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리스크, 한국파장]①"부동산 구원투수는 없다"…저속 성장 결심한 中
내수 부진과 부동산 시장 침체의 시름에 빠진 중국이 '저속 성장' 궤도를 향하고 있다. 연초까지만 해도 위드코로나 전환에 따른 가파른 경기 반등이 기대됐지만, 이젠 '5% 안팎'의 경제성장률 목표 달성도 빠듯한 지경이다. 중국 정부는 무리한 경기 부양과 부동산 규제 완화 대신 완만한 회복과 시장 구조조정으로 정책의 가닥을 잡은 듯하다. 성장의 고삐를 다소 늦추더라도 통제와 공동부유 등 공산당 중심의 사회 체제를 최우선 가치로 남기려는 의지로 보인다.
부동산 부실에 구조조정 시동
최근 중국에 드리워진 가장 짙은 그림자는 부동산발 위기다. 본격적인 시장 위기를 촉발한 개발업체 헝다그룹(에버그란데)은 자금난으로 미국 뉴욕법원에 파산 보호를 신청했고, 헝다보다 프로젝트 규모가 4배 이상 큰 비구이위안은 채권이자 미지급 사태로 휘청이고 있다. 위기는 금융권으로 번져 중룽국제신탁이 만기 상품 상환 연기로 투자자들의 거센 항의에 부딪힌 상태다. 전반적인 시장 체력도 약해져 1~7월 부동산 개발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8.5% 급감했고, 같은 기간 전국 누적 분양 주택 판매 면적은 6.5% 줄었다.
하지만 정부는 부실기업에 대한 전면적 구제나 시장 부양을 위한 적극적인 개입은 주저하는 모습이다. 지난 21일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0.15%포인트 인하를 점친 시장의 예상을 깨고 주택담보대출과 연동된 5년 만기 우량대출금리(LPR)를 동결했다. 인민은행은 일반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1년 만기 LPR을 0.1%포인트 낮추면서도 5년물은 그대로 뒀다. 추가적인 상황 악화에 대비한 정책 금리 조정 여력을 남겨둔 판단일 수 있지만, 이보다는 당장 부동산 시장에 유동성 공급 지원을 하진 않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시장은 중국 당국의 소극적 대처에 곧바로 반응했다. 이날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장중 7.3위안을 돌파했고, 홍콩을 통한 A주 외인 자금은 64억1200만위안(약 1조1797억원)이 빠져나가며 11거래일 연속 자금 유출을 기록했다. 7월 소매판매(2.5%) 및 산업생산(3.7%) 증가율이 기대치를 현저히 밑돌고, 전달(6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청년실업률(16~24세) 발표를 중단키로 하면서 침체 우려에 힘이 실린 결과다.
일각에서는 최근의 중국 내 부동산 리스크를 두고 현지 금융 시스템 마비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이어지는 '중국발 리먼브러더스' 사태를 떠올리고 있다. 그러나 최초 부동산 시장 위기가 중국 정부의 규제 강화에 의해 촉발된 예견된 상황이라는 점과 정부가 구조조정을 위해 마련한 시나리오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통제 가능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의도된 구조조정 과정에서 예상보다 약한 주택 수요가 겹치면서 상황이 악화했지만, 제도권 금융으로 리스크가 확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실제로 금융과 가계의 정책 대응 여력은 금리를 비롯해 여유 있는 상황이며, 상대적으로 민생과 직결된 기초생활 소비와 외식·숙박 등 서비스소매판매(7월, 20.3%) 지표는 양호했다.
중국 내에서는 최근 부동산 부실 우려의 배경이 도시화 모델 전환기가 도래하면서 나타난 불가피한 변화라고 진단했다. 위저 중국 인민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중국거시경제포럼(CMF) 월간(8월) 데이터 분석 보고서를 발표하고 "최근 부동산 침체의 원인은 구조적 요인과 순환적 요인이 포함돼 매우 복잡하다"면서 "도시화율이 65%에 가까워지면서 토지 중심이던 중국의 도시화 모델이 사람 중심의 축적형 모델 시대로 진입하게 됐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인구 감소라는 수요 측면 변화와 함께, 기존의 높은 레버리지와 회전율을 특징으로 하는 공급자 측면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면서 "도시 재개발 자금 조달의 메커니즘을 리츠 등으로 전환하고, 대출 제한 완화와 계약금 비율 인하 등 추가적 정책 최적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중국의 경기 침체를 우려해 잇달아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있지만, 이 역시 심각한 경기 침체와 금융 시스템 붕괴를 전제로 하고 있진 않다. 5%대 초반 성장률을 내다보던 것에서 4%대 중후반으로 둔화하는 것을 우려하는 정도다.
챠오홍 뱅크오브아메리카 중화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MF 회의에서 "현재 중국의 경제성장은 바닥을 쳤고, 4분기에는 더 나은 상황이 예상된다"면서 "산업분야는 냉각기지만, 서비스 산업이 빠르게 회복하고 있으며, 이는 단기적으로 경제를 지탱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침체와 대외 수요 감소의 영향으로 올해 하반기 산업 분야가 크게 반등할 가능성은 낮다"고 관측했다. 주하이빈 JP모건체이스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재정과 통화 정책 조정이 필요하지만, 반드시 대규모 경기 부양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산업 고도화와 민간기업에 대한 정치적 보장 등 적당한 조정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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