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여성' 90%가 이 앱 썼다…내게 딱 맞는 '패션 추천' 비결 [비크닉]

박이담 2023. 8. 23.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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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하늘 에이블리 최고기술경영자(CTO) 인터뷰


‘4세대 쇼핑몰’
누적 다운로드 4000만을 돌파한 패션 커머스 ‘에이블리’에 붙는 수식어에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개인화 추천 기술로 패션 커머스의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는 평가를 받아요. 패션 커머스 생태계는 1세대 인터넷 쇼핑몰, 2세대 오픈마켓, 3세대 인플루언서마켓 순으로 진화했고 이제 개인화 마켓 시대가 열린 겁니다.

에이블리는 영화 추천 서비스인 왓챠의 창업팀이 주축이 돼 만든 서비스에요. 이들은 무려 13년간 ‘취향’에 집착해왔습니다. 창업 초기부터 개인화에 집중해 자체 추천 모델을 개발한 겁니다. 영화를 넘어 패션까지 한국인의 취향 지도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에이블리는 ‘스타일 커머스’를 비전으로 패션뿐 아니라 뷰티, 라이프 등 스타일이 담긴 모든 영역의 취향을 찾아주는 플랫폼을 목표로 한다고 해요.

최하늘 에이블리 최고기술경영자(CTO)를 만나 에이블리의 비전과 일하는 방식에 관해 물어봤습니다.

최하늘 에이블리 최고기술경영자(CTO). 에이블리.

Q : 지금까지 에이블리가 거둔 성과가 궁금하다.
에이블리는 올해 5월 기준 앱 스토어에서 누적 다운로드 수가 4000만 건을 돌파했습니다. 지난 1년간 방문한 전체 고객 중 2030 여성은 563만명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전체 2030 여성 인구는 약 618만 명입니다. 90.9%가 에이블리 앱을 경험한 거죠. 회원 수는 105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5월 기준 에이블리 1인당 평균 실행 횟수는 약 56.3회, 평균 사용 시간은 1시간 8분이었습니다. 패션·명품·식품·인테리어 등 특정 카테고리를 중점적으로 판매하는 버티컬서비스 전체 1위입니다.

Q : 에이블리의 비전은.
각자의 스타일이 있는 모든 상품을 판매하는 '스타일커머스'가 되는 게 에이블리의 목표입니다. 일반적인 커머스에선 가격 비교로 최적의 선택지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에이블리는 내가 원하는 스타일과 취향에 맞게 구매하는 서비스를 지향하면서, 이를 ‘스타일커머스’라고 최초로 개념화했습니다. 여성 패션플랫폼을 내세우던 경쟁사들도 스타일커머스라고 내세울 정도로 이제는 일반화된 개념입니다.

Q : 스타일커머스에서도 에이블리가 차별화되는 지점은.
대형 오픈마켓에선 랭킹이 높은 상위 쇼핑몰이나 브랜드만 성공할 수 있어요. 이용자도 선택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몇몇 거대 쇼핑몰이나 브랜드가 만든 트렌드를 좇기 보다 자신만의 취향을 발견하고 각자 트렌드를 주도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에이블리의 목표입니다. 1:1 개인화 추천 기술이 그 발판이 됐고요. 에이블리에선 셀러(판매자)에게도 기회가 더 열려있어요.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으면 쇼핑몰과 브랜드를 운영해 크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개성 있는 스타일을 찾는 이용자가 많기 때문이죠.

이용자 취향에 맞게 상품을 추천해주는 에이블리 서비스. 에이블리.

Q : ‘취향’에 주목한 계기가 있나.
저는 원래 유명 브랜드 옷을 유행에 맞춰 샀는데, 여성 의류에 그렇게 접근하기는 어렵겠더라고요. 여성 패션은 시장이 크고, 개인에 따라 스타일이 다양하게 나뉘어있었어요. 에이블리도 초창기엔 보통 쇼핑몰처럼 인기 상품을 노출하는 구조로 설계됐는데 반응이 좋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용자 각자에게 맞게 다른 상품을 보여주는 게 훨씬 반응이 좋았죠. 이런 과정을 통해 취향에 집중하는 게 맞겠다고 판단했습니다.

Q : 에이블리 개인화 추천 서비스의 차별점은.
다른 서비스에서는 이용자 세분화부터 합니다. 그렇게 나눈 집단별로 추천을 해주죠. 에이블리는 연령 같은 인구통계학적 기준으로 집단을 나누는 게 의미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10대처럼 옷을 입는 20대도 있잖아요. 각자의 취향과 스타일이 더 중요한 시대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처음부터 이용자 한명 한명의 활동을 파악하고, 각자에게 가장 적합한 제품을 보여주는 쪽으로 서비스를 시작했어요. 내부에서는 우스갯소리로 1100만 회원이 있는 에이블리엔 1100만 개의 화면이 있다는 말까지 나오기도 해요. 특정 세대별 ‘평균’을 잡고 접근했을 때보다 이용자 개개의 취향 별로 접근했을 때 확실히 성과가 더 좋았습니다.

이용자의 취향을 수집하는 에이블리 초기 설정 화면. 에이블리.

Q : 추천의 근거는.
양질의 개인화 추천을 위해선 양질의 데이터가 있어야 합니다. 에이블리는 관심 있는 상품을 저장해둘 수 있는 ‘상품 찜’이 12억 개, 리뷰는 5000만 건을 확보했고 이 밖에도 매월 700만 이용자에게서 방대한 검색 데이터를 쌓고 있습니다. 여기서 나아가 이용자 행동까지도 수집해요. 이용자가 상품을 눌러서 탐색하는 과정, 상품을 보여줬는데 그냥 지나치거나 반응이 없던 결과까지 말이죠. 이런 데이터들을 개인화 추천 모델에 반영해보고 의미 있는지 판단해 점차 모델을 고도화하는 거죠.

Q : 아무리 개인화 추천 서비스를 해도 특정 상품 쏠림 현상은 있지 않나.
데이터를 잘못 해석하면 인기 있는 상품만 노출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점을 우려해 개인화 추천 결과를 자주 살피는데, 생각보다 다양한 상품이 이용자에게 보이더라고요. 실제로 큰 인기가 없는 상품도 구매하는 이용자 수가 꾸준히 유지됩니다.

Q : 의도적으로 의외의 상품을 추천하기도 하나.
이용자가 항상 비슷한 상품만 보게 되는 건 아닌지 확인하는 지표가 있어요. 이용자가 일주일 동안 접하는 상품, 카테고리, 마켓 수가 줄어들지는 않는지 확인합니다. 이용자가 아예 안 봤던 상품, 이제 막 올라온 상품을 우선 노출하기도 하고요. 또 판매자가 새로운 상품을 올리고, 새로운 판매자도 들어오니 자연스럽게 교체가 됩니다. 유행도 바뀌고요. 그래서 비슷한 상품에 갇히는 현상은 별로 없습니다.

Q : 유사한 취향을 가진 고객에게 교차 추천도 한다던데.
옷 사는 패턴이 비슷한 이용자들이 있어요. 만약 그중 일부는 화장품까지 사는데, 나머지는 옷만 사는 경우가 있을 거잖아요. 그러면 후자에게 전자가 사는 화장품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교차 추천을 합니다. 이렇게 다른 카테고리 제품도 연결해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만, 너무 관련 없는 카테고리일수록 교차 추천이 어렵긴 합니다.

Q : 내부 의사결정도 데이터로 하나.
팀마다 데이터 전문가를 두고 자체적으로 데이터 분석을 진행합니다. 팀별 목표 달성을 위한 인사이트를 추출해 공유하죠. 에이블리 전체 데이터만 보는 전담팀도 따로 있어요. 개인화 추천 서비스를 위해선 전체 데이터를 다뤄야 하거든요. 단, 데이터를 해석할 때 의견이 다를 수 있어요. 그럴 때마다 모든 의견을 실험하고 검증하면 비효율적이죠. 누군가는 수직적 결정, 즉 판단을 내리는 게 낫더라고요. 그래서 수평적 소통, 수직적 결정을 하고 있습니다. 대신 그 결과는 성패와 상관없이 전사에 공유해 모두가 교훈을 얻을 수 있도록 하고요.

Q : 성과 위해 특별히 관리하는 지표는.
이용자가 상품을 빨리 구매하고 나가지 않고, 취미처럼 옷을 계속 구경하게 하는 게 목표입니다. 상품을 얼마나 많이 봤는지, 그리고 만족스럽게 봤는지가 중요한 지표죠. 구매전환율도 중요합니다. 구경을 많이 하면서 구매도 늘면 좋지만, 쉬운 일은 아니더라고요. 최근엔 에이블리 내에 광고도 노출하고 있는데요, 광고도 잘 보여주면서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신경 쓰고 있습니다.

Q : 생성형 인공지능(AI)을 도입할 계획은 없나.
에이블리의 추천 기술은 모두 딥러닝을 활용한 것들입니다. 추천 영역만은 다른 회사의 기술력을 빌리기보다 직접 만들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른 영역에선 다른 기업과 협업하는 방안도 고민 중입니다. 생성형 인공지능(AI)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특히 판매하는 옷을 잘 합성해 실제 스타일링을 보여줘 셀러와 고객 모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생각 중입니다.

Q : 개인화 커머스는 어느 분야까지 가능할까.
에이블리 내부에서도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습니다. 전시, 티켓 등은 시도를 해본 적도 있고요. 여행도 충분히 시도해볼 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나에게 맞는 것을 골라야 하는 모든 분야에 취향을 기반으로 한 커머스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다만 수집할 수 있는 데이터양이 중요합니다. 옷은 인스타그램에서 사진 구경하듯 계속 탐색하기 때문에 취향을 수집하기 적합한 분야죠. 반면 여행은 매일 탐색하는 분야는 아니기 때문에 데이터 수집이 한정될 수 있습니다.

박이담 기자 park.id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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