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보고 깜짝…K콘텐트 10년간 끄떡없다"
" "탐욕이라는 보편적인 소재도 한국 드라마는 신선하고 독특하게 풀어내더라고요." " 타나 제이미슨 에이앤이 스튜디오(A+E Studios) 대표는 한국 콘텐트의 강점으로 ‘스토리텔링’을 꼽았다.
전 세계 200개국에서 90개 이상의 채널을 운영하는 에이앤이는 미국에 본사를 둔 방송사다. 10년 전 스튜디오를 차리고, 콘텐트 유통 뿐 아니라 직접 콘텐트를 만드는 제작사업에 뛰어들었다. 제이미슨 대표가 총괄한 드라마는 넷플릭스(‘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너의 모든 것’), ABC(‘빅 스카이’) 등 미국 지상파 채널이나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에서 방영됐다. 지난 17일 서울 성수동의 에이앤이 코리아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K-드라마, 보편적 소재도 독특하게 스토리텔링”
300여 곳의 국내외 미디어 업체와 바이어 등이 몰렸던 아시아 최대 규모의 ‘국제방송영상마켓(BCWW) 2023’ 참석 차 내한한 제이미슨 대표는 한국 콘텐트에 대해 연신 ‘엄청나다(fantastic)’고 표현했다. “이전에도 K-콘텐트를 알고는 있었지만, 첫 한국 방문을 앞두고 집중적으로 작품들을 공부했다”면서 “한국은 영화도 잘하지만, TV 드라마를 만드는 힘이 엄청나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친숙한 소재나 주제를 다루지만, 그것을 풀어내는 방식에서 한국 드라마는 차별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2018년 방영된 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JTBC)을 예로 들면서 “성형수술이라는 소재 안에 젊음을 담아 질투, 욕심과 같은 감정을 신선하게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놀이나 문화에서 따온 것들은 미국에선 보기 어려운 만큼 독특하고 차별적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치열한 콘텐트 시장…사업 다양화 불가피”
지난해 미국 콘텐트 시장은 호황기였다. 제이미슨 대표는 “지난 한 해에만 600여개의 드라마가 만들어졌을 정도로 미국 콘텐트 제작 환경은 피크(peak·절정기)였다”면서 “현재 작가·배우 조합 파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미국은 기본적으로 방송 시장이 크고 넷플릭스·애플·아마존·훌루 등 OTT 플랫폼의 수요도 많아 파업이 마무리된 후엔 다시 제작이 원활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 자체가 변화가 크고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며 “방송사나 제작사 입장에선 다양한 사업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미국에서 이미 채널을 보유하고 있는 에이앤이가 콘텐트 유통을 넘어 제작에 뛰어들고, 배우 강동원·톰 하디·브래들리 쿠퍼 등이 소속된 레인지 미디어에 투자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는 이유다.
한국과의 제작 협업 역시 이러한 흐름에서 추진할 계획이다. 그는 “한국 콘텐트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고, 스토리 구성 등에서 강점이 있다. 같은 제작 비용으로 이렇게 좋은 퀄리티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데 협업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다양한 한국 제작진을 만났는데, 미국의 IP(지식재산권)에 관심을 보인 배우나 작가도 있었고 액션 장르를 특출나게 연출하는 PD도 있었다”며 “좋은 한국 제작진들은 미국 현지에서 작품을 제작할 수도 있고, 역으로 미국 IP를 한국으로 가져와 작업할 수도 있다. 협업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했다.
국내서 드라마·예능 투자…‘네고왕’ 등 디지털 콘텐트 제작
현재 국내에 진출해 있는 글로벌 미디어업체들은 사업을 재정비하며 몸집을 줄이고 있다. 3년 전 미국의 폭스(FOX)가 한국에서 철수했고, 다음 달엔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이 종료된다. 하지만 에이앤이의 행보는 사뭇 다르다. 한국 지사인 에이앤이 코리아는 2017년부터 채널 2개(히스토리, 라이프타임)을 운영하면서 ‘편의점 샛별이’(SBS, 2018) 등 드라마와 예능 제작에 투자하고 있다. 글로벌 미디어사로서 유일하게 국내에서 디지털 스튜디오를 운영하는데, 5년째 사랑받고 있는 ‘네고왕’은 간판 콘텐트다.
제이미슨 대표는 “한국 콘텐트 시장은 미국과 굉장히 다르다. 에이앤이는 미국 회사지만 한국 시장의 기회를 가장 극대화했다”고 말했다. 방송 채널, OTT, 나아가 미국 시장에선 생소한 디지털까지 다양한 플랫폼에서 활용 가능한 콘텐트를 꾸준히 만들어 간다는 전략이다.
그는 “콘텐트만큼 인상 깊었던 것이 한국의 제작진과 제작 과정”이라고 했다. “문화는 아주 다르지만 제작진들의 열정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똑같았다”면서 “한국 제작진의 수준이 굉장히 높기 때문에 투자했을 때 좋은 결과물을 바로 얻을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향후 한국 콘텐트의 전망을 묻자 제이미슨 대표는 주저하지 않고 말했다. “앞으로 10년 이상은 거뜬히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것 같아요. 콘텐트 관련업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이 한국 시장에서 영감을 찾을 겁니다.”
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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