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 '최악의 시나리오' 우려…"부상 복귀 더 늦어질 수 있다"
김명석 2023. 8. 23. 10:08
이강인(파리 생제르맹·PSG)이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PSG 이적 후 이번이 두 번째다. 현지 언론들은 적어도 9월 중순까지는 경기에 나서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 경우에 따라 그 이후 경기들의 결장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이 기간 그의 차출을 원했던 대표팀, 특히 황선홍호와 이강인 모두에게 치명적인 변수가 될 수 있다.
PSG 구단은 22일(한국시간) “이강인이 왼쪽 대퇴사두근을 다쳤다. 최소 A매치 휴식기가 끝날 때까지는 치료에 전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적 직후 프리시즌 땐 햄스트링 부상이었는데, 이번엔 다른 부위에 부상이 생겼다. 프랑스 리그1 A매치 휴식기는 9월 4일부터 15일까지다. A매치 돌입 전까지 PSG는 랑스, 올림피크 리옹과 두 차례 경기가, 휴식기가 끝난 뒤 니스전이 각각 예정돼 있다. 현지에선 세 경기 모두 출전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부상 회복이 장기화될 경우다. PSG 구단과 현지 언론들이 회복 기간으로 전망한 ‘A매치 휴식기가 끝날 때까지’라는 조건은 최소 조건이다. 정상적으로 회복이 진행돼야 A매치 기간이 끝난 뒤 복귀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회복이 조금이라도 더뎌지면 그 이후 경기들 결장 가능성도 있다. A매치 기간이 끝난 뒤 PSG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일정을 시작으로 강행군이 이어진다.
프랑스 레퀴프는 “이강인이 우선 다가오는 2경기에 결장할 예정이고, 적어도 A매치 기간이 끝날 때까지는 회복에 전념해야 한다. 랑스전을 앞둔 PSG엔 나쁜 소식”이라고 전했다. 르파리지앵도 “이강인은 9월 중순까지, 앞으로 4주 간 결장이 불가피하다. 이강인은 적어도 내달 17일 니스전까지, 부상 경과에 따라 20~21일 UCL 조별리그 등 다른 경기들의 결장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 부상으로 인해 전열에서 이탈하는 기간이 생각보다 더 길어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9월 대표팀 차출을 두고 논란을 빚을 만큼 이강인을 원했던 클린스만호와 황선홍호 모두 초대형 악재다. 우선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A매치 기간 황선홍호에 양보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을 정도로 이강인 활용에 적극적이다. 부임 초반부터 이강인을 선발로 활용하며 대표팀 주축으로 중용하고 있고, 무엇보다 네 경기 째 승리가 없다 보니 최정예를 가동할 수밖에 없는 게 쓰라린 현실이기도 하다.
다만 PSG 구단 차원에서 회복 기간을 A매치 휴식기까지로 못을 박았으니 강제로 차출할 수는 없다. PSG 구단이 부상 회복 중인 이강인의 A매치 평가전에 차출할 가능성이 없을뿐더러, 부상 중인 이강인을 차출하려는 클린스만 감독과 대한축구협회(KFA)의 시도 자체만으로도 큰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PSG 구단의 발표와 맞물려 우선 오는 28일 발표될 대표팀 명단에 이강인의 이름이 빠지는 건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문제는 금메달을 위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나서는 황선홍호다. 현지에선 우선 아시안게임 차출과 관련된 언급은 하지 않고 있다. 대신 이강인의 부상 회복이 더뎌질 경우, A매치 기간이 끝난 뒤에도 경기 출전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본 시기는 아시안게임 조별리그 초반 일정과 겹친다. 아시안게임은 내달 19일부터 조별리그가 시작된다. 한국은 쿠웨이트·태국·바레인과 차례로 조별리그를 치르는 일정이다.
이강인의 조기 차출을 원할 정도로 대회 초반부터 그를 핵심 자원으로 활용하려던 황선홍 감독에겐 안타까운 소식이다. 가뜩이나 클린스만 감독이 양보에 응하지 않아 대회 초반 구상이 틀어진 상황이었는데, 당장 이강인의 부상이라는 변수까지 더해지면서 어려움이 더욱 커졌다.
부상에서 회복됐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부상 이전의 경기력을 100% 되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적어도 한 달은 정상적인 훈련을 하지 못하는 상황인 만큼 서서히 몸 상태를 다시 끌어올려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아시안게임 개막을 앞두고 ‘최소 4주 이탈’이라는 현지 전망이 나온 건 그래서 더 치명적이다. 자칫 대회 기간 내내 이강인이 컨디션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부상이라는 변수가 얽힌 만큼 PSG 구단이 아시안게임 차출에 협조할지도 장담할 수는 없다. 계약에 아시안게임 차출 협조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부상 회복이 완전하게 이뤄지지 않은 선수를 쉽게 차출할지는 미지수다. 부상 변수에도 PSG가 무조건 차출에 응해야 하는 조건인지도 미지수다. 아시안게임은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가 아니라 차출 여부는 소속팀의 결정에 달려 있다.
물론 대표팀 만의 문제는 아니다. 당장 2200만 유로(약 320억원)를 들여 이강인을 영입한 PSG 구단도 그의 연이은 부상 소식에 초긴장할 수밖에 없다. 이강인은 지난 프리시즌에도 첫 경기 만에 부상을 당한 뒤 프리시즌 3경기 휴식을 취했다. 마지막 프리시즌 경기였던 전북 현대전에야 20여분을 소화하며 복귀했다. 이후 리그 개막 2경기 연속 선발로 출전하며 부상을 완전히 털어낸 모습을 보여줬지만, 다시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하게 됐다.
이강인을 오른쪽과 왼쪽 측면 공격수로 각각 선발 출전시키며 중용 의사를 나타냈던 루이스 엔리케 감독의 고민도 깊어진 건 마찬가지다. 시즌 초반 2경기 연속 무승부에 그치면서 공격진 변화가 절실해졌고, 특히 이강인은 킬리안 음바페·우스만 뎀벨레의 합류 이후 ‘공존법’을 애써 찾던 시기였다. 그러나 이강인이 ‘적어도’ 3경기 결장이 예고된 상황이라 이강인의 활용법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게 됐다.
물론 가장 심정과 상황이 안타까운 건 이강인이다. 당장 9월 아시안게임 등 대표팀 차출 여부도 불투명해진 데다, PSG 이적 직후 연이은 부상 탓에 스스로도 마음고생이 클 수밖에 없다. 최악의 상황은 아시안게임 소집도 난항을 겪고, 잠시 전열에서 이탈한 사이 PSG가 반등에 성공해 주전 윤곽마저 잡힐 경우다. 다만 현재로선 신중하고 철저하게 완전한 회복에만 전념하는 것만이 필요하다. 빠른 복귀만을 원해 서두르다 보면 자칫 부상 재발 등 또 다른 위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적어도 이것만은 반드시 피해야 하는 시나리오다.
김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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