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무역전쟁?" 트럼프, 모든 수입품에 관세 추진...10% 언급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2024년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사실상 모든 수입품에 10%의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며 대대적인 무역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첫 임기동안 이른바 '트럼프 관세'로 주요국과 갈등을 빚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차기 대선에서도 한층 강력한 관세정책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울 전망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22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지난 16일 저녁 뉴저지에 있는 골프클럽에서 경제참모들과 약 2시간동안 만나 이러한 내용의 경제공약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이 자리에는 래리 커들로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트럼프 행정부 시절 정책 참모였던 브룩 롤린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제고문인 스티븐 무어 등이 참석했다.

익명의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들이 논의한 주요 경제공약 중에는 사실상 모든 수입품에 대해 '보편적 기본 관세(universal baseline tariff)를 부과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WP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러한 관세 아이디어를 '미국 경제를 둘러싼 고리'를 만드는 것으로 묘사했다"면서 "도입 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임기에 발생했던 무역 분쟁을 넘어서는 엄청난 경제 혼란이 벌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직 구체적인 관세율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모임 다음날 진행된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모든 국가에 대해 "자동으로 10% 관세를 내도록 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하며 10%에 힘을 싣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진영을 막론하고 해당 관세가 실제 도입될 경우 경제 전반에 걸쳐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것은 물론, 세계 무역전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워싱턴 싱크탱크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애덤 포즌 소장은 "미치고 끔찍한 짓"이라며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미국을 더이상 교역 파트너로 신뢰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인들의 선택권을 박탈하고 가계 비용부담을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수백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도우파 싱크탱크인 전미기업연구소의 경제학자인 마이클 스트레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새로운 관세 계획이 시행될 경우 첫 임기의 무역전쟁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미 경제에 재앙이 될 것이다. 소비자 가격이 인상되고 다른 국가들로부터 상당한 보복이 이어질 것이며 미 기업들이 부담할 비용도 증가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수입에 의존하는 수천개의 미국 기업, 미국인에게 피해로 돌아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워싱턴주립대학의 경제학자인 크리스 클라크 역시 "미 경제에 상당한 해를 끼칠 것"이라며 "우리의 전체 생산공정을 망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거 트럼프 행정부에 몸담았던 이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국내정책위원회 부국장 출신인 폴 윈프리는 "그 정도 범위와 규모의 관세는 관세가 돕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막대한 세금이 될 것"이라며 "연방준비제도(Fed)가 인플레이션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는 시점에서 더 높은 비용으로 (소비자에) 전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일부 국가에겐 수입 관세를 면제하면서 일종의 부패나 다름없는 권한 행사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앞서 첫 임기동안 태양광 패널, 세탁기, 철강, 알루미늄 등 광범위한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했다. 2018년에는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며 미중 관세전쟁을 치르기도 했다. WP는 중국에 부과한 무역장벽의 대부분은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확대, 유지됐다면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편적 관세 계획은 각국으로부터 더 심각한 비판을 받을 수 있는 경제적 민족주의의 극적 강화로 여겨질 것"이라고 전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