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처럼 솔직하고 투명한 하니, 배우 안희연의 기록
Q. 이번에 ‘연극’에 도전한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계기가 궁금해요.
A. 연극 〈3일간의 비〉를 두 달 정도 준비했고 지금 공연 중이에요. 처음에는 엄두도 안 났는데 〈오펀스〉라는 작품을 보고 결심을 하게 되었어요. 장르도 매력적이지만 당시에 큰 위로를 받았던 것 같아요. ‘나도 이런 위로를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도전하게 됐죠.
Q. 연극은 모든 관객이 숨죽여 지켜보는 ‘조용한 무대’잖아요. 떨릴 때마다 생각하는 말이 있나요?
A. ‘내가 나를 의심하지 않는다면 나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인 것 같아요. 저를 의심하는 사람은 결국 저 자신이더라고요. 가장 큰 적은 저 자신.(웃음)
Q. 연극 〈3일간의 비〉에서는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
시대 배경이 서로 다른 두 인물을 동시에 연기해요. 이 둘은 모녀 사이예요.
Q. 1인 2역을 소화하는데 두 캐릭터를 어떻게 다르게 구상했는지?
A. 캐릭터 설명에 ‘이 둘은 상극이다.’라고 적혀 있었어요. 저는 먼저 이 인물들의 시대적인 상황을 보고 그 시대에 느꼈을 갈망이나 불안과 같은 감정들을 떠올려 봐요. 캐릭터의 코어를 잡은 다음에는 이들이 쓰는 표정이나 말투나 포즈까지 아주 상반되게 잡는 거예요.
Q. 러닝타임 안에 두 인물에게 한 번에 몰입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아요.
A. 맞아요. 옷 바꿔 입는 것처럼 인물을 갈아 끼워야 하는데 처음에는 그게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감정을 털어내려고 중간에 무대 뒤에서 춤을 추기도 해요.(웃음)
Q. 작품 속 주요 매개체가 되는 것이 일기장이에요. 희연씨에게 일기는 어떤 의미인가요?
A. 일기는 저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수단이에요. 저는 완전 J 성향이거든요. 주간 계획표도 따로 있고 매일 아침 몸무게랑 수면 시간까지 모두 일기장에 적어요. 혹시 아프거나 이상이 생겼을 때, 저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보면 알 수 있거든요. 고민이 있으면 일기장을 펼치고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시간을 가질 때도 있어요. 글로 보면 책처럼 객관적으로 나를 볼 수 있으니까요.
Q. 이번 연극을 통해 이루고 싶은 점이 있나요?
A. ‘안전함’에 대한 집착을 더 내려놓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저는 계획형이라 준비한 대로만 하면 꼭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제가 정한 ‘안전 구역’ 안에 머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연극은 아무리 준비하고 계획을 해도 매번 새로울 수밖에 없더라고요. 사람 사는 일이 계획대로 안되니까요. 연극을 하면서 이런 마음에 대한 면역이 생겼으면 해요. 계속 부딪히고 부딪히다 보면 좀 내려놓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요.
Q. 이건 저도 너무나 공감하는 이야기예요. 나중에 극복하셨는지 SNS에 꼭 올려주세요.
A. 알겠습니다.(웃음)
Q. 이 작품을 통해 관객들이 어떤 생각을 했으면 하는지?
A. 삶을 조금이나마 바꾸는 것? 이게 예술의 기능인 것 같아요.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지나간 일이 떠올리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다짐하는, 이런 고민과 건강한 아픔을 느끼고 가신다면 더 바랄 게 없어요.
Q.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A. 예능 〈선을 넘는 녀석들〉에 출연해요. 그 외에 올해는 저 자신을 채우는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학교에서 연기를 배운 게 아니니까 부족한 게 참 많다는 걸 느끼거든요. 1년 넘게 연기 테크닉 워크숍을 다니고 있고, 계속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나에게 연기가 무엇인지 충분히 공부하고 겪어본 다음 정의를 내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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