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히어로 김준수, 정선아, 서경수의 커튼 콜

2023. 8. 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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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트리아일랜드의 두 번째 갈라 콘서트를 앞둔 세 명의 뮤지컬 배우 김준수, 정선아, 서경수의 무대 밖 모먼트.

김준수

셔츠, 팬츠, 부츠 모두 가격미정 보테가 베네타.

Q : 2년 가까이 공연한 〈데스노트〉를 떠나보내는 소감이 궁금해요.

A : 시원 섭섭하다는 표현이 정확한 것 같아요. 작년 4월부터 시작해서 올해 8월까지 이어왔는데 더블 캐스트고, 지방까지 돌다 보니 회차가 정말 많았어요. 100회가 훌쩍 넘는 공연을 탈 없이 잘 끝낸 것 같아 시원하고요, 기약 없는 헤어짐이 섭섭해요.

Q : 〈데스노트〉의 넘버기도 하죠. 김준수에게 ‘변함없는 진실’은 뭔가요?

A : 뮤지컬 배우로 활동한 지 12년이 됐는데, 처음 시작할 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건 최선을 다하는 마음이에요. 모든 배우가 그러겠지만 매 공연 매 순간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죠.

Q : 곧 팜트리아일랜드(이하 ‘팜트리’)의 두 번째 갈라 콘서트를 열죠. 작년과 무엇이 가장 다른가요?

A : 작년에는 선보이지 않았던 넘버로 구성했고, 또 1년 사이에 새로운 배우들이 영입됐기 때문에 그 배우만이 할 수 있는 무대가 추가돼 더 풍성해졌죠.

Q : 공연한 작품 중 ‘아픈 손가락’이 있다면?

A : 〈천국의 눈물〉이라는 작품이요. 뮤지컬 배우로 데뷔하고 했던 두 번째 작품인데 지금 돌이켜보면 구성적으로 아쉬웠다는 생각이 들어요. ‘들리나요’, ‘이렇게 사랑해본 적 없죠’ 등 프랭크 와일드혼이 작곡한 정말 좋은 넘버가 많은데 무대에서 다시 보지 못해 너무 아쉬워요.

(서경수)가죽 재킷 4백만원대 베트멍. 팬츠 1백80만원대 릭오웬스. 이너 톱, 부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정선아)홀터넥 톱, 팬츠, 뮬 모두 가격미정 디젤. (김준수)재킷 60만원대 뮈글러xH&M. 이너 톱, 팬츠, 슈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Q :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뮤지컬도 해보고 싶다던 인터뷰를 봤어요. 도전해보고 싶은 배역이 있나요?

A : 맞아요. 지금까지 했던 모든 작품이 새드엔딩이에요. 죽거나, 죽이거나, 죽이고 죽거나… 혹은 죽지는 않았지만 슬프게 끝나거나. 그래서 〈킹키부츠〉나 〈위키드〉처럼 기분 좋게 끝나는 뮤지컬도 해보고 싶더라고요. 도전해보고 싶은 배역을 하려면 여자로 다시 태어나야 해요. 〈위키드〉 ‘엘파바’나 (정선아) 누나가 했던 ‘글린다’ 역할을 해보고 싶거든요.(웃음)

Q : 팜트리의 대표로서 가장 많이 신경 쓰는 지점은 뭔가요?

A : 배우들끼리 좋은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작품 얘기나 서로에 대한 피드백을 나누는 자리를 만들려고 해요. 그리고 저도 소속 배우들과 같은 입장에 있다 보니까 어떤 걸 해줬을 때 기분이 좋은지 잘 알고 있거든요. 예를 들면 별거 아니지만 공연을 보러 가는 거. 원래 공연 보러 자주 다니기도 했지만 소속 배우들이 공연을 하면 좀 더 책임감 있게 가보려고 하죠.

Q : 회사 대표이기 전에 아이돌, 가수, 뮤지컬 배우 등 지칭어가 많아요.

A : 저를 뮤지컬로 접했다면 ‘김준수’고, 동방신기로 접했다면 ‘시아준수’겠죠. 어떤 이름으로 불려도 상관없어요. 어차피 다 저니까요!

Q : 어느덧 데뷔 20년 차예요. 활동을 하며 아직도 적응 안 되는 것이 있나요?

A : 비행기 타는 거요. 여행을 참 좋아하는데 먼 곳으로 가고 싶어도 비행시간을 보고 포기할 때가 많아요. 무조건 5시간 이내여야 합니다. 10시간, 11시간 넘게 비행하는 건 괴로워요.(웃음)

Q : 팬미팅 투어 ‘코코타임’을 앞두고 있기도 해요. ‘스포’를 곁들인 소감 한마디해준다면?

A : 뮤지컬 배우로서는 10주년 때 한 번 했었는데, 그것과 별개로 가수 데뷔 20주년을 기념하는 첫 단독 팬미팅이에요. 저도 몰랐는데 정말 처음이더라고요. 그래서 팬분들에게도, 저에게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 같아요. 노래뿐만 아니라 저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옛날 모습도 회상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 예정이에요. 익히 알 만한 명곡들도 선보일 거고요!

정선아

재킷 가격미정 모스키노. 이너 톱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Q : 팜트리 두 번째 갈라 콘서트, 작년과는 조금 다른 마음으로 준비했을 것 같아요.

A : 작년엔 출산 직후라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많았죠. 올해는 손톱만큼 더 편해졌어요. 봄에도 친구들과 갈라 콘서트를 했고, 뮤지컬 두 작품을 하며 몸과 실력 모두 다시 자신감을 되찾았거든요. 어떤 곡을 들려드려야 관객분들이 행복해할지, 어떤 옷을 입을지, 어떤 듀엣을 할지 행복한 고민 중이에요.

Q : 최근 시작한 〈멤피스〉는 어떤가요?

A : 일단 너무 자신 있었어요. 오랜만의 쇼 뮤지컬이잖아요. 전작 〈이프덴〉에서 내적으로 한 겹씩 깊이 쌓았다면 이번엔 외적으로 크게 에너지를 발산 중이에요. 안무 감독님도 물 만난 물고기라고 하더라고요.(웃음) 무대에선 2·3층 관객들의 얼굴도 보이는데, 눈에서 하트 발사되는 게 느껴져 힐링도 돼요.

Q : 롤모델인 최정원 씨와도 드디어 함께 하게 됐죠.

A : 너~무 축복이죠. 우러러보던 뮤지컬계 최고 디바를 옆에서 볼 수 있다니! 게다가 분장실을 같이 써요! 정말 행복의 아이콘이세요. 선배 같은 배우가 되리라 또 한번 다짐했죠.

Q : 정선아의 연기 스킬과 스타일 특성’이라는 논문이 나올 정도로 페르소나 설정에 탁월한 배우예요. 역할은 어떻게 준비하나요?

A : 문서로 남기니까 엄청나 보이겠지만 어느 배우나 준비할 때 마음은 비슷할 거예요. 사랑을 처음 시작할 때 같은 마음이죠. 저는 먼저 어울리는 창법과 스타일을 찾기 위해 역할마다 다른 보컬 선생님을 찾아가요. 뮤지컬의 주된 요소는 음악이기 때문에 여러 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하거든요. 또 해외에선 흑인, 백인, 아시안 등 역할이 나눠져 있잖아요? 국내 무대에선 그런 한계가 없는 대신 연기 스타일을 많이 고민해요. 그다음이 몸 관리예요.

(김준수)셔츠 2백만원대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팬츠 3백만원대 알렉산더 맥퀸. (정선아)팬츠 58만8천원 미스비헤이브. 셔츠, 이너 톱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Q : 작년에 인생 2막을 시작하는 것 같다고 했죠. 그렇다면 인생 1막을 뮤지컬의 한 넘버에 빗대어 표현하자면?

A : 〈아이다〉의 ‘My Strongest Suit’라고 오로지 나에 대해 얘기하며 “나 이렇게 멋져! 너희도 멋있게 치장을 해!”라고 하는 장면이 떠올라요. 나를 위한 것, 내가 박수 받고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이 좋았어요. 〈모차르트〉의 ‘난 예술가의 아내라’ 가사처럼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인생도 즐겼고요. 1막에서는 내가 제일 중요하고 나만 생각하던 정선아였다면, 2막에서는 ‘또다른 나’를 보여드리려고요. 더 깊게 생각하고 더 넓게 봐야죠.

Q : 2막이 기대되는데요?

A : 마음가짐이 달라졌어요. 예전엔 “정선아, 잘하고 멋있다”라는 얘기를 듣고 싶었거든요? 지금은 제 공연을 통해 위로와 공감을 얻으시길, 공연장에서의 여운이 일상에 돌아가서도 남길 바라요.

Q : 지금의 정선아를 만든 8할은?

A : 높은 자존감? 나 자신을 믿고, 앞을 바라보고 가는 태도. 속상한 일도 다 이겨낼 수 있었던 이유죠. 성격상 예전의 일을 잘 까먹기도 하고.(웃음)

Q : 후회하지 않는군요.

A : 어차피 일어난 일이고, 자꾸 생각하면 뭐해요. 한참 뒤 생각해보면 내 선택이 잘못된 것 같지도 않았어요. 잘못된 선택은 없다고 생각해요. 앞만 보고 달려가는 모습에서 긍정의 힘이 샘솟는 거예요.

서경수

니트 톱, 이너 톱, 팬츠 모두 가격미정 디올 맨.

Q : 팜트리 갈라 콘서트를 앞두고 있어요. 배우 입장에서 갈라 콘서트와 뮤지컬은 어떻게 다른가요?

A : 뮤지컬은 마라톤, 갈라 콘서트는 단거리 경기에 비유할 수 있어요. 그래서 뮤지컬은 강한 지구력, 갈라 콘서트는 폭발적인 집중력이 필요해요.

Q :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도 궁금해요.

A : 작품을 처음 접할 땐 거시적으로 접근해요. 먼저 극의 흐름과 구성 등 작품에 대해 전반적으로 파악하죠. 그 후 인물들의 관계를 이해하고 캐릭터를 세밀하게 그려나가는 거예요. 상상을 많이 하고, 연기해보고 안 와닿으면 다르게 상상해서 부딪혀보며 캐릭터를 구현합니다.

Q : 〈벤허〉의 ‘메셀라’, 오랜만의 맨얼굴 배역이군요.

A : 맞아요, 스킨 컬러 파운데이션을 바를 수 있어 좋고요.(웃음) 악역을 꼭 해보고 싶던 터라 너무 좋았어요. 귀여운 악역은 해봤는데 진짜 악역을 해본 적이 없거든요. 물론 ‘메셀라’도 그만의 스토리가 있긴 하지만… ‘경셀라’로 직접 확인해주세요! 액션 연기도 관전 포인트입니다.

(서경수)가죽 재킷, 가죽 팬츠 모두 가격미정 잉크. (김준수)가죽 재킷 4백만원대 릭오웬스. 터틀넥, 팬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Q : 본격적인 액션 연기는 처음이죠? 고난도의 탭댄스나 드래그퀸 연기 등 새로운 것을 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도전이라는 키워드를 빼놓을 수 없는데, 살면서 꼭 한번 도전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A : 운동 대회요. 최근 운동을 다시 시작했더니 활력도 생기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달라지고 정말 행복하더라고요. 운동하며 느끼는 희열을 좀 더 극대화하기 위해 고강도의 훈련을 거쳐 대회에 참가해보고 싶어요.

Q : 그동안 맡은 배역 중 개인적으로 많은 영향을 받은 역할이 있다면?

A : 〈킹키부츠〉의 ‘롤라’가 제일 먼저 떠올라요. ‘롤라’를 통해 타인의 내면을 좀 더 헤아리고, 있는 그대로의 스스로를 더 사랑할 수 있게 됐어요. 현재 주어진 상황에 더 감사하게 됐고요. 배우로서의 전환점이기도 해요.

Q : 퇴근길 영상을 보니 팬들 앞에서 부끄럼을 많이 타더라고요.

A : 부끄럼보다는 칭찬 알레르기가 있어요. 셀프 칭찬을 즐길 정도로 칭찬 듣는 걸 엄청 좋아하는데 팬분들이 해주시면 저도 모르게 동공 지진이 일어나요.

(서경수)가죽 재킷, 가죽 팬츠 모두 가격미정 잉크. (김준수)가죽 재킷 4백만원대 릭오웬스. 터틀넥, 팬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Q : 팬들을 ‘벗’이라고 부르죠. 서경수에게 벗이란?

A : 같은 편. 팬미팅 때도 “우리 같은 편 맞죠?” 하고 대답을 들었는데 기분이 참 좋았어요. 저도 벗님들 편입니다!

Q : 벌써 18년 차 배우예요. 매년 꾸준히 활동했는데, 그 힘은 어디서 나오나요?

A : 좋아하는 일이라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가족과 친구들이 옆에서 응원하고 좋아해주니 더욱 흔들리지 않았고요. 시간이 지날수록 확실하게,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강해져요.

Q : 연기, 춤, 노래에 정답을 두지 않는다고 한 적 있어요. 그럼에도 이것만은 정답이라고 깨달은 것은?

A : 무대 위에서는 팀보다 위대한 개인은 없다는 것. 삶의 측면에서는 미래에 대한 걱정과 과거에 대한 후회 때문에 지금을 놓치면 안 된다는 거예요. 카르페 디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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