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철도와의 악연, 한 번이 아니었다 [가자, 서쪽으로]
[김찬호 기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독일로 넘어오는 길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독일로 넘어오면서, 저는 쾰른에서부터 일정을 시작할 계획이었습니다. 유레일 패스를 이용하고 있어서, 열차는 얼마든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앱을 통해 쾰른으로 향하는 노선을 검색해 봤습니다.
쾰른으로 가기 위해서는 최소한 두 번의 환승이 필요했습니다. 어차피 따로 비용이 드는 것도 아니니, 그 정도는 감수하기로 했습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유레일 패스를 가지고 있더라도 인기 노선은 따로 좌석 예약비를 내야 합니다. 물론 일반 운임보다는 훨씬 싸지만요. 하지만 독일에서는 모든 노선에서 별도로 좌석을 예약할 필요가 없습니다.
▲ 독일 고속열차 |
ⓒ Widerstand |
결국 제가 환승해야 할 뒤스부르크(Duisburg) 역에 도착한 것도 예정보다 20분 지연된 시각이었습니다. 원래 타려고 생각했던 열차는 물론 타지 못했죠. 다행히 기차는 자주 있는 편이었고, 부어스트 하나를 사 들고 다음 열차를 기다렸습니다.
뒤스부르크에서 쾰른으로 향하는 열차는 제 시간에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다음 정거장인 뒤셀도르프 역에서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역시 독일어로 방송이 나오더니, 많은 사람들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내리지 않은 소수의 사람들과 함께 일단 열차의 출발을 기다렸습니다.
▲ 쾰른 역에서 보이는 대성당 |
ⓒ Widerstand |
▲ 쾰른 대성당 |
ⓒ Widerstand |
그런데 열에 돌아와 안내판을 보니, 이제는 아예 역 전체의 안내판이 오류로 멈춰 있었습니다. 잠시 기다려 달라는 안내문만 있을 뿐, 어디에서도 열차 정보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플랫폼만 열 개가 넘는 이 거대한 역에서, 내 열차가 몇 번 플랫폼에 들어오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었습니다.
게다가 기차가 정시에 도착하지도 않으니, 언제 어디서 내가 탈 기차가 들어오는지 알 방법이 전혀 없는 것입니다. 안내 데스크에 문의할 수도 있었겠지만, 이미 십수 명의 사람들이 줄을 서 있습니다. 기차 시간이 다가오는 20여 분 동안 결국 안내판은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 멈춰버린 전광판 |
ⓒ Widerstand |
독일 철도는 1994년부터 '경영 효율화를 위한 구조 개혁'에 나섰습니다. 원래 국가가 관리하던 철도청을, 도이체반이라는 공기업과 그 자회사로 분리시킨 것입니다. 최종적으로 철도를 민영화하겠다는 계획은 실패해 도이체반의 주식은 여전히 100% 독일 연방정부가 소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 기관이 아니라, 독립된 기업의 형태로 지금까지 경영을 이어 오고 있습니다.
▲ 독일의 철도 |
ⓒ Widerstand |
독일은 유럽에서 철도 밀도가 가장 높은 국가입니다. 그러나 철도를 관리하는 주체는 인력을 감축하고 있는 것입니다. 도이체반의 공기업화 직후부터 이어진 기차의 연착 문제는 지금까지도 고질적인 문제가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독립적인 회사가 된 도이체반에게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많지 않았죠.
▲ 독일의 철도 |
ⓒ Widerstand |
물론 등급이 높은 고속열차에서는 대부분 검표원이 차 안에서 표를 확인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열차에서는 불시에 검표가 이루어질 뿐입니다. 그마저도 검표를 그리 자주 하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 쾰른의 트램 |
ⓒ Widerstand |
어쩌면 그 틈새에서 독일의 진짜 모습을 발견해낼 수 있을까요. 독일 여행은 처음인지라, 철도라는 첫 인상이 어쩐지 깊게 남았습니다. 그 진짜 모습을 찾기 위해서라도, 독일에는 조금 더 머물러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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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개인 블로그, <기록되지 못한 이들을 위한 기억, 채널 비더슈탄트>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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