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첫 구속 한국제강 대표, 항소 '기각'
[윤성효 기자]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와 업무상과실치사죄,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산업재해치사)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된 성아무개(69) 한국제강 대표이사에 대한 항소가 기각됐다.
부산고등법원 창원재판부 제1형사부(재판장 서삼희·강영희·정기종 판사)는 23일 오후 성 대표이사와 한국제강 법인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검찰과 피고인 양측의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성아무개 대표이사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뒤 첫 사측 구속자였다. 경남 함안에 소재한 한국제강에서는 지난 2022년 3월 16일 설비 보수하는 협력업체 소속 60대 노동자가 크레인의 낡은 섬유벨트가 끊어지면서 떨어진 무게 1.2톤 방열판에 깔려 숨졌다.
한국제강은 1990년 설립해 철근 제조·판매를 해온 기업으로 성아무개 대표는 2007년부터 경영책임자 겸 안전보건총괄책임자로 있었다. 해당 기업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산업재해가 발생했다.
한국제강은 지난 2010년 6월 9일 검찰·고용노동부의 합동점검에서 안전조치의무위반 사실이 적발돼 2011년에 벌금형을 받았고, 2020년 창원고용노동지청의 사고예방감독에서 안전조치의무위반 사실이 적발돼 2021년 3월 벌금형 처벌을 받았다.
또 이 회사는 2021년 5월 24일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2022년 2월 항소심에서 벌금 1000만 원이 확정됐다.
법원 "법리 오해 아냐... 피고인·회사 상황 모두 참작"
앞서 지난해 발생한 중대재해와 관련해 기소했던 검찰은 성 대표이사에 대해 징역 2년, 회사에 벌금 1억 5000만 원을 구형했다. 지난 4월 1심 재판부인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은 성아무개 대표이사에 대해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으며, 한국제강 법인은 벌금 1억 원을 선고했다.
1심 판결에 대해 검찰은 법리오해가 있었고 형량이 가볍다고, 피고인 측은 형량이 무겁다고 각각 항소한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양측 모두의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삼희 판사는 검찰의 법리오해 주장에 대해 "1심에서 사상적 경합법으로 처단한 것은 적절했다"며 "법리오해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형량과 관련해 서 판사는 "피고인들은 범죄 사실을 인정하고 잘못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은 유리한 양형이다.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는 했지만 피해자에게 어느 정도 과실이 있다는 점을 참작했다. 피고인이 유족과 원만히 합의를 해서 유족들이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냈으며, 사건 이후 회사에서 당국의 시정명령을 대체로 이행하고 과태료를 납부한 사정을 참작해서 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사정들은 1심에서 형을 정할 때 다 참작했다"라며 "사업장에서 이번에 사건이 처음 발생한 게 아니라 그 직전에도 사건이 발생했다. 중대사망사건까지는 아니더라도 여러 차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지적을 받았다"라고 했다.
피고인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직후여서 회사에서 준비할 여건이 부족했다'는 주장과 관련해 서 판사는 "이미 입법 시행 전해 유예기간이 상당했기에 이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라고 봤다.
이어 "항소심까지 피고인과 회사에서 향후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여러 노력하는 점을 참작하더라도 1심 선고의 형량이 무겁다거나 검찰의 주장대로 가볍다고 보기 어렵다. 1심 양형은 적절했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성아무개 대표이사가 신청했던 보석을 기각 판결했다.
이날 양성필 부산고용노동청장, 김재훈 창원고용노동지청장을 비롯한 관계자들도 방청석에 와서 재판 과정을 지켜봤다.
항소심 판결에 대해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이날 오후 낸 논평에서 "사필귀정이다. 한국제강 대표는 노동자의 죽음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죗값을 치르고 나오라"라고 밝혔다.
이들은 "노동자의 죽음에 1년의 징역형은 미약한데도 이 죗값조차 치르지 않겠다는 한국제강 대표는 남은 기간 속죄의 시간을 가지길 바란다"라며 "한국제강은 노동환경 개선에 최선을 다하고 한국 제강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부산고등법원 창원재판부. |
ⓒ 윤성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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