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나가라”“오염수 피켓 떼라”…‘안보 위협’ 코앞 외통위 풍경

정진우, 황수빈 2023. 8. 23.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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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통일부 장관을 상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정했다. 회의장에서 나가줄 것을 촉구한다”(이용선 더불어민주당 의원)
“(오염수 방류 반대) 피켓을 떼고 회의를 진행해야 한다”(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한·미·일 정상회의 닷새만이자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하루 전인 2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여야의 기싸움과 정쟁으로 얼룩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8일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 김영호 통일부 장관을 상대로 퇴장을 요구하고, 국민의힘은 외통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노트북에 부착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피켓에 항의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북한이 위성 재발사를 예고하는 등 안보 위협이 현실화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국회 상임위원회의 핵심 기능인 현안 질의는 뒷전으로 밀렸다.

2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는 박진 외교부 장관. 뉴스1


민주당은 개의 직후 곧장 김 장관의 적격성을 따져 물었다. 국회 외통위 야당 간사인 이용선 의원은 “김영호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냉전적이고 적대적 대북관을 그대로 드러냈다. (통일부) 장관으로서의 정책 역량을 전혀 인정할 수 없다”며 회의장에서 나가라고 요구했다. 이에 여당 간사인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도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 없이 장관을 32명이나 임명했지만 (당시 국민의힘은) 장관을 나가라고 한 적이 없다”며 “대통령이 법적 절차를 다 밟은 정당한 임명 절차”라고 반박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 김영호 통일부 장관의 적격성을 문제삼으로 퇴장을 요구했다. 뉴스1

야당이 김 장관의 ‘대북관’을 문제 삼은 것에도 맞대응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강제북송된 탈북민을 우리 국민으로 간주하지 않는 헌법에 어긋나는 발언까지 했다”며 “하지만 외교부 장관에 임명돼 나왔을 때 청문회 일은 없던 것으로 하고 축하해줬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국회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노트북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피켓을 붙였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뉴스1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 역시 정부의 대응과 향후 과제 등 사안의 본질이 아니라 야당 의원들이 노트북에 붙인 피켓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회의장 책상에 놓인 노트북에 “해양투기 반대한다”“모두의 바다 우리가 지킵시다” 등 피켓을 붙였는데, 국민의힘은 피켓을 제거하기 전에는 회의를 진행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과거에 피켓을 붙이고 현안질의를 할 수 있는지 그 형식을 갖고 수차례 외통위에서 논의했고, 그 결과 지금까지 양당 간사 합의 하에 피켓을 떼고 회의를 진행했다”(태영호 의원)는 게 국민의힘 주장이었다.

현안질의에서 야당은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오염수 방류에 대한 정부의 공식 입장을 물었다. 전해철 민주당 의원은 “일본 정부의 방류 결정에 대해 ‘과학적·기술적 문제가 없다’면서도 오염수 방류를 찬성 또는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며 “이게 무슨 뜻인지, 반대한다는 의미인지 찬성한다는 것인지 답해달라”고 말했다. 박 장관이 “(오염수 방류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또 국제법과 국제기준에 맞도록 처리되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존 입장을 반복하자 전 의원은 재차 “정부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홍걸 민주당 의원은 한국인 전문가가 후쿠시마 현장 사무소에 상주하는 것이 아닌 정기 방문하는 형태로 오염수 방류 상황을 모니터링하겠다는 계획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우리 쪽 사람이 후쿠시마에 파견돼 상주하면서 독자적으로 검증해야 하는데 안 되지 않았는가”라면서다. 이에 박 장관은 “한국인 전문가가 IAEA 직원이 되면 IAEA에 종속이 되지 않겠느냐”며 “독립적이고 객관적으로 전문성을 가진 인원이 직접 IAEA 현장사무소에 잦은 간격으로 와서 확인하는 게 오히려 더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여당 소속 태영호 의원이 재중 탈북민의 국내 입국을 위해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를 만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만날 기회를 만들도록 하겠다"고 답하면서 "한국에 와 있는 외교 공관과 통일부의 북한인권 기록을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기회를 정기적으로 가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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