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은 되고 정율성은 안 되는 이유를 말하라

박성우 2023. 8. 23. 10:5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율성 기념사업 맹비난한 국가보훈부 장관, 이승만에게도 같은 잣대 대야

[박성우 기자]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광주광역시가 항일독립운동가이자 음악가인 정율성 기념 공원 조성 사업을 하는 것을 맹비난했다.

22일 박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48억 원을 누구에게 바친단 말입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박 장관은 해당 게시글에서 정율성을 향해 "민족의 비극 6.25 전쟁이 발발하자 전쟁 위문공연단을 조직해 중공군을 위로한 사람", "북한 정부 수립에 기여하고 조선인민군 행진가를 만들어 6.25 전쟁 남침의 나팔을 불었던 사람, 조국의 산천과 부모형제의 가슴에 총부리를 겨눈 공산군 응원 대장이었던 사람"이라고 평가하면서 "'중국  영웅' 또는 '북한 영웅'인 그 사람을 위한 기념 공원이라니, 북한의 애국열사능이라도 만들겠다는 것이냐"라며 광주광역시의 기념 공원 조성 사업을 비판했다.

이어 그는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무너뜨리는 데 앞장선 그를 우리 국민의 세금으로 기념한다는 것은 5·18 묘역에 잠들어 계신 민주주의 투사들을 욕보이는 일"이라 주장하며 "대한민국의 헌법 가치를 부정하는 사업에 지방자치단체가 국민들의 혈세를 마음대로 쓴다면, 재정 규율을 바로 세우는 차원에서도 엄격히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율성 거리 전시관 풍경. 정율성이 태어난 광주광역시 남구의 양림휴먼시아의 담장 233m에 걸쳐 만들어져 있다.
ⓒ 이돈삼
 
박민식의 논리대로라면 정율성만이 아니다

정율성이라는 인물이 항일운동에 참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와 동시에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과 중공군의 편에 선 인물인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정율성을 향한 학계와 사회의 평과 별개로 국가보훈부라는 부처의 성격상 박 장관의 발언이 다소 강도가 높을지언정 장관으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발언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박 장관의 발언이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언행일치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정율성 기념 공원을 반대하는 박 장관의 논리를 축약하면 '왜 국민의 세금으로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과 그 헌법을 무너뜨리는데 일조한 인물을 기념해야 하는가'다.

박 장관의 논리대로라면 대한민국의 헌법과 자유민주주의를 무너뜨린 인물은 정율성을 포함해 모두 세금을 통한 기념사업을 중단해야 마땅할 테다. 그런데 현재 박민식 장관은 자신의 논리와는 상반되게 대한민국의 헌법과 자유민주주의 붕괴에 일조한 인물을 기념하는데 혈안이 되어있다. 바로 이승만 전 대통령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반헌법적인 인물인 이유는 헌법 전문만 읽어봐도 명백하다.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해야 한다는 헌법 전문의 내용은 이승만이 우리 헌법과 동떨어진 인물임을 명확히 말하고 있다.

4·19 혁명이 누구 때문에 일어났는가? 이승만이다. 3·15 부정선거로 민주개혁은커녕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마저 유린한 인물이 누군가? 바로 이승만이다. 무력으로 북진통일론을 내세운 인물이 누군가? 또 북진통일에 반대해 평화통일론을 내세운 조봉암 선생을 간첩으로 몰아 무고하게 살해한 인물은 누군가? 그 역시 이승만이다.
 
 22일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광주광역시의 항일독립운동가이자 음악가인 정율성 기념 공원 조성 사업을 맹비판했다.
ⓒ 박민식 장관 페이스북
 

헌법과 자유민주주의 유린한 이승만에게 460억 혈세는 괜찮은가

이처럼 이승만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 헌법과 가장 거리가 먼 인물이라고 봐도 손색없다. 박 장관 역시도 지난 4월 17일, 4·19혁명 유공자 31명에게 건국포장을 수여하면서 "대한민국의 자유와 정의를 바로 세웠던 4·19혁명과 그 숭고한 정신은 우리의 민주주의가 위기에 놓였을 때 국민이 바로 잡을 수 있음을 보여준 위대한 역사"라며 이승만을 하야시킨 4·19혁명이 대한민국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켰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정작 그런 이승만을 기념하는 이승만기념관에 세금 460억 원을 배정한 부처가 어디인가? 바로 박민식 장관의 국가보훈부다. 박 장관은 이승만기념관 건립에 대해 "제 소신은 확실하다"며 건립 의지를 강하게 표출하기도 했다.

박 장관이 정율성 기념사업에 세금이 쓰이는 것을 반대한다면 당연히 이승만 기념사업에도 세금이 쓰이는 걸 반대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박 장관은 전자는 반대하고 후자는 적극 찬성하고 있다. 대체 그 이유가 무엇인가.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포럼에 참석해 기조발언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가보훈부 장관으로서, 자유대한민국을 무너뜨리기 위해 앞장섰던 사람을 우리 국민 세금으로 기념하려 하는 광주시의 계획에 강한 우려를 표한다. 전면 철회되어야 마땅하다
 
박 장관이 정율성 기념 공원 조성 사업을 비판하며 마지막으로 남긴 대목이다. 문장을 조금만 손보아 박 장관에게 그대로 돌려드린다.
 
대한민국 헌법을 존중하는 한 시민으로서, 대한민국의 헌법과 자유민주주의를 무너뜨리기 위해 앞장섰던 사람을 우리 국민 세금으로 기념하려 하는 보훈부의 계획에 강한 우려를 표한다. 전면 철회되어야 마땅하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