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분의 아이들 세상] 비행 청소년

송세영,경제산업담당 2023. 8. 23. 10:5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중학교 2학년 여학생 H는 최근 들어 귀가 시간이 너무 늦다.

아이에게도 규율이나 좋은 습관을 만들어주는 게 아니라 친구 같은 부모가 되고 싶어 했다.

처음 문제가 나타났을 때 야단을 심하게 쳐보기도 했지만, 아이가 반항하자 전략을 바꿔 기다려 봤다.

하지만 H처럼 규칙을 아이가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부모의 신뢰, 권위 실추도 원인

중학교 2학년 여학생 H는 최근 들어 귀가 시간이 너무 늦다. 남녀 친구들과 어울려 놀다가 자정을 넘기더니 새벽에 들어오기 일쑤다. 이를 지적하는 부모에게 ‘꼰대’ 같다며 대화도 거부하고 반항만 심해진다.

H양의 부모는 자유분방한 성격으로 둘 다 술을 좋아하고 때로 외박도 했다. 아이에게도 규율이나 좋은 습관을 만들어주는 게 아니라 친구 같은 부모가 되고 싶어 했다. 통제와 간섭 없이 자유롭게 아이를 키웠다. 원하는 건 다 들어주면서 부족함 없이 키우려고 노력했다. 잔소리나 큰소리 한 번 안 하고 허용적으로 키웠다. 사춘기 이전엔 별문제가 없는 듯했다. 처음 문제가 나타났을 때 야단을 심하게 쳐보기도 했지만, 아이가 반항하자 전략을 바꿔 기다려 봤다. 그래도 귀가 시간은 점점 늦어져 갔다. 참다못한 부모는 화가 폭발해 아이와 몸싸움까지 했다.

초기 행동주의자들은 아이의 행동을 조형할 때 아이가 행동의 결과를 스스로 경험하게 하면 긍정적 결과로 긍정적 행동이 강화되고 부정적 결과를 경험하면 그 행동이 소거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녀를 키우다 보면 행동의 결과를 아이가 실제로 경험하고 이를 통해 배우도록 하기엔 어려운 일이 많다. 안전 문제나 위험에서 보호해야 할 일이 특히 그렇다.

행동주의자들은 이후 다른 동들과 달리 사람은 직접 경험이 없어도 어떤 행동을 강화하고 학습하는 기전이 있다는 걸 발견했다. 인간은 자극과 관계 반응을 임의로 변형할 수 있어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경험을 하지 않더라도 학습을 한다는 것이다. 언어를 통해 사고하고 추론하며 미래를 상상·예측하는 능력이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부모의 교육과 대화를 통해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위험도 예측하고 주변 사람을 모방하며 사회적 학습을 한다.

예를 들어 아이가 어릴 때 ‘횡단보도 건너기’를 가르치던 일을 기억해 보자. 만일 경험을 통해서만 행동을 학습할 수 있다면 아이는 자동차와 부딪히거나 커다란 사고를 경험하고 나서야 ‘횡단보도 건너기’를 배울 수 있다. 이 경우 배움의 대가가 너무 커 큰 부상을 당하거나 사망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부모는 규칙을 가르친다. 먼저 아이에게 “횡단보도를 건너기 전에 걸음을 멈추고 길 양쪽을 살펴라. 그다음 천천히 한 손을 들고 건너라”는 식으로 교육한다. 아이들에게 길을 건널 때마다 이 말을 반복하게도 하고 부모가 똑같은 행동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렇게 연습한 사람은 성인이 돼서도 길을 건널 때는 멈춰서 왼쪽과 오른쪽을 살피며 건넌다. 규칙이 우리의 행동을 지배하게 된다. 교통사고의 결과를 경험하지 않고도 효과적인 행동을 배운다.

하지만 H처럼 규칙을 아이가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때는 아이가 규칙을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를 찾아야 한다. 첫째, 부모에 대한 신뢰 부족이다. 부모의 말과 행동에 일관성이 없고 아이에게 주어지는 규칙의 내용 자체에도 일관성이 없는 경우다. 둘째, 부모의 지시에 권위가 실리지 않은 경우다. 부모는 친구일 수 없다. 때로는 친구처럼 다정하지만, 위계적인 질서가 필요하다. 셋째, 어려서부터 자신의 욕구를 자제하는 행동 레퍼토리가 습득되지 않은 경우다. 만 2세부터는 자신의 욕구를 조절하는 능력을 조금씩 늘려나가야 한다. 넷째, 규칙이 문화적으로 사회적으로 보편타당해야 한다. 예를 들어 요즘 같은 시대에 저녁 6시 이전 귀가하라는 규칙은 수용될 수 없지 않겠나.

이호분(연세누리 정신과 원장,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정신과 전문의)

송세영 경제산업담당 부국장 sysohng@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