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경제성평가 면제’ 두고 의약계·제약계 동상이몽

신대현 2023. 8. 2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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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의약품 경제성평가 자료제출 생략 제도 개선안 토론회’ 개최
“필요한 경우로 최소화” vs "신약 등재 기회 보장해야“
환자단체 “환자 어려운 현실, 정책에 반영되길”
정부, 각계 의견 종합해 정책 방향 모색
22일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공동 주최한 ‘의약품 경제성평가 자료제출 생략 제도 개선방안 토론회’가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사진=신대현 기자

의약품에 대한 ‘경제성 평가 자료제출 면제’ 여부를 놓고 의약계와 제약업계 간 의견이 엇갈린다. 자료제출 면제를 통한 빠른 건강보험 급여 허용으로 초고가 혁신 신약에 대한 환자 접근성을 열어줘야 한다는 의견은 동일하지만, 그 범위와 방법을 두고선 시각차가 있다. 향후 환자가 만족하고 건강보험 재정에도 부담이 가지 않는 적정선을 어떻게 마련할지 주목된다.

22일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공동 주최한 ‘의약품 경제성 평가 자료제출 생략 제도 개선방안 토론회’가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의약품 급여 대상 여부는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효과성, 건강보험 재정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 다만 항암제, 희귀질환치료제, 소아 사용 의약품 중 대체할만한 치료법이 없고 치료 효과가 명확한 의약품 등에 대해선 경제성 평가 자료제출을 생략해 사용 허가 심사기간을 줄이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를 통해 수십억 대에 달하는 중증·난치질환 신약들이 경제성 평가를 생략하고 급여를 적용받아 치료제가 마지막 희망인 환자들에게 쓰이고 있다. 실제 한 번 투여로 급성 림프성 백혈병과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을 치료하는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의 초고가 치료제 ‘킴리아주’(성분명 티사젠렉류셀)가 경제성 평가를 생략하고 급여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경제성 평가 면제 기준이 과연 적절한지, 또 경제성 평가 없이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된 뒤 안전성, 효과성에 대한 사후 관리·평가는 필요 없는 것인지 제도 전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배은영 경상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는 “신속한 의약품 급여 적용을 가로막는 주범이 경제성 평가라는 지적에 대해 공감하지 않는다”며 “최선의 의사 결정을 내리려면 충분한 근거가 모여야 하는데 신약 급여 등재를 빨리 하기 위해 경제성 평가라는 일부 자료를 검토하지 않겠단 것은 명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성 평가 면제는 질환의 특성, 임상적 편익, 건강보험 재정 영향 등을 두루 고려해 꼭 필요한 경우로 최소화해야 한다”며 “경제성 평가 대상이 아닌 약도 대상에 포함할 수 있도록 한 현 적용 기준은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경제성 평가 자료 면제를 시작으로 추후 제약사의 편의를 위해 해당 약제에 대한 안전성·효과성 자료까지 면제시키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동근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사무국장은 “경제성 평가를 거치지 않은 약제가 정말 환자 치료에 적정하게 도움 되는지에 대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며 “환자에게 필요한 의약품이 적기에 사용될 수 있도록 경제성 평가 면제 제도가 도입됐다지만, 정부가 의무적으로 이행해야 하는 평가라는 책임을 방기하고 제약사의 편의를 위해 이 제도가 운영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건강보험 급여 적용 후 의약품 사용단계에서 환자 안전성과 효과성 등 사후 평가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이 사무국장은 “급여 이후에 이 약이 환자들에게 정말 필요한 약인지, 현재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정말 가격이 적절한지 등을 평가해야 한다”며 “좀 더 세심하고 다양한 방식이 담긴 경제성평가 제도가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반면 제약업계는 경제성 평가 면제 제도에 대해 “여러모로 장점이 많은 제도”라며 지금보다 더 엄격하게 약제 급여 규제를 적용한다면 환자의 접근성을 후퇴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보라미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 본부장은 “경제성 평가 약제의 진입 장벽을 높이고 임상 근거를 새롭게 만들어 평가 자료를 제출하게 한다면 이는 희귀질환 치료제 신약들이 맞닥뜨린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라며 “지금보다 더 엄격한 사후관리 규제를 부과한다면 신약이 등재될 수 있는 기회의 문은 더 좁아지게 된다”고 피력했다.

문영철 이대목동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역시 신약이 경제성 평가 면제를 받아도 급여권에 들어오는 데 6개월에서 1년 가까이 소요된다며 지금보다 문턱을 높이면 환자들의 어려움은 심화될 거라고 했다.

문 교수는 “어떤 약제가 환자 삶의 개선 측면에서 혁신적이고 치료 효과도 탁월하다면 비용을 어느 정도 감수하더라도 신속하게 도입해야 한다”면서 “대신 경제성 평가 면제로 급여권에 들어왔다면 우선 사용하고 나서 추후 재평가를 하는 제도를 확립해야 한다”고 짚었다.

22일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공동 주최한 ‘의약품 경제성평가 자료제출 생략 제도 개선방안 토론회’가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사진=한국환자단체연합회


환자들은 경제성 평가 면제가 확대돼야 한단 입장이다. 김진아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사무국장은 “약제 급여를 통해 환자가 인간다운 삶을 누리면서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경제성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의 지원이 아니고서는 달리 치료할 방도가 없는 환자들의 어려움이 정책에 반영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건강보험 재정은 중증질환 환자에게는 생명줄 같은 소중한 재원이고, 이를 적정하게 사용하는 제도와 환경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며 “의약품 경제성 평가 자료제출 생략 제도가 중증질환 환자들의 생명과 직결된 치료제의 신속한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원래 취지에 맞도록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각계 의견을 종합해 최적의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오창현 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환자 보장성 강화, 약제 평가 내실화, 적정 가격 책정, 보험 등재 시기 축소 등 4가지 방향에 대해 큰 가치를 두고 각계 입장을 아우르는 최적의 답을 찾아가겠다”고 밝혔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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