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봐주기 의혹'에 유병호 재감사 지시…공기업 평가 천태만상
문재인 정부 당시 기재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엉터리로 진행된 정황이 23일 감사원 감사 결과로 드러났다.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직원들의 성과금과 향후 예산 등 사실상 기관의 명운을 좌우하는 평가임에도 배점 오류와 평가 등급의 임의 변경 등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사례들이 발견됐다. 이번 감사는 2021년 문재인 정부 당시 시작됐지만 지연되며 감사원 내에서 ‘봐주기 의혹’이 일었던 감사다. 지난해 유병호 사무총장이 취임한 뒤 감사 인력을 전원 교체하고 재감사를 지시해 2년 만에 그 결과가 나오게 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9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가 이뤄지던 2020년 6월 공공기관 경영평가단이 73개 준정부기관의 일자리 창출 등 사회적 가치 관련 평가지표 배점을 기준과 다르게 적용한 사실을 확인했다. 평가단은 배점 오류를 감독 기관인 기재부에 알린 뒤 관련 지표를 수정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사회적 가치 지표를 수정하자 4개 공공기관 별 최종 점수성격을 띠는 종합상대평가등급이 달라졌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C→D)과 국가철도공단(A→B)은 한 등급이 내려가야 했고, 한국농업기술진흥원(A→S)과 아시아문화원(C→B)은 한 등급이 올라가야 했다.
해당 기관들의 종합상대평가등급이 변동 될 경우 다른 공공기관 평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에서, 평가단은 기존의 종합상대평가 등급을 유지키로 하고 4개 기관의 다른 지표를 임의로 변경해 기존 등급을 유지시켰다. 원자력공단 노사관계 평가를 C에서 B로 올리고, 국가철도공단의 안전 및 환경지표 평가를 D에서 C로 내리는 식이었다. 평가단은 원자력환경공단의 경우 만점 기준을 잘못 설정하기도 했다. 당시 평가단 간사 A위원은 감사원 조사에서 “종합 상대 평가등급이 유지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기재부의 입장이라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이외에도 감사원은 평가단이 중간평정회의 이후 69개 공기업의 213개 평가지표 등급과 75개 준정부기관의 평가지표 188개를 수정했다고 밝혔다. 통상의 정량적 평가를 적용한 측면도 있지만, 객관적 기준보다는 ‘국민 정서’와 ‘국민 눈높이’ 등 자의적 기준이 반영된 경우가 많았다. 중대재해가 발생한 공기업에 대한 감점을 한 뒤 “이중 감점이 너무 과하다”며 조직과 인사 관련 17개 지표의 등급을 일률적으로 상향한 사례도 있었다.
평가 과정에서 공기업이 평가 지표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조정한 경우도 적발됐다. ‘2018년 경영평가' 당시 총인건비 상한률이 2.6% 이하여야 관련 항목 만점을 받을 수 있던 상황에서, 지역난방공사는 무기계약직의 복리후생비를 실집행액이 아닌 인원비례 방식으로 조정해 인건비 상한률을 2.59%로 짜맞췄다. 실집행액 기준으론 2.6%가 넘는 상황이었다. 당시 평가 실무자가 증빙자료를 요구하자 지역난방공사는 “실집행액으로 산출할 수 없다”는 거짓말도 했다. 감사원은 이같은 방식으로 한국난방공사가 2018년 경영평가에서 C등급을 받았고, 이듬해 임직원에게 78억원에 성과급이 지급됐다고 지적했다.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졌다면 지급되지 않았을 금액이었다.
이번 감사에선 피평가기관으로부터 용역과 자문 등 경제적 대가를 받고도 평가위원으로 위촉된 사례도 발견됐다. 2018년 경영평가위원으로 활동한 B교수는 평가 대상 기관인 한국철도공사 관련 자문을 수행하고 총 9회에 걸쳐 1755만원의 자문료를 받았다. B교수를 포함해 2018년 경영평가위원 중 54명이, 2019년엔 53명이, 2022년엔 49명이 평가 기관으로부터 경제적 대가를 수령했다. 해당 사실이 적발된 경우 5년간 평가위원 위촉이 제한될 수 있지만, 검증 부실 등으로 재위촉된 사례도 상당했다.
유 총장은 지난해 취임 뒤 공공기관 평가실태에 대한 재감사를 지시하며 봐주기 의혹이 일었던 지난 정부 감사팀원 5명을 직위 해제하고 감찰을 지시했다. 당시 감사팀은 관련 의혹에 강력히 반박했다고 한다. 감사원 관계자는 “감찰 결과는 비공개 사안”이라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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