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혁신을 주저하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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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중반 한 컴퓨터 회사와의 협상을 위해 처음으로 미국 보스턴 땅을 밟게 되었다.
1970~80년대에는 마이크로프로세서의 발전으로 다양한 설계 사상을 내세운 컴퓨터가 출현했다.
운영체제(OS)도 대형 컴퓨터의 레거시(Legacy)에서 회사마다 자신들의 설계 사상에 맞춰 바꿔 나갔다.
보스턴에 있던 회사를 처음 방문했을 때 가장 놀란 건 벽에 걸려 있는 자신들이 개발한 컴퓨터의 첫 번째 고객을 소개하는 게시물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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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가들 기술들고 해외로 나가
고급 인력 유출로 미래 걱정
1980년대 중반 한 컴퓨터 회사와의 협상을 위해 처음으로 미국 보스턴 땅을 밟게 되었다. 1970~80년대에는 마이크로프로세서의 발전으로 다양한 설계 사상을 내세운 컴퓨터가 출현했다. 운영체제(OS)도 대형 컴퓨터의 레거시(Legacy)에서 회사마다 자신들의 설계 사상에 맞춰 바꿔 나갔다. 서부 실리콘밸리에는 HP·선(SUN)·탠덤(Tandem)·애플(Apple) 등이, 동부 보스턴 지역에는 DEC·왕(Wang)·프라임(Prime)·스트라투스(Stratus) 등의 컴퓨터 회사가 있었다. 양대 지역의 내로라하는 혁신적인 대학들의 뒷받침이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하드웨어나 운영체제의 독자적인 설계라는 게 다 창의의 산물이다. 20살 약관의 하버드대학 중퇴자인 빌 게이츠도 IBM에 MS-DOS 운영체제를 납품하는 것으로 사업을 시작해 일약 억만장자가 되었다. 이후에 그가 만든 사무용 소프트웨어가 IBM 계열 PC와 호환되며 사무실 책상을 장악해 가기 시작했다. 역시 20대의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이 애플 개인용 컴퓨터를 만들어 백만장자가 되었다. 애플은 1984년에 처음으로 마우스가 달린 매킨토시 컴퓨터도 발표했다.
보스턴에 있던 회사를 처음 방문했을 때 가장 놀란 건 벽에 걸려 있는 자신들이 개발한 컴퓨터의 첫 번째 고객을 소개하는 게시물 때문이었다. 제품이 출고되기도 전에 설계 사상(Architecture)만 보고 첫 번째 고객이 되기로 계약했다는 것이었다. 고객에게 꼭 필요한 기능이 설계에 반영되었기 때문에 다른 회사와의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먼저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그 당시에 머리를 때린 건 우리의 경우에도 이런 계약이 가능할까였다. 지금 생각해도 우리 같으면 20살짜리가 만든 OS를 IBM 같은 대기업이 채택하기 힘들었을 것이며, 역시 20대 중반의 애송이가 만든 개인용 컴퓨터가 날개 돋친 듯 팔렸을까 싶다.
1980년대 상용화된 유닉스(Unix), 1990년대 초 리눅스(Linux), 2000년대 클라우드(Cloud)의 등장처럼 매 10년 단위로 컴퓨팅 환경의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전산 책임자들은 이런 변화를 수용하는 데 소극적이다. 필자의 관찰로는 매번 10년 이상의 지체 현상이 있지 않았나 싶다. 새로운 체제가 등장하는 건 분명 여러 이점이 있기 때문일 텐데 의심이 많은 건지, 책임질 일을 안 하는 건지, 모험심이 약한 건지 이를 수용하지 않는 꼴이다.
이렇게 혁신이 이루어지고 그 혁신을 수용하는 사회가 국가의 부를 얼마나 창출하는지 가늠할 수도 없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수십 년 동안 전 세계에서 벌어들인 돈은 고사하고라도 이 두 회사의 현재 시가총액만 자그마치 약 7000조원에 육박한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 약 400조원의 무려 17배다.
정치인의 립서비스가 아니라 혁신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나라로 만들어야 한다. 국내에서 이런 혁신을 받아주지 못하면 혁신가들은 비즈니스 아이디어와 기술을 들고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다. 노동환경과 인건비 때문에 동남아로 나가고, 혁신을 위해 실리콘밸리로 나가면 이 나라에는 무엇이 남아 있을지 아찔하다. 노동은 유입되는 해외 인력으로 해결한다지만 고급 혁신 인력들은 국내를 지키고 있어야 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나라를 발전시키기 위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으면서 해외 인력을 유치했다. 현재는 오히려 고급 인력이 해외로 유출되는 풍토가 되었으니 나라의 미래가 걱정이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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