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신공지능과 응씨배

박정태 2023. 8. 23.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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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국제바둑대회가 응씨배다.

단일 바둑대회 상금 가운데 가장 많다.

첫 대회 때 바둑 변방이었던 한국이 홀로 출전해 사투를 벌인 조훈현의 기적 같은 드라마 연출로 우승컵을 안아 세계 바둑계의 판도를 바꾼 기억이 선하다.

2020년 세계대회인 LG배 첫 우승 이후 춘란배, LG배, 삼성화재배 정상에 오른 신진서는 이번에 우승컵을 거머쥐면 5번째 메이저 대회 왕관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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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태 수석논설위원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국제바둑대회가 응씨배다. 대만 재벌 잉창치가 1988년 창설한 대회로 유서가 깊다. 우승 상금이 무려 40만 달러(약 5억4000만원)다. 단일 바둑대회 상금 가운데 가장 많다. 첫 대회 때 바둑 변방이었던 한국이 홀로 출전해 사투를 벌인 조훈현의 기적 같은 드라마 연출로 우승컵을 안아 세계 바둑계의 판도를 바꾼 기억이 선하다. 응씨배는 4년마다 열려 ‘바둑 올림픽’으로도 칭해진다. 한국은 조훈현을 필두로 서봉수(2회) 유창혁(3회) 이창호(4회) 최철한(6회)이 우승했다. 5회(창하오)와 7회(판팅위), 8회(탕웨이싱) 때는 중국에 정상 자리를 내줬다.

9회 대회는 2021년 1월 준결승이 끝났지만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결승전은 2년7개월 늦춰진 지난 21일 개최됐다. 주최 측이 결승전만큼은 대면 대국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23세 동갑내기인 신진서 9단과 셰커 9단의 대결이다. 신진서는 현재 한국 바둑 1인자이자 세계 랭킹(비공식) 1위다. 셰커는 중국 랭킹 21위. 그제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결승전(3전2승제) 첫 판은 신진서의 짜릿한 역전승으로 끝났다. 신진서가 오늘(2국)이나 내일(3국) 대국에서 한 판만 더 이기면 ‘바둑 황제’로 등극한다.

한국 팬들은 신진서가 패권을 되찾아올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 이유는 신진서가 ‘신공지능’으로 불릴 정도로 월등한 기량을 갖추고 있어서다. 인공지능(AI) 실력에 가장 근접하는 수법을 구사해 붙여진 별명이다. 신진서는 예전 인터뷰에서 “AI 출현 이후 가장 강한 기사가 되고 싶다”는 포부도 밝힌 바 있다. 2020년 세계대회인 LG배 첫 우승 이후 춘란배, LG배, 삼성화재배 정상에 오른 신진서는 이번에 우승컵을 거머쥐면 5번째 메이저 대회 왕관을 차지한다. 다만 지난 6월 제1회 란커배 결승 3번기에서 중국 기사에게 충격의 역전패를 당한 적이 있는 만큼 방심은 금물이다. 신진서는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마음을 다잡고 있다고 한다. 생애 첫 응씨배 제패를 통해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자로 우뚝 솟길 기대한다.

박정태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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