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염수 24일부터 30년간 방류…"한·일 장기현안 될 것"

정진우, 김하나, 김은지 2023. 8. 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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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엔 총 1000여개의 저장 탱크에 134만톤의 오염수가 보관돼 있다. 일본 정부는 오는 24일부터 저장된 오염수를 후쿠시마 앞바다에 해양 방류하겠단 계획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160t, 134만t, 30년.

오는 24일 시작될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을 수치로 요약한 결과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선 지금 이 순간에도 매일 160t의 오염수가 발생한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로 녹아내린 핵 연료에 투입되는 냉각수와 빗물·지하수 등이 뒤섞인 방사능 오염수다.

지난 12년간 쌓인 오염수는 약 134만t. 일본은 이를 약 30년에 걸쳐 후쿠시마 앞바다에 해양 방류할 예정이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22일 오염수 방류를 위한 관계 각의(국무회의) 직후 “기상 상황 등의 지장이 없으면 (오염수 방류 개시 시점은) 24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20일 후쿠시마 제1원전을 방문해 다핵종제거설비(ALPS) 등 방류 설비를 점검했다. 연합뉴스

기시다 총리는 지난 18일(현지시간) 한·미·일 정상회의 이후 사흘 간 밀린 숙제를 처리하듯 빠르게 오염수 방류 전 마지막 절차를 밟았다. ‘후쿠시마 제1원전 현장 시찰(20일)→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 면담(21일)→각료회의서 오염수 방류 계획 발표(22일)’ 등의 순서였다. 기시다 총리가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오염수 문제가 부각되지 않도록 방류 계획 발표 시점을 조절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 한·미·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별도로 연 한·일 정상회담에선 오염수 방류 문제가 의제로 오르지 않았다.


ALPS 시운전 이후 10년간의 '밑그림'


일본은 동일본 대지진의 상처를 수습하고 후쿠시마 인근의 방사능 위험도 점검을 마친 2013년부터 오염수 해양 방류를 염두에 두고 관련 계획을 하나씩 이행했다. 2013년 3월 오염수에서 세슘·스트론튬·플루토늄 등 방사성 핵종을 제거하기 위한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 시운전을 개시했고, 경제산업성 산하 오염수 전문가 그룹을 구성해 2016년 6월 “해양 방류가 최단 기간에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시행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의견을 발표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지난달 4일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 총리에게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은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내용의 최종 안전성 검토 보고서를 전달했다. 로이터=연합뉴스

IAEA도 해양 방류 계획에 힘을 보탰다. 2020년 4월 해양 방류를 둘러싼 일본 내부의 검토 결과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데 이어 2021년 4월부터 약 2년간 진행된 안전성 검토 끝에 지난달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은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최종보고서를 발표했다. 일본은 지난 10년간 치밀한 계획에 따라 오염수 방류의 정당성과 명분을 확보하기 위한 밑그림을 그려 온 셈이다.


"문제없다" vs "최악의 환경 파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2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방류 규탄대회에서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최악의 환경 파괴"로 규정해 비판 강도를 높였다. 김현동 기자
그럼에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국내에서 여전히 반대가 거세다. 정부·여당은 지난달 발표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최종 보고서를 토대로 일본이 수립한 ‘방류 계획’에 과학적·기술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오염수 방류를 “과학적 검증도, 주변국의 이해도 없는 최악의 환경파괴”(22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로 규정하며 비판 강도를 높이고 있다. 야4당(민주·정의·기본소득·진보당)은 지난 18일엔 시민단체와 함께 용산 대통령실을 찾아 오염수 해양 방류에 반대하는 188만명의 국민 서명을 전달했다.

방류되는 후쿠시마 오염수는 약 4~5년 후에 한반도 인근 해역에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 이후에도 당장은 우리 해양 생태계와 국민 건강에 미칠 영향을 가늠하기 어렵다. 결국 일본의 방류 계획이 차질없이 진행된다면 안전 기준에 부합한다는 정부 설명과 이를 믿기 어렵다는 야당·시민단체의 주장은 어느 쪽 입장도 정답인지 확실치 않은 가운데 당분간 평행선을 달릴 가능성이 크다. 오염수 방류 문제가 과거사 갈등처럼 한·일 관계의 장기 현안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모니터링에 초점…"韓 전문가 정기 방문"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오염수 방류와 관련한 3가지 사항을 요구했다. 연합뉴스
정부는 일단 일본의 오염수 방류가 계획대로 진행되는지 관련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데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①후쿠시마 원전 현장사무소에 한국인 전문가 참여 ②이상 상황 발생시 즉각 방류 중단 및 관련 정보 공유 ③오염수 방류 실시간 모니터링 정보 제공 등 3가지 사항을 요구했다.

우선 한·일은 오염수 방류 도중 이상 상황 발생시 관련 정보를 신속히 공유하기 위한 핫라인을 구축하는데 합의했다. 또 일본은 오염수 방류 관련 데이터를 1시간 단위로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관련 정보를 한국어로 제공함으로써 실시간 모니터링 정보를 공유키로 했다.

22일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에 대한 정부 입장을 발표하는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 연합뉴스

윤 대통령이 요구한 3가지 사항 중 핵심 쟁점은 한국인 전문가의 현장사무소 참여 문제였다. 정상회담 이후 정부는 일본 및 IAEA와 협의를 거쳐 한국인 전문가가 현장 사무소에 상주하는 대신 ‘정기 방문’ 형태로 모니터링 과정에 참여하는 절충안을 도출했다. 한국인 전문가의 정기적인 현장사무소 방문에 더해 IAEA는 오염수 방류와 관련한 최신 정보를 한국 측에 공유하고 화상 회의를 개최키로 했다.

문제는 이런 절충안을 국내 여론이 일본의 ‘성의 있는 조치’로 받아들일지 여부다. 특히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국민 먹거리 안전 문제는 폭발력이 큰 국내 정치 이슈로 부상할 여지가 있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한국인 전문가의 정기적인 현장사무소 방문을 “IAEA 운영체계 전반을 고려한 현실성 있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설명하며 “IAEA가 제안한 방식이 우리 전문가 파견에 준하는 실효적 모니터링 방법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o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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