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뱁새 김용준 프로의 골프모험] LPGA투어 88승, 단일 골프 투어 세계 최다승 기록은 캐시 휘트워스

이은경 2023. 8. 23.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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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현역 선수 시절의 캐시 휘트워스.   사진=게티이미지

내 것이지만 온전히 내 것은 아닌 것이 무엇일까? 바로 ‘생각’이다. 생각은 내 머리 속에서 나오니 전부 내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따져 보면 내 것이 아닌 경우가 많다. 남의 생각이 어느 틈에 내 머리 속에 들어와 내 생각을 파고들기 때문이다.

우물쭈물 하는 사이 주위 사람의 생각을 그대로 따르는 일은 너무 흔하다. 한 두 사람이 아니라 공동체가 공유하다시피 하는 생각이라면 이미 내 머리 속에도 깊게 배어있기 마련이다. 이것을 통념이라고 한다.

통념 중에는 여러 사람이 긴 세월 동안 따져 본 덕에 제법 잘 들어맞는 것도 많다. 하지만 편견이나 증오 따위가 영향을 미쳐 만들어진 비뚤어진 통념도 허다하다. 한 시대에는 맞는 것이던 통념이 시대가 바뀌면서 틀린 것이 되기도 하고. 그러니 내 머리 속에서 나온 내 생각이라고 해서 무조건 고집하는 것은 절대 현명한 것이 아니다. 골프 이야기 하는 칼럼에서 무슨 생각이 어쩌고 저쩌고 하느냐고? 바로 뱁새 김용준 프로의 잘못된 생각을 깨뜨린 어떤 사실을 이야기 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냐고? 바로 ‘단일 골프 투어에서 최다승을 기록한 사람이 누구인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한 골프 투어에서 최다승 세계 기록을 갖고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물어보나 마나 타이거 우즈 아니냐고? 샘 스니드와 함께 82승을 기록한 것이 세계 기록 아니냐고?

땡! 틀렸다. 뱁새 김용준 프로도 정답을 알기 전에는 그런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아니, 타이거 우즈 보다 더 우승을 많이 한 선수가 있느냐고? 그렇다. 바로 캐시 휘트워스(Cathy Whitworth)이다. 놀랍게도 그는 여성이다. 정답을 알고 있다면 정말 존경할만한 골퍼이다. 골프 역사까지 꿰고 있는 진정한 골퍼로 인정한다.

2018년 5월 LPGA투어 발론티어스 오브 아메리카 LPGA 텍사스 클래식에서 캐시 휘트워스가 우승자 박성현에게 트로피를 수여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캐시 휘트워스는 미국 LPGA 투어에서 무려 88승을 거뒀다. 88승. 에이! 라이벌이 없다시피 해서 사실상 독주한 것 아니냐고? 천만의 말씀이다. 캐시 휘트워스가 뛰던 시절에도 걸출한 여성 플레이어가 여럿 있었다. 누가 몇 승씩 했는지는 언제가 이야기 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참고로 LPGA 최다승 2위 기록은 애니카 소렌스탐이 세운 72승이다. 박세리와 캐리 웹과 삼파전을 벌이던 그 애니카 소렌스탐 말이다. 

캐시 휘트워스는 지난 1939년에 태어나 지난해인 2022년에 83세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열아홉 살에 LPGA 투어에 합류했다. 열 살 때 9홀짜리 동네 골프 코스에서 처음 클럽을 잡았다고 한다. 재능을 보이자 열다섯 살 때부터 본격적으로 골프를 시작했다.

그런 그가 시니어 투어까지 뛰다가 은퇴한 것은 지난 2005년이 육십육 살 때이다. 무려 47년간이나 투어 프로로 활동한 것이다. 그는 메이저 대회도 6번이나 우승했다. 타이거 우즈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하는 매킬로이도 메이저 우승은 아직 3번뿐인 것과 비교하면 대단하다.

그녀가 얼마나 혹독하게 골프를 수련했는지 짐작하게 해 주는 것은 최다승 기록만이 아니다. 그가 지난 1962년부터 1979년까지 무려 17시즌 동안 매년 1승 이상을 기록한 것은 놀랍다. 17년간 해마다 우승을 하다니! 어떤 해에는 8승을 거두기도 했다. 그는 4개 대회를 연속 우승한 대기록도 갖고 있다. 같은 대회를 무려 5번이나 우승한 기록도 세웠고. 홀인원도 무려 11번이나 해서 LPGA 최다 홀인원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이런 위대한 캐시 휘트워스 선수를 알기 전까지 뱁새 김 프로는 골프는 남성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했다. 여성은 서툴고 수줍게 플레이 한다는 아주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박세리 선수가 LPGA를 주름잡은 것을 보면서도 왜곡된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니. 지금 생각하면 뱁새가 얼마나 지성이 부족했는지 부끄럽다. 조금 전에 ‘놀랍게도 그는 여성이다’라고 말한 것부터가 뱁새가 성 역할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래도 지금은 여성 골퍼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지 않다. 아니다. 이 말도 거짓일 수 있다. ‘뱁새는 아직도 뱃속 저 밑바닥에 있는 여성 골퍼에 대한 편견을 버리기 위해 싸우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2015년 대회 우승자 박인비에게 우승 트로피를 주는 캐시 휘트워스.   사진=게티이미지

혹시 예전 뱁새 같은 편견을 갖고 있는 남성 골퍼라면 절대 맞는 생각이 아니니 버리라고 충고하고 싶다. 남성의 편견이 여성 골퍼의 잠재력을 억누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무슨 말인지 구체적으로 짚지 않아도 뜨끔해 하는 남성 골퍼가 많을 것이다.

남성이 만든 편견에 갇힌 여성 골퍼라면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골프를 수련하고 플레이 하기를 바란다. 뱁새가 응원한다. 실은 뱁새는 초보 때부터 하나 하나 가르친 여성 사회인 제자에게 최근 늘씬하게 얻어 터졌다. 내기 골프에서 어떻게 해 볼 수도 없이 대패 한 것이다. 물론 뱁새가 명색이 프로 골퍼이고 보니 덤(이른바 핸디)을 조금 주고 한 것이지만 패배는 엄연한 패배이다. 여성 골퍼를 우습게 보면 뱁새처럼 혼쭐나는 날이 반드시 온다. 

타이거 우즈도 실은 샘 스니드의 82승이 아니라 캐시 휘트워스의 88승을 깨고 싶지 않았을까? 지금 타이거 우즈를 보아서는 위대한 여성 아니 위대한 골퍼 캐시 휘트워스의 전설을 넘어설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뱁새’ 김용준 프로와 골프에 관해서 뭐든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메일을 보내기 바란다. 지메일 ‘ironsmithkim이다. 

김용준 KPGA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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