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인터뷰] 그래도 ML 출신인데···"예전 같지 않다" 욕심 내려놓은 추신수

이형석 2023. 8. 23.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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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SG 제공
"나이가 들었나 봐요. 올해 많이 느낍니다."

최근 종아리 통증을 겪은 추신수(41·SSG 랜더스)가 그라운드를 바라보며 말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한국인 야수로 '최고의 커리어'를 쌓은 그는 현재 한국 프로야구(KBO리그)에서 '최고령 선수'로 뛰고 있다. 추신수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그동안 가슴 한편에 쌓아온 속마음을 시원하게 털어놓았다. 

프로 23년 차 추신수는 올해 부상과 부진 탓에 마음고생이 심했다. 개막 후 한 달이 지나도록 타율이 1~2할대를 오르락내리락했다. 결국 5월 말 2군행을 자처했다. 발목 부상까지 겹쳐 "팀에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스스로 판단한 결과다. 당시 추신수의 시즌 타율은 0.202였다. 
사진=SSG 제공
부상 복귀 후에도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지난 16~17일에는 종아리 통증으로 이틀간 휴식했다. 추신수는 "텍사스 레인저스 소속이던 2016년 종아리 부상으로 두 달 가까이 이탈한 적 있는데, 같은 부위에 통증을 느꼈다"고 전했다.  

추신수는 "올해 처음으로 내가 나이가 들었구나 싶다. 성적을 떠나 몸 상태가 달라진 걸 확연하게 느낀다"며 "예전에는 컨디션이 안 좋아도 진통제를 먹고 나면 아무 생각 없이 뛸 수 있었다. 올 시즌엔 (휴식하고, 진통제를 복용해도) 경기에 나서면 힘들다. 100% 몸 상태로 뛴 적이 거의 없다. 그게 성적으로 이어진다"고 안타까워했다.  파이터 기질을 갖춘 추신수는 빅리그 통산 152개의 사구를 기록하면서도 몸쪽 공을 피하지 않고 정면 승부했다. 그러면서도 2010~19년까지 한 해 평균 130경기에 출장할 정도로 강한 내구성을 보여줬다.  
사진=SSG 제공
추신수의 올 시즌 중간 성적표는 77경기에서 타율 0.271 7홈런 26타점. 출루율은 0.398, 장타율은 0.405다. 나쁘지 않은 기록이지만, '추신수의 명성'에는 다소 미치지 못한다. 그는 "올해 부진은 내 성격의 영향도 있다. 몸의 순발력이나 반사신경이 떨어졌을 텐데 그걸 인정하지 않고 '아직도 잘할 수 있다'고 믿고 욕심을 부렸다. '왜 안 되지?'라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부진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돌아봤다.
추신수
여전히 MLB 아시아 출신 선수 최다 홈런·타점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추신수다. 2009년에는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타율 3할-20홈런-20도루를 달성하며 호타준족을 과시했고, 2015년에는 아시아 출신 타자 최초 사이클링 히트도 달성했다. 빅리그 1652경기에서 타율 0.275, 218홈런, 782타점, 961득점, 157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824의 기록을 남긴 뒤 2021년 KBO리그에 입성했다. 그리고 세 시즌만에 '나이의 한계'에 부딪혔다.

결국 40대 추신수를 인정하고, 메이저리거 출신이라는 부담감을 내려놓기로 했다.

추신수는 "MLB에서 활약하다가 왔다. 물론 현재 내 성적을 납득할 수 없다"면서 "(팬들의) 기대치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실망감도 있다. 그래서 더 조급하게 생각했다"고 속마음을 밝혔다. 이어 "누가 봐도 추신수는 선구안이 좋은 선수라고 평가하지 않나. 그래서 볼에 스윙하기 싫었고, 헛스윙하는 것도 납득 안 됐다. 더 잘하려고, (타구를) 더 멀리 보내려고 하다 보니 몸에 (불필요한) 힘이 들어갔다. 인플레이가 나와야 할 타구가 파울이 되면서 (야구가) 점점 풀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사진=SSG 제공
선수 생활 종착지를 향하고 있는 추신수 "지금의 내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려고 한다. 물론 쉽지 않다. 이제는 나 자신을 내려놓아야 하는 시점"이라고 인정했다. 

그러자 우리가 알고 있던 '추추트레인'으로 돌아왔다. 6월 중순 부상에서 복귀한 후 40경기에서 타율 0.331 출루율 0.441 장타율 0.503을 기록하고 있다. 이 기간 리그 7위-2위-8위에 해당한다. 최근 좌측으로 보내는 타구 비중이 늘어났다는 건 타격감이 좋아졌다는 신호다. 또한 최근에는 연속해 상대 수비의 시프트를 역이용해 기습번트 안타를 시도해 성공하고 있다. 빅리거 출신의 '자존심'보다 '팀 퍼스트' 정신이 돋보이는 장면이다. 
사진=SSG 제공
KBO리그에서 세 시즌째 활약하며 최고령 선수가 된 추신수는 언제 유니폼을 벗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나이다. 그는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내년에도 선수로 뛸지 아니면 그만둘지 모른다. 다양한 상황과 가능성이 발생할 수 있으니 시즌이 끝나야 (거취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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