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다? 정신적 스트레스보다 낫다”…직업에서도 중요해진 ‘개성’ [MZ세대의 직업들②]

장수정 2023. 8. 23.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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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잘하는 것만이 정답이 아냐…
목공, 인테리어, 크리에이터, 유튜브, 영상제작자 등 관심사와 재능 살릴 수 있는 다양한 직업들 각광”

“평생직장”이라며 공무원을 향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철밥통’에 비유될 만큼 안정적이고, 노후보장이 된다는 몇 가지 확고한 장점을 바탕으로, 한때는 인기 직종으로 손꼽히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 같은 분위기가 점차 바뀌고 있다. 지난 4월 서울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옥재은 의원(국민의힘·중구2)에 따르면 10년간 공무원 시험 경쟁률도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2013년 84대 1에서 최근 2022년에는 22대 1로 경쟁률이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tvN 영상 캡처

또 공무원 임용 후 5년 이내 의원면직률 통계에 따르면 2019년 4.7%에서 2022년에는 8.6%로, 최근 4년간 공무원을 그만둔 비율은 2배가량 늘어났다. 특히 2030세대, 즉 MZ세대로 구분되는 청년층이 공직사회를 떠나고 있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반면 올해 초 현대자동차가 10년 만에 정규 기술직(생산직) 신입사원 공개 채용에 나섰을 땐 취업 시장이 떠들썩할 만큼 큰 관심이 이어졌다. 정확한 경쟁률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취업 시장에서는 400명을 뽑는 이번 공채에 10만 명을 훌쩍 넘는 지원자가 몰렸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물론 현대차 생산직 처우가 업계 최고 수준이라는 장점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기존 직장인들과 공무원들까지 큰 관심을 보인 것은 놀라운 점이다.

지난 2021년에는 청년 도배사의 이야기를 담은 ‘청년 도배사 이야기’, 30대 청소부 이야기 ‘저 청소일 하는데요?’ 등이 서점가에서 사랑을 받은 것도 기술직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을 짐작케 한다. 예스24는 “베스트셀러에 나타난 청년들의 새로운 직업 가치관도 주목할 만하다”면서 해당 도서들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에 대해 설명했다.

예능프로그램에도 기술직에 도전 중인 청년들의 이야기가 최근 몇 년 동안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청년 도배사 이야기’를 쓴 배윤슬 도배사는 지난해 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도 출연해 자신의 가치관을 전했었다. 이후 제약회사를 입사 6개월 만에 관두고 신입 타일공의 길을 걷고 있는 유택근 씨가 이 프로그램에 출연해 소위 ‘현장 일’에 도전하는 것을 망설였지만, 배윤슬 도배사 출연 당시 유재석이 “나에게 애정 없는 사람들이 하는 말에 흔들리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에 용기를 얻어 도전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다양한 직업, 취미 등을 통해 자신만의 꽃길을 찾아 나선 ‘요즘 것들’의 이야기 담은 KBS2 예능프로그램 ‘요즘 것들이 수상해’가 방송이 되는 등 MZ세대들의 다양해진 직업을 본격적으로 탐구하는 프로그램도 시청자들을 만났다. 이 프로그램에는 청년 어부부터 이모티콘 작가, 한복 디자이너 등 각자의 취향과 개성을 살려 ‘밥벌이’에 임하는 다양한 청년들의 모습이 담겼었다.

물론 높은 연봉을 비롯해 현실적인 문제도 무시할 수는 없다. 지난 2021년 다니던 회사를 퇴직한 후 건설현장에서 일하기 위해 자격증을 취득한 32살 A씨는 “30대가 되면서 지금 다니던 회사의 연봉으로는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자격증을 갖춰 전문인력이 되는 것이 더 낫다고 여겼다”라며 “아무래도 힘들다는 부분도 그렇고, 외부의 인식 때문에 부모님이 걱정하시긴 했지만, 요즘엔 그런 건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정신적 스트레스보다 육체적으로 일하며 힘든 것이 더 낫다고도 여긴다”라고 말했다.

직업에 대한 인식, 가치관이 변하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이 가장 중요한 배경으로 꼽힌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 이재흔 연구원은 “과거에는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을 가고 대기업이나 전문직 등의 직업을 갖는 것이 하나의 답처럼 여겨지기도 했는데, 지금은 꼭 공부를 잘하는 것만이 정답이 아니라, 저마다 가진 개성과 재능을 잘 살리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목공, 인테리어, 크리에이터, 유튜브, 영상제작자 등 자신의 관심사와 재능을 살릴 수 있는 다양한 직업들이 각광을 받는 것도 이러한 인식 변화 때문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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