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건강] 자폐 스펙트럼 장애 극복의 길

임혜선 2023. 8. 23.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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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하나하나가 너무나도 귀한 저출산 시대이다. 이러한 흐름 때문인지 요즘 들어 아이들의 행동과 발달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많다. 티브이에서는 육아와 관련된 프로그램들이 공감과 인기를 얻고 있고 인터넷에서도 아이의 행동과 발달에 대한 영상들이 자주 보인다. 영유아기의 어린아이를 둔 부모라면 무엇보다 아이의 언어 발달, 즉 말이 늦는 것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게 된다. 말이 느린 아이들 중 다수는 단순한 언어 지연이다. 하지만 그 중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경우도 있다. 주변에서 그런 이야기를 보고 듣다 보니 부모 입장에서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실제로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며 생각보다 흔하다. 미국 통계에 따르면 36명 중 1명이, 국내에서도 2% 내외의 아이들이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지고 있다.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걱정하게 될 만하다.

자폐스펙트럼장애라고 하면 대중매체에서 비친 모습을 우선 떠올리게 된다. 대중매체의 특성상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지는 못하지만, 주인공은 대부분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감정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보인다. 이렇듯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사회적 의사소통과 상호작용의 어려움, 제한된 관심사 및 반복적인 행동을 특징적으로 보이는 발달장애이다. 이러한 특징이 영유아기 때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타날까? 먼저 눈 맞춤과 호명 반응이 떨어지는 경우가 흔하다. 또한 가리키기, 보여주기 같은 행동을 통해 자신의 관심사를 공유하는 행동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관심을 가지는 것에 같이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 특정 감각에 지나치게 예민하거나 한가지 관심사에만 너무 몰두하기도 한다.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왜 생기는 것일까? 한때는 부모가 아이에게 차갑고 냉정하게 대해서 자폐가 생긴다며 ‘냉장고 엄마’라는 용어가 있기도 했지만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밝혀진 지 수 십년이 지났다. 지금은 유전적인 요인이 자폐스펙트럼장애의 대부분을 설명한다고 생각한다. 유전적이라 함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 돌연변이로 인해 아이만 가지고 있는 것을 모두 포함한다. 나머지 부분은 환경적 요인으로 본다. 여기서 환경이란 양육 환경이라기보다는 생물학적 환경, 예를 들어 임신 시 감염이나 조산 등을 뜻한다. 부모 입장에서는 자신이 그동안 잘못 키워서, 무언가 못 해줘서 아이가 이렇게 되지 않았나 자책하기 쉽지만 그렇게 자책할 이유는 없다.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의심할 때 부모들은 보통 이러한 아이의 모습이 호전되어 완전히 좋아질 수 있는지 가장 궁금해하고 또 두려워한다.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조기에 발견하여 집중적인 특수교육 치료를 하면 발달 지연이 빠르게 호전되는 경우들도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는 치료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충분히 좋아지지 않을 때도 있다. 어떠한 경우이든, 정상 발달 아동들과 비교해서 성장하면서 크고 작은 어려움을 더 자주 경험하게 된다. 짧게 보면 완치가 중요해 보일 수 있지만 길게 보면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때 일생 생활이 가능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부족한 부분을 메꿔주는 치료도 중요하지만 아이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강점을 파악하며 주변 환경을 조정해주는 것 또한 중요하다.

발달이 느리고 자폐스펙트럼장애가 의심이 될 때 병원에 오기를 주저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발달을 빠르게 좋아지게 만든다는 근거 없는 치료에 몰두하는 경우들도 본다. 병원에 오는 것을 망설이게 되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진단과 치료에 있어서는 전문가를 주기적으로 만나고 상담을 받는 것이 가장 정확하고 중요하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한다.

발달의 어려움을 가진 아이를 키우는 것은 힘든 일이다. 주변과 비교하다 보면 외롭고 속상할 때도 많다. 그러나 속도가 느릴지언정 아이들은 성장하고 발달해 나간다. 아이는 1년 전보다는 지금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고, 지금보다는 1년 뒤에 또 더 많은 것을 해낼 것이다. 그 발달의 끝이 어디인지 알기는 어렵지만 지금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고 있다면 충분히 훌륭하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이태엽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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