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조 독소, 정수장 염소 소독제 만나면 더 독해질 수도 있다"
녹조를 일으키는 남세균(시아노박테리아)의 독소가 수돗물 생산 과정에서 염소 소독제와 만나면 반응을 통해 독성이 비슷하거나 더 강해진 소독부산물로 변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대구 등 영남지역 수돗물에서도 남세균 독소가 미량 검출됐다는 주장이 있었던 만큼 시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정수 과정에서 생성되는 녹조 독소의 소독부산물 모니터링이 시급한 상황이다.
하지만 국내 정수장에서는 수돗물에서 들어있는 남세균 독소는 측정·분석하지만, 염소와 반응해서 생긴 독소의 소독 부산물은 분석하지 않고 있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 화학·생화학과 수잔 리처드슨 교수 연구팀은 22일 '환경 과학 기술(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저널에 '수돗물의 산화·소독 과정 중 조류 독소의 변형: 구조에서 독성까지'라는 제목의 리뷰 논문을 발표했다.
기존 문헌 자료를 정리한 이 논문에서 연구팀은 "상수원수에 독소를 생산하는 조류가 존재하면 독소가 수돗물에도 존재할 위험이 있다"면서 "아울러 정수장 처리를 통해 다양한 조류 독소가 반응, 소독 부산물이 생성될 수 있다"고 밝혔다.
소독부산물에 수컷 생쥐 간 손상
연구팀은 "염소로 마이크로시스틴(MC-LR)을 산화시킬 경우 염소가 결합한 마이크로시스틴 소독부산물이 생성될 수 있다"며 "이 소독부산물은 원래 독소보다 독성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높은 독성을 나타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독소는 분자 구조 가운데 일부만 다른 동질체(congenor)를 여럿 가질 수 있다.
간 독성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남세균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의 경우 동질체가 270여 종에 이른다.
마이크로시스틴의 일부 염소 소독 부산물의 경우 세포 독성과 유전 독성이 더 높아지기도 한다.
또, 염소 소독 부산물을 몇 주 동안 경구 투입한 수컷 생쥐의 간이 손상된 사례도 있다.
연구팀은 "수돗물 생산과정에서 조류 독소에 의한 독성 문제가 소독부산물에 의한 독성 문제로 바뀔 수 있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소독부산물 감시 체계 필요
소독부산물에 의한 인체 유해성에 대한 자료도 부족한 상태다.
더욱이 앞 단계 전(前)처리 공정으로 염소나 오존 산화를 적용할 경우 남세균 세포가 파괴되면서 세포 속의 조류 독소가 물로 녹아 나오게 돼 문제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
그냥 남세균 세포 자체를 응집·침전시켜 제거하는 것보다 물에 녹아 있는 독소는 제거하기가 더 어렵고, 그 독소가 소독 부산물이 되기 때문이다.
남세균 독소를 없애려다가 문제를 더 키울 수도 있는 셈이다.
연구팀은 "앞으로 소독과정에서 조류 독소가 변형되는 메커니즘과 경로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면서 "조류 독소의 독성을 효과적으로 줄이는 동시에 소독부산물 생성도 줄일 수 있는 산화·소독 공정의 개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LISA 방법 더 나을 수도
지표수와 식수의 조류 독소 수준을 측정하기 위해 액체 크로마토그래피-질량 분석법(LC-MS)과 효소 결합 면역흡착 분석법(ELISA) 두 가지 방법이 널리 사용된다.
LC-MS 방법은 ELISA보다 더 낮은 농도에서도 측정이 가능하지만, 분석할 수 있는 조류 독소 종류(동질체) 숫자에 제한이 있다.
반면 ELISA는 다양한 조류 독소 동질체들이 공통으로 가진 분자 구조에 바탕을 두고 검출하기 때문에 다양한 동질체를 동시에 검출할 수 있지만, 개별 물질에 대한 분석의 정확도는 떨어진다.
연구팀은 "ELISA 방법은 LC-MS 방법으로는 달성할 수 없는 산화 공정 후 독성 소독 부산물을 검출하는 능력을 제공한다"고 지적했다.
다양한 소독부산물을 비교적 쉽게 검출할 수 있는 방법이 ELISA라는 것이다.
연구팀은 "마이크로시스틴은 먹이사슬을 거치면서 축적되는데, 오염된 어패류 섭취를 통해 사람도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마이크로시스틴에 대한 노출은 인간과 환경 건강 모두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강과 호수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의 존재를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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