청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5일까지 독감 증세를 보이는 의심 환자의 수는 1000명당 14.1명에 달했다. 이는 질병청이 분류하는 유행기준인 4.9명보다도 2.9배 많고, 같은 기간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6년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

독감백신의 무료접종 대상자 수도 늘어날 전망이다. 질병청은 지난해 말부터 만성질환자 등을 대상으로 국가 예방접종 도입 우선순위를 정하기 위한 연구용역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들은 중증 인플루엔자로의 진행 위험이 높은 만큼 이들에 대한 무료 예방접종 실시가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이를 통해 국내 백신 시장이 점차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안동 L 하우스 부지 확장 예정…송도 R&PD 센터도 순항 중

SK바이오사이언스 안동 L 하우스 전경. [사진=이명환 기자]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 생산기지인 안동 L 하우스의 이름은 빛(light)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경북바이오산업단지에 2만평 규모로 조성된 L 하우스는 연간 최대 5억 도즈의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다. 2021년에는 영국 아스트라제네카(AZ)의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을 맡아 국내 생산 1호 백신이 이곳에서 출하되기도 했다.

L 하우스는 확장과 추가 시설 개선을 앞두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L 하우스 인근에 3만평 규모 부지를 추가로 매입해 공장 확장을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L 하우스의 설비 역시 EU-GMP(우수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와 미국 cGMP 수준으로 갖출 계획이다. 이외에도 인천 송도에 조성될 예정인 글로벌 R&PD 센터도 2025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이 진행되고 있다. 본사 역할을 겸할 예정인 송도 R&PD 센터는 백신 개발을 위한 연구부터 상업 생산까지 전 과정을 담당할 예정이다.

이상균 SK바이오사이언스 L 하우스 공장장(부사장)은 "스카이셀플루는 고도화된 대한민국 백신 기술의 결정체"라며 "이번 시장 복귀를 통해 우리 국민들의 독감백신 선택권을 넓히고 글로벌 시장에서 영역 확대를 통해 우리 백신의 경쟁력을 다시금 입증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 안동시 SK바이오사이언스 L 하우스에서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의 검수 및 포장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공=SK바이오사이언스]

안동=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