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모금]난처한 미술 이야기 내셔널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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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국민이 지배층과 동등하게 미술을 감상하고 즐길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개념을 쉽게 인정하기 어려웠습니다.
이 점을 생각하면서 이번 전시에 출품된 풍경화들을 본다면 미술을 보는 새로운 시각뿐만 아니라 그것을 변화시키려는 화가들의 부단한 노력까지도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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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에서 미술사를 전공한 저자가 전하는 미술 이야기다. 국립중앙박물관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영국 내셔널 갤러리 명화전' 개최에 맞춰 영국 내셔널 갤러리 소장품과 서양미술사 흐름을 이해하기 쉽게 짚어낸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는 내셔널 갤러리의 소장품 52점이 전시중이다. 저자는 내셔널 갤러리의 탄생 배경과 르네상스 미술부터 인상주의까지 서양미술사의 거장들이 남긴 작품을 두루 아우른다. 각각의 작품이 품고 있는 서양미술사의 맥락과 논쟁점들을 입체적으로 파고들면서 미술사 전반의 흐름을 소개한다.
처음부터 국가가 건립하는 미술관의 이름을 ‘내셔널 갤러리’라고 정했던 건 아니었습니다. 당시 영국 지배층은 미술을 자신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기에 국민이 지배층과 동등하게 미술을 감상하고 즐길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개념을 쉽게 인정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동안 미술은 왕과 귀족 지배층의 세계에 속하거나 이들에게 후원받는다는 것을 표시하기 위해 ‘왕립’을 뜻하는 로열Royal이란 이름을 썼는데, 미술관 이름에 ‘국민의’란 뜻으로 내셔널National을 쓰려고 하니까 논쟁이 된 겁니다. - p.21∼22, 「01 내셔널 갤러리의 탄생, 미술은 누구의 것인가?」 중에서
찰스 1세의 바로 뒤에 있는 말도 국왕의 권위를 높이도록 잘 연출되어 있습니다. 본래 그림에 등장하는 말은 쉽게 길들이기 힘든 야성, 열정 등을 상징합니다. 앞의 기마 초상화에서 찰스 1세는 말을 능숙하게 다루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어 통치자로서 그의 통솔 능력을 찬양한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한편 사냥하는 찰스 1세의 초상화에서는 말이 왕 앞에서 온순히 머리를 조아리고 있습니다. 다루기 힘든 야성의 동물인 말까지도 왕의 권위를 존중한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왕의 권위를 또다시 예찬하고 있습니다. - p.107, 「04 안토니 반 다이크, 권력은 어떻게 연출되는가?」 중에서
신미술사학자들은 컨스터블의 풍경화를 사뭇 다르게 읽었습니다. 단순한 실제 풍경 혹은 이야기가 없는 풍경이 아니라 치열한 계급의식이 담긴 그림으로 해석한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한발 나아가 영국의 산업혁명이 남긴 상처가 고스란히 깃든 노스탤지어적 풍경이라는 해석까지 제시합니다. 예를 들어 스트랫퍼드의 종이공장 속 평화로운 농촌 풍경은 신미술사의 시각에선 이미 사라진 과거의 농촌이었습니다. 컨스터블의 풍경화는 실재한 풍경이 아니라 그가 어릴 때 본 풍경을 상상으로 되살려낸 결과물이라는 주장이지요. - p.168, 「06 존 컨스터블, 순수의 시대」 중에서
지금까지 살펴본 바에 따르면 풍경화는 단순히 자연을 그대로 그린 그림이 아닙니다. 오히려 세계에 대한 화가의 적극적인 해석이 담기면서, 화가와 화가 간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장입니다. 이 점을 생각하면서 이번 전시에 출품된 풍경화들을 본다면 미술을 보는 새로운 시각뿐만 아니라 그것을 변화시키려는 화가들의 부단한 노력까지도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겁니다. - p.174, 「06 존 컨스터블, 순수의 시대」 중에서
난처한 미술 이야기 내셔널 갤러리 특별판 | 양정무 지음 | 사회평론 | 280쪽 | 1만8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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